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문제
    이재용 경영권 승계와 직결, 대법 쟁점
    심상정 “미국 엔론, 분식회계로 CEO 징역 24년형”
        2018년 11월 15일 03: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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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2015년 회계처리 변경 과정에서 고의로 4조 5000억원의 규모의 분식회계를 했다고 결론 내렸다. 2016년 처음 문제가 제기되고 금융감독원이 특별감리에 들어간 지난해 3월 이후 1년8개월 만이다.

    증선위는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삼성바이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2015년 말 회계기준 변경이 고의 분식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발표했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규모를 총 4조 5000억원으로 추정하고, 법인 검찰 고발과 대표이사 해임 권고, 80억 원의 과징금 등의 제재를 의결했다. 삼성바이오는 주식 거래가 즉시 정지됐고,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오르게 됐다.

    삼성바이오 고의 분식회계 의혹은 참여연대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2016년 국정감사에서 문제를 제기하면서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앞두고 삼성바이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의 주식가치를 높이기 위해 고의적으로 분식회계를 한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논란의 핵심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위를 단독 지배하는 ‘종속회사’에서 미국 바이오젠과 공동 지배하는 ‘관계회사’로 바꿨다는 점이다. ‘관계회사’로 회계기준이 바뀌면 취득가액에서 시장가액으로 가치평가를 하는데, 이를 통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는 4621억원에서 4조 8085억원으로 높아졌다. 과거 4년간 적자였던 삼성바이오는 2015년 말 당기 순이익 규모가 1조 9049억원의 흑자기업으로 돌아섰다.

    제일모직은 이재용 부회장이 지분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핵심적 회사다. 제일모직은 삼성바이오를 갖고 있고 삼성바이오는 에피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기 때문에 에피스의 가치평가에 따라 제일모직의 가치평가도 달라진다.

    증선위는 2012~2014년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젠사와 공동지배하는 ‘관계회사’로 규정했어야 한다며, 이 때에도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2012~2013년에는 회계처리 기준 위반의 동기를 ‘과실’로, 2014년은 ‘중과실’로 결정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2년 설립 당시부터 공동지배 회사여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나중에 이를 인지했다면 재무제표를 수정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고 오히려 2015년 회계기준을 바꿔 적자회사에서 흑자회사로 변모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앞서 삼성바이오는 에피스 합작사인 미국 바이오젠의 콜옵션(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을 2014년에야 공시했고, 2015년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로 지배력이 상실될 수 있다며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변경했었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에 관여한 삼정회계법인에 대해 중과실 위반으로 과징금 1억7000만원을 부과하고 삼성바이오의 감사업무를 5년간 제한하며, 회계사 4명의 직무정지를 건의했다. 안진회계법인에 대해서는 ‘과실’로 인한 위반으로 보고 삼성바이오의 감사업무를 3년간 제한키로 했다.

    삼성·안진회계법인에 대한 처분이 지나치게 약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1조 4천억 원의 분식회계가 드러난 미국 기업인 엘론의 회계법인 아더앤더슨은 완전히 해체된 것과 비교한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것이다.

