• "허리 아파죽겠고, 산재 안되고" 노동자 자살기도
        2006년 05월 24일 01: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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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가 산재신청을 막고 출근할 것을 강요하자 한 노동자가 자살을 시도해 중태에 빠졌던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18일 인천에서 굴삭기를 만드는 두산인프라코아(옛 대우종합기계)의 김주용 조합원(50)이 용현동에 있는 자택 화장실에서 부엌칼로 심장과 복부를 찔러 자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야간근무 때문에 낮잠을 자고 있었던 김 조합원의 부인은 마침 걸려온 전화벨 소리에 잠을 깨 남편을 찾았고, 4시 30분 경 잠겨있는 화장실 안에서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는 남편을 발견하고 곧바로 119를 불러 병원으로 후송했다.

    그는 인하대 병원에서 저녁 6시부터 12시 30분까지 6시간 30분 동안의 대수술을 받아 다행히 목숨은 건졌다. 그의 부인인 엄씨는 "담당의사가 출혈이 심해서 좀 늦게 발견했으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중환자실에 있다가 현재 일반병실로 옮겼는데 최근까지 호흡이 가빠서 전혀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24일 일주일만에 처음으로 미음을 먹었다.

    "산재처리 안되면 더 큰 손해" 회사 협박에 산재 포기

    그는 지난 2004년 9월 25일부터 2005년 2월 20일까지 근골격계 직업병인 요추염좌와 추간판전이(허리 디스크)로 산재치료를 받은 후 회사로 돌아왔다. 그가 속해 있는 산차BG 부서는 지게차를 만들면서 몸을 구부리고 비틀면서 작업을 해야하는 곳이다. 그래서 병이 재발했다.

    회사 복귀 50여일이 지난 후 그는 도저히 몸이 아파 일을 계속할 수 없어 산재요양신청을 내려고 했으나 회사 관리자는 "사내공상으로 처리하고 경과를 지켜본 후 산재를 신청하자"고 설득했고, 그는 회사의 말에 따라 4월 13일부터 2주씩 5월 19일까지 공상휴직을 받았다.

    병가가 끝나가자 회사는 김 조합원에게 "5월 22일부터 정상출근을 하라"고 말했고 "출근을 하지 않으면 연·월차로 처리하겠다"는 전화를 수시로 걸었다. 그는 몸 상태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해, 5월 9일 노동조합에 찾아와 "허리가 아파서 도저히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산재를 내야겠다"고 밝혔다.

    그는 5월 16일 평소에 다니던 정형외과에 가 산재요양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회사 관리자들은 다시 그에게 전화를 걸어 "검사 결과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산재처리가 되지 않으면 오히려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협박했다. 결국 그는 다음날인 17일 병원에 산재요양신청을 포기하겠다고 알렸고, 출근을 바로 눈앞에 둔 18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것이다.

    "불법적인 산재은폐행위가 부른 결과"

    이 소식을 들은 금속노조 두산인프라코아지회 오영선 산안국장은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가 사건의 전말을 김 조합원의 부인으로부터 전해들었다. 두산인프라코아지회는 "김주용 조합원 부인의 진술을 토대로 보면 김 조합원의 자해사건은 결국 회사에서 산재를 은폐하려고 하는 불법적 행위가 부른 결과로 단정지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재 지회는 김 조합원이 복직한 이후 다녔던 병원, 의사소견서, 진료기록 등을 확보했고, 복직 이후 그가 얼마나 임금을 받았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또 지회는 회사에 오는 5월 30일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개최를 요청해 놓았으며, 이번 자해행위에 대해서도 산재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오영선 산안국장은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재발방지 대책 마련과, 은폐 사실이 밝혀질 경우 공상을 유도한 자에 대해 인사조치 등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회사 김용각 안전담당부장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사후에 가서 직장에게 확인했는데 산재요양 신청하지 말라고 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기자가 그렇다면 왜 그 분이 자살을 시도했겠다고 묻자 그는 "말하기 어렵지만 부부간의 갈등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상환자가 몇 명이냐고 묻자 "한 명도 없다"고 했다가 지회에 확인하니까 현재 5명이라고 하자 "집계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고 말을 바꿨다.

     회사 "산재요양 신청하지 말라 한 적 없다"

    김 조합원의 부인인 엄씨는 "우리는 부부간이나 아이들의 문제가 전혀 없었다"며 "당일에도 병원에 같이 가서 진찰을 받았고 남편을 위로했는데 무슨 소리냐"고 말했다. 출근을 강요하지 않았다는 회사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었다. 엄씨는 "나도 회사한테 전화를 두 번이나 받았다"며 "회사 관리자는 벌써 한 달을 쉬었는데 산재를 신청해서 안 될 경우에는 연월차 다 까지고 호봉도 까지고 개인적인 손해가 있으니까 나와서 일을 하게 해달라고 했었다"고 말했다.

    현재 산재요양중인 노동자는 6명이고, 작년 9월부터 올해까지 공상으로 쉰 사람이 12명이며 지금도 5명이 공상으로 휴직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아 단체협약에는 산재요양을 할 경우 평균임금의 70%는 공단에서, 나머지 30%는 회사에서 받도록 되어있다. 즉 산재환자로 인정받을 경우 회사는 요양기간 동안 평균임금의 30%를 조합원에게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김 조합원의 산재기간(5개월)동안 평균임금의 30%를 지급하는 것보다 공상으로 처리해 한 달만 임금을 보전하는 게 훨씬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인 것이다.

    거기에다 두산인프라코아는 지난 11월 산업안전공단에서 주는 안전보건경영시스템(KOSHA 18001) 인증을 받았다. 지난 해 8월 25일부터 3개월 간 산업안전공단이 안전보건교육이나 현장안전시설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심사해서 인증을 했다. 그런데 산업재해환자가 늘어나면 이같은 명예가 훼손되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산재환자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중요한 것이었다.

    금속산업연맹 박세민 산업안전국장은 "두산자본으로 넘어가고 작업자들은 고령화되고 물량은 늘어나면서 불가피하게 환자는 나올 수밖에 없는데 환자들이 산재를 받으면 이윤을 많이 남기기 어려우니까 산재를 은폐하려다가 이같은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재노동자들의 치료받을 권리를 확보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관련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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