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유태인에 노란 배지" 네오콘 의도적 오보 드러나
        2006년 05월 24일 11:5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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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세계 각국의 신문은 이란 의회가 자국내 유태인, 기독교인, 조로아스터교인 등 비회교도에 대해 특정 색깔의 배지 착용을 의무화 한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보도를 실었다. 보도에 따르면 ‘이슬람 표준복장 착용법’에 따라 이란내 유태인은 노란색, 기독교인은 붉은색, 조로아스터교도는 파란색 배지를 외출시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한국의 <국민일보>도 드러지리포트를 인용해 “이란 마즐리스(의회)가 최근 자국내 모든 유태인이 겉옷 상의에 노란색 배지를 달도록 의무화한 ‘이슬람 표준복장 착용법’을 통과시켰다”며 “2차대전 당시 독일 나치정권의 유태인 차별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독일의 히틀러 정권을 떠올리기 충분했던 이 소식은 사실은 미국의 네오콘(신보수주의자)에서 비롯된 허위 정보였다는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 오보를 처음 실은 것은 캐나다의 <내셔널 포스트>였다. 필자는 이란계 미국인인 아미르 타헤리로 월스트리스저널에 자주 글을 싣는 칼럼니스트다. 국방정책자문위원장을 역임한 리처드 펄, 중앙정보국장으로 일했던 제임스 울시 등과 친분이 있는 전형적인 네오콘이다.

    <내셔널 포스트>는 타헤리의 글과 함께 나치 정권 당시 베를린에서 한 유태인이 노란색 옷을 입고 있는 사진을 실었다가 곧바로 기사를 없앴다.

    하지만 이 오보는 루퍼트 머독이 소유하고 있는 미국의 보수일간지 <뉴욕포스트>과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포스트>에 다시 실렸다. 또 다른 네오콘 성향의 유태계 언론인 <뉴욕선>지는 22일 이 보도가 오보임을 보도하면서도 종교적 소수자들에게 특정한 의복을 입도록 하는 방안이 이란의 집권층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얘기를 덧붙였다. 물론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오보로 밝혀지기 전까지 이 보도는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숀 맥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유태인 등에게 특정 색깔의 배지를 착용하도록 한 것은 야비하며 히틀러 치하의 독일을 연상시킨다고 비난했다.

    국제적 인권감시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에 따르면 ‘이슬람 표준복장 착용법’에는 종교적 소수자에 대한 내용이 전혀 들어있지 않고 단지 이슬람 복장을 장려하고 정부가 이를 지원하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법안의 문제점은 주요 대상이 여성이라는 점에 있었지만 이를 지적하는 언론은 없었다.

    결국 이번 오보는 미국 네오콘이 이란에 대해 흠집을 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거짓 정보를 실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런 허위 주장을 비주류 언론에 먼저 실어서 주류매체들이 받아쓰게 하는 방법이 사용됐다. 오보가 드러났어도 이를 보도한 매체들은 아무런 반성도 없다. 이는 한국의 보수언론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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