    김경률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15일 오전 KBS 라디오 정준희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다른 회사 감사를 하지 못하는 것 내지는 삼성그룹 전체를 감사 못하는 것도 아니고 삼성바이오로직스만 5년간 하지 말라는 거다삼성은 수십수백 개의 회사가 있고 다른 회사 감사 내지는 컨설팅 용역들을 줄 수 있다이건 거의 솜방망이 처분이라고 비판했다김 집행위원장은 사견을 전제로 행정 심판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위한 도피처를 사전에 마련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증선위 결정에 따라 삼성바이오 주식은 당분간 거래가 정지되며, 한국거래소의 상장 실질 심사를 받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결정에 유감을 표명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 고의 분식회계 의혹이 2년 만에 사실로 밝혀지면서, 고의 분식회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 작업과 연관된 것인지 여부를 밝히는 것이 향후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증선위의 고발에 따른 검찰 수사 또한 이재용 부회장이 자신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고의 분식회계를 지시했는지 여부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청탁 등을 한 혐의를 다루는 3심 재판에도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경률 집행위원장은 삼성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이 이번 사건의 파장으로 이재용 회장의 승계에 미칠 영향일 것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유가 뇌물 부여가 승계를 위한 것으로 판단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이번 분식 사건의 판정으로 합병 과정상장분식회계가 하나의 사건이라는 게 밝혀졌다서로 얽히고설켜서 원인이 되고 결과가 되고 또 결과가 원인이 되는 사건이다따라서 승계를 위한 뇌물이 아니었다는 2심 판단은 대법에서 파기 환송되어서 고법에서 새로운 증거들금융위의 판단들과 더불어 새로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화면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15일 오전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는 단순히 삼성바이오만의 문제가 아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가치평가를 높이려는 의도였다는 의구심이 있다. 이는 결국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한 것이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의 전반적인 경영권 승계가 흔들릴 수 있는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채 의원은 이 부회장의 3심 재판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삼성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합병에 반대하면 안 될 수도 있었던 상황이라 국민연금의 찬성표가 너무나 필요했다”며 “이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서 국민연금이 찬성을 해달라는 것을 청탁했을 것이고, 그 대가로 뇌물을 줬을 것이라는 부분에 대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번 증선위 결론으로) 대법원에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과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이 모두 이제 두 분에게는 불리해지는 결론으로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 고의 분식회계가 사실로 드러난 데엔 시민단체와 일부 국회의원들의 끈질긴 노력이 있었다. 2016년 11월 심상정 의원과 참여연대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찬성한 결정이 비상식적이었다는 점을 짚으며, 삼성바이오의 고의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했다. 참여연대 도 이 건과 관련해 분석 보고서 등 수십 건의 보도자료를 내며 꾸준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의 요청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3월에 특별감리에 들어갔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는 회계변경 건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해왔다. 앞서 증선위는 이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는 결정을 내려 ‘삼성 봐주기’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던 중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삼성이 합병 과정에서 삼성바이오의 가치평가액이 부풀려진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명백한 증거가 담긴 내부 문건을 폭로했다. 삼성이 일관되게 해온 해명이 모두 거짓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심상정 의원은 15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증권선물위원회의 결정은 재벌개혁의 작은 단추 하나가 채워진 것”이라며 “이제 세간에 삼성을 위한 삼성위원회라는 불명예 딱지를 금융위원회 스스로 떼어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평가했다.

    심 의원은 “이번 삼성 바이오로직스 4조 5천억의 분식회계가 어느 정도 심각한 문제인지 궁금하다면 미국의 엔론 사태를 보면 알 수 있다. 2001년 미국 기업 엔론은 당시 1조 4천억 원의 분식회계가 드러나서 붕괴됐다. CEO인 제프 스킬링은 24년 4개월의 징역형을 받았다”며 “미국이 금융과 자본시장의 선진국으로 인정되는 이면에는 이런 원칙을 세우는 혹독한 과정을 통해서 신뢰라는 사회적 자산이 축적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벌의 불법 승계 관행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삼성은 청와대와 부당거래를 했고, 국민의 노후자금이 동원되고 또 경제 질서는 심각하게 교란됐다”며 “우리나라 대표기업인 삼성이 강력한 기득권을 이용해서 정경유착과 부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는 아마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심 의원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금융당국의 혁신도 주문했다. 그는 “기업의 내부통제나 회계 및 자본시장 감독이 부실하면 금융시장의 신뢰도는 하락하고, 그 결과 자본시장의 발전은 요원할 것”이라면서 “금융당국이 원칙을 바로 세울 때 자본시장의 발전은 물론이고 국민적 신뢰가 쌓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분식회계는 자본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범죄행위”라며 “철저한 수사를 통해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분식회계사건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일을 이 지경까지 올 때까지 방치한 금융당국의 책임,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의 엄정한 판결, 삼성물산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조사 등의 숙제가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분식회계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문제이며, 결국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과 직결된 문제임을 낱낱이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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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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