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제가 민노당 지지를 간곡히 당부 드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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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5월 23일 11:5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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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십니까.민족문학 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장 이인휘입니다.이번 5.31선거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리고 싶어 편지를 씁니다.지금 이 정부는 매우 수상스러운 표정으로 얼굴을 바꾸고, 매우 위험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권은 사회 양극화 해소가 가장 급선무라고 하면서, 양극화를 대량으로 양산시킬 수 있는 ‘비정규직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해 거품을 머금은 채 안달을 부리고 있습니다.

    군사독재 폭압시절이 생각나 숨이 막힐 지경이었습니다

    게다가 미군기지 확장을 위해 굴욕적인 모습으로 국민의 세금을 공식적으로는 6조 5천억, 비공식적으로는 40조까지 늘어날 수 있는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 부으려고 합니다. 한미 FTA는 어떻습니까?

    정태인 청와대 전 비서관이 밝히 내용은 충격적이기까지 합니다. 일본과의 FTA를 준비하라던 노무현이 어느 날 갑자기 한미 FTA를 내놓았다는 것입니다. 그는 말합니다. 아마도 노무현 정권이 무엇인가 실적을 남기고 싶어 미국의 입장에 적극 동조하는 미국파들의 판단을 따르게 된 것 같다고 말입니다. 한 나라의 운명이 달려 있을 수 있는 이 어마어마한 사업과 사건들을 지금 노무현 정권이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한 방향이 옳지 않다고 많은 사람들이 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은 귀를 닫고 오히려 진실을 외치고 있는 사람들을 탄압하고 있습니다. 지난 번 5월 4일 평택에서 있었던 만행은 탄압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손가락이 잘리고 실명 위기를 겪고 있는 사람 등등 부상자는 수백 명이나 속출했습니다. 작가회의 소속 송경동 시인과 이재웅 소설가 역시 머리에 돌을 맞고, 방패로 찍혀 4바늘, 7곱 바늘을 꿰맸습니다. 가수 정태춘은 어땠습니까? 그는 플래카드에 목이 감긴 채 개처럼 질질 끌려갔습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군사독재 정권 시절의 악랄한 탄압을 고스란히 느꼈습니다. 아, 이 정권이 군사독재 정권 시절의 폭압에 맞먹는 획일적이고 일방통행적인 공권력을 휘두르고 있구나 싶어 숨이 다 막힐 지경이었습니다.
    막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잘못하면 이 나라의 운명이 끔찍한 상황으로 전락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과 같이 정부 정책이 펼쳐진다면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벌어져, 혼란과 갈등과 폭동이 난무하는 어둠의 나락으로 빠져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슬픈 역사의 길,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참으로 슬픈 역사의 길을 걷고 있구나 싶습니다. 박정희 군사정권으로 시작된 불행은 전두환을 거치며 고문과 의문사로 기억되는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6.10항쟁이라는 국민의 힘으로 그들을 몰아냈지만 정권 장악이라는 정치인들의 탐욕으로 우리는 노태우라는 광주항쟁 학살의 주범에게 합법적으로 나라를 넘겨줬습니다.

    그 부끄러운 선상에 있던 김영삼과 김대중은 뒤늦게 자신들의 욕망의 최고치였던 대통령을 해 먹었습니다. 하지만 문민정부니 국민의 정부는 하던 그들의 정권은 어땠습니까? 김영삼의 우리에게 IMF라는 치욕과 고통을 남겼고, 김대중은 그의 측근들이 부정축재를 하도록 눈을 감았고 심지어는 자식들까지 부패에 찌들어 감옥을 들락거리게 만들었습니다.
    그들 탓만은 아닐 것입니다. 진보와 양심을 거들먹거리던 학생, 재야, 노동 등등의 세력들도 비판적 지지니 어쩌니 하면서 또는 그래도 될 사람은 그들뿐이니 해가면서 서로 갈라져 우리의 못난 대통령들을 만들었으니 그 탓도 클 것입니다. 저 역시 그 몫을 한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니 참으로 부끄러울 뿐입니다.

    이젠 생각과 판단을 바꿔야 합니다
    이젠 생각과 판단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기존의 정치세력에 국가의 운명을 맡겨서는 안 된다고 여겨집니다. 민주화 운동을 했다고 자랑스럽게 떠들고 다니는 정치꾼들을 보십시오.

