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불꽃튀는 격론 끝 노사정 불참키로
    By tathata
        2006년 05월 23일 10: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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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은 노사관계 로드맵,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3권 등을 논의하는 노사정 대화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민주노총은 또 오는 6월 21일 정부가 추진하는 노사관계 로드맵 입법화를 반대하는 총파업을 실시할 것을 결의했다.

    민주노총은 23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노사정 대화 복귀에 대한 안을 2시간 동안 논의하고 이같이 결정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16일 중집위를 열어 대화 복귀여부를 논의했으나 격론 끝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다음 회의롤 미룬 바 있다.

       
     
     

    이날 회의는 민주노총 소속 연맹의 각 연맹별로 입장을 밝히는 한편, 의견이 충돌하는 중집위원들 간에 불꽃 튀는 설전이 오갔다. 각 연맹별로 ‘사회적 대화기구 참여’에 대한 찬반양론이 분명히 갈리면서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찬성 쪽 의견은 화학섬유, 서비스, 택시, 보건의료조, IT, 화물연대 등으로, 이들 연맹은 노사정 대화를 통해 정부 주도 로드맵의 ‘반 노동자성’을 폭로하고, 여론을 통해 이 문제를 쟁점화 시켜 민주노총 안을 관철시켜 나가자는 입장이었다.

    반면 반대의견을 밝힌 곳은 공공, 금속, 사무금융, 전교조, 공무원노조 등으로 이들 조직은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에 대한 조합원의 인식과 준비 상태가 충분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진행된 노사정위원회의 경험에 비춰볼 때 노사정 대화 참여가 노동계의 의견이 반영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사정 대화 참여를 결정짓는 안건에 이날도 표결처리를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조 위원장은 “노사정 대화 참여는 입장 문제가 아니라 투쟁방식의 차이”라며 “중집위원들의 찬반표결이 아닌 결의로 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안 확정됐나?”

    전재환 금속연맹 위원장은 “민주노총의 안이 확정되지 않아 무엇을 가지고 가서 대화를 할 것인지조차 정해지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또 “비정규법안 논의과정에서 양대노총의 공조를 파기한 것은 한국노총이었는데, 한국노총과의 공조 복원을 얘기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으며, 노사정위에서 비정규법안 교섭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노총 안과 관련된 전 위원장의 의견에 대해, 민주노총 집행부는 ‘민주화 방안’이 수차례 여러 의결 기구를 통해 확정됐다고 반박했다. 기조발제를 맡은 김명호 기획실장은 “지난해 9월 21일 중집에서도, 최근 중집에서도 특수고용직 문제, 산별협약 쟁취 등을 담은 민주화 방안은 논의됐다”고 말했다. 회의에서는 한동안 민주노총 안 확정을 둘러싸고 ‘결정한 바 없다’는 의견과 ‘이미 결정한 내용이다’라는 논란이 진행되기도 했다.

    양경규 공공연맹 위원장도 반대의사를 밝혔다. 양 위원장은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준비와 현장의 판단, 필요성이 논의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노사정 교섭에 의미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해 반대의사를 밝혔다.

    “대화참여는 공무원노조 정체성에 반한다”

    권승복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공무원노조는 공무원노조특별법을 거부하며 정부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법외노조를 선택해 활동을 활발히 벌여나가고 있다”며 “노사정 대화기구에 들어가는 것은 이같은 공무원노조의 현실과 정체성에 반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교조와 사무금융연맹도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처럼 민주노총 내에 조직규모가 큰 연맹과 노조가 반대의사를 밝힘에 따라 결론은 노사정 대화 불참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하지만 반대의사를 밝힌 연맹들도 다양한 근거를 제시하며며 참여를 강하게 주문했다.

    정해선 보건의료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로드맵이 민주노총 요구대로 통과되지 않더라도 규모가 큰 노조는 투쟁으로 돌파할 수 있지만, 작은 노조는 투쟁 여건도 마련되지 않는다”며 “대화에 들어가서 내용을 조합원과 공유하고 투쟁을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교섭 안하는 것은 선택폭을 줄인다”

    배강욱 화학섬유위원장은 “교섭을 하지 않는 것은 선택폭을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무원노조가 특별법을 거부한다면 일반법이 될 때까지 민주노총은 대화를 하지 않아야 하며, 대정부 만남을 거부해야 하는 것이냐”고 물으며 “민주노총 안이 정리되지 않았다거나, 준비가 부족하다는 얘기는 불참을 위해 만들어낸 얘기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형근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골프장 경기보조원 조합원들은 최근 사측이 4대보험 가입을 해야 한다며 사업자 등록을 강요받고 있으며, 학습지노조의 서훈배 위원장은 투쟁의 정점에서 구속되는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위기에 처해 있다”며 특수고용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 노사정 대화 참여를 주장했다.

    “민주노총 3분의 2가 반대했다”

    열띤 토론 끝에 조준호 위원장은 “조합원수가 많은 5개 연맹이 반대하는 것은 민주노총 조합원 2/3가 반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정계획을 내겠다”며 “로드맵 폐기와 특수고용직 투쟁 방침을 결의해 배수진을 치자”고 제안했다. 조 위원장은 “다른 연맹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직의 단결을 위해 받아 달라”고 요청하며, “노사정 대표자회의에 들어가는 안건을 폐기하겠다”고 밝히고 논란을 마무리를 지었다. 

    이어 조 위원장은 곧바로 ‘로드맵 저지 투쟁계획안’을 상정했다. 이 계획안에 따르면 정부가 6월 내 로드맵 입법안 제출을 발표하고 있어 이를 저지시키기 위해서는 민주노총의 투쟁이 요구된다. 조 위원장은 “오는 6월 21일을 로드맵 저지 총파업으로 정하자”는 의견을 내놓았고, 중집위원들도 이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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