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급한 여당, 지역주의 발언 위험수위 다라랐다
        2006년 05월 23일 05:28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당초 이번 지방선거의 구도는 한나라당의 ‘노무현 정권 심판론’대 열린우리당의 ‘부패한 지방권력 심판론’의 대결이었다. 그러던 것이 어느 시점에선가 구도가 바뀌어 버렸다. 여당이 ‘거야견제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대략 정동영 의장이 한나라당의 지지율을 ‘마술’같다고 말한 시점을 전후해서일 것이다. 이 때를 즈음해 여당에서는 ‘집토끼 사수론’이 나왔다. 승리는 물 건너갔으니 완패라도 면하자는 발상이다.

    지역주의 언사 위험 수준 육박

    여당의 이른바 ‘집토끼’는 지역적으로 호남이다. 여당의 호남 올인은 지역주의의 경계를 위태롭게 넘나든다.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부산정권’ 발언은 그래서 나왔다. 호남 지역기반 정치의 헤게모니를 견제하려는 여권 내 영남세력의 ‘역지역주의’라고나 할까.

    지난 20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피습사건으로 여당은 사상 최악의 완패를 목전에 두고 있다. 판세가 불리해질수록 여당은 ‘집토끼’에 더욱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지역주의적 언사가 위험수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정동영 의장은 22일 광주지역 언론사 편집국장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선거 끝나고 민주당과 잘해볼 테니 표 좀 달라"는 요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이 말을 전한 천영세 민주노동당 공동선대위원장은 "민주당과 손잡고 다시 호남에서 지역주의 정치를 하겠다는 발상"이라며 "영남지역을 포기하겠다는 뜻이고 사실상 열린우리당을 해체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정동영, "민주당과 잘해볼테니 표 좀 달라"

    정 의장은 23일에도 전북 익산에서 "다른 지역에 가면 열린우리당은 전라북도당이라고 말한다"는 언사를 발했다. "국회의장, 국회의원 11명, 저와 조배숙 최고위원이 전북"이라며 "전북출신 의원들이 당과 정부에서 핵심적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는 전북당이라고 말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물론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가 전북을 차별하고 소외시키고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이 거짓말, 흑색선전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해명하기 위해 나온 발언으로 보이지만 아찔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따지고 보면 문재인 전 민정수석의 말도 그저 지역 주민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었다. ‘전라북도당’이라는 ‘워딩’은 ‘부산정권’이라는 ‘워딩’에 버금가는 자극적인 언사다.

    우상호 대변인은 23일 현안 브리핑에서 한나라당이 박근혜 대표의 피습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영남 등 특정지역에서는 지난번에 박 대표가 광주 유세를 방해받은 일과 이번 피습사건이 같이 엮이면서 적개심을 드러내는 유권자도 꽤 있다는 보고가 올라와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공개했다.

    천영세, "열린우리당 해체 발언이나 마찬가지"

    "박 대표가 광주 유세를 방해받은 일"과 "이번 피습사건"이라는 별개의 사건을 "같이 엮은" 것이 "영남 특정지역"의 유권자인지, 아니면 우 대변인의 해석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암튼 "또 다른 형태의 반목과 대립으로 가는 것 아닌가 우려"하는 시각과는 썩 어울리지 않는 브리핑으로 읽힌다.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그는 "특별한 사건이 있다는 건 아니고 그저 그런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우 대변인의 브리핑을 듣고 별개의 두 사건을 ‘엮게 될’ 유권자도 제법 될 것 같다. 그런 효과를 우려해서였을까. 실제 브리핑에는 들어 있던 이 구절이 나중에 당 홈페이지에 실린 브리핑 문안에서는 빠졌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