    노동운동을 했다고, 그 시절 고생 많이 했다고 은근히 겸손을 떨며 권력의 맛에 빠져들어 온갖 게걸스러운 모습으로 민주화 운동을 노동운동을 더럽히는 파렴치한 인간들을 보십시오. 그건 386 세대 운운하며 썩은 냄새로 진동하는 정치 강물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나라의 운명을 혈연, 지연, 학연으로 묶어서는 안 됩니다. 또한 필요할 때마다 나오는 구호인, 정당을 보지 말고 그 사람의 됨됨을 보자라는 말을 경계해야 합니다. 현재 서울시장으로 출마한 강금실 씨가 그런 구호로 자신의 입지를 다시 세우려고 합니다. 하지만 보십시오. 강금실이나 오세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오세훈의 깔끔한 이미지가 젊은 세대의 양심적인 이미지로 뒤덮여 강금실을 떨쳐내고 있을 뿐입니다.
    선거 때만 되면 최고로 많이 강조되고 있는 말이 무엇입니까? 저는 ‘개혁’이라는 단어라고 생각됩니다. 모두들 이렇게 말하죠. 제가 이 잘못된 정치를 바꾸고 개혁하겠습니다. 내가 이 나라를 혹은 우리 구민을 살려내도록 썩은 것들을 도려내고 개혁하겠습니다.

    민주노동당이라고 다 잘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제 그 개혁은 너무나 많이 닳고 닳아 아프고, 거짓으로 가득한 초라한 말이 돼 버렸습니다. 왜 그랬겠습니까? 그건 개인이 정말 괜찮은 사람이었어도 그 당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오염된 강물로 빠져 출렁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당의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거짓과 탐욕으로 오염된 강물에 빠져 헤쳐 나올 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나는 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민주노동당을 찍어달라고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민주노동당은 깨끗하냐고 되묻는 분도 계실 겁니다. 저 역시 아니라고 대답 드립니다. 민주노동당 역시 그 안을 들여다보면 더렵혀진 모습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저는 민주노동당을 옹호하고 싶습니다.

    그들은 적어도 기존의 정당처럼 개인의 탐욕과 정당의 탐욕이 맞붙어 돌이킬 수 없는 탐욕의 바다로 떨어질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왜냐면 민주노동당에는 여전히 양심적이고, 이 나라의 운명을 걱정하는 당원들이 많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 분들이 권력을 부리고 있는 국회의원이나 당직자들의 만행을 그냥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지난 2년 동안 국회의원직을 맡아온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나름대로 자신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지금 힘이 없는 곳에 ‘외면’이 아니라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들은 농민들과 함께 아픔을 같이했고, 비정규직 문제로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했고, 미군기지 확장반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민주당 등등 그 어떤 당이 최소한 가난하고 힘없는 약자를 위해 발벗고 나선 적이 있단 말입니까?
    비록 지금은 민주노동당이 힘이 없지만 그 힘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지금부터 차곡차곡 그 힘을 서로가 모아 나가야 다음에 더 큰 힘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부디 이번만큼은, 이라는 말은 하지 마십시오. 그 말은 우리러 하여금 오랫동안 그런 논리에 스스로 속게 만들어 우리의 힘을 깎아내리도록 했습니다. 이번은 아니지만 다음은 분명하게 힘을 낼 수 있도록 힘을 만들어가야 합니다.내 글을 읽고 계신 분들께 다시 한 번 민주노동당 투표를 부탁드립니다. 이번 5.31선거는 매우 중요합니다. 옳은 생각은 아니지만 이번 선거는 이후 있을 국회의원 선거와 대선에 엄청난 다리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역구를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일이지만, 이렇게 나라의 운명이 위태로운 시기에, 이 정권으로 하여금 정치적 타격을 입힘으로써 함부로 나라를 위험한 곳으로 내몰지 못하게 제어하는 역할을 크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민주노동을 위해 한 표를 던져주십시오. 여러분 주변에 있는 분들에게 민주노동당을 찍을 수 있도록 독려해 주십시오.
    저 역시 아주 힘든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 제가 정치라도 할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부담이 있는 이 글을 쓰는 것은 제 나름의 소신과 우리 민족의 앞날이 심각하게 걱정되기 때문이었습니다. 많은 생각들을 해 보시고 여러분 나름의 소신을 펼쳐보시길 바랍니다.
    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과 미안한 마음을 함께 곁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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