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유독물질 배출, 벌금은 정부가?
By tathata
    2006년 05월 22일 01:4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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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최근 정부가 한미FTA 협정에서 추진하고 있는 ‘투자자 – 국가 소송제도’가 체결되면 환경, 노동권 등의 각종 규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미FTA 체결로 중소기업과 국가기간산업의 붕괴와 함께 노동자의 실질임금의 급격한 하락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소기업과 국가 기간산업 붕괴, 실질임금 하락

정 전 비서관은 22일 한국노총에서 열린 ‘한미FTA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의 강연에서 지난 4일부터 16일까지 멕시코를 둘러보고 경험을 전하며, 미국과 멕시코의 나프타 협정체결 이후 멕시코의 경제사회의 현황과 실태를 소개했다.

   
 

그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미국의 FTA 가운데 가장 강력한 효과를 가져온 온 것으로 한미FTA의 영향을 명백하게 들어낼 수 있다”고 소개하고, 투자자 – 국가 소송제도(investor-state claims)의 폐해와 마낄라도라의 사례를 들었다.

투자자 – 국가 소송제도는 최근 한미FTA 대국회 보고서에서 “투자국과 투자유치국 정부 사이에 투자 관련 분쟁이 발생할 경우 국내 사법절차 또는 국제중재를 이용한 적법 분쟁해결 절차를 보장”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한국 정부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제도는 투자자가 정부를 상대로 기업 활동에 불이익이 되는 각종 관련법이나 조항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으로, 멕시코와 캐나다는 1994년부터 나프타를 체결하면서 도입했다. 기업은 유엔 산하 국제무역법위원회나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본부에 제소를 할 수 있다.

정 전 비서관은 “(미국의) 메탈 콜래드 회사는 독성물질을 방출해 인근 지역의 상수도를 오염시키고, 인체에 유해한 쓰레기를 배출해서 멕시코의 지방자치단체가 이 회사에게 쓰레기를 처리하라는 등의 지시를 내렸지만, 메탈 콜래드 회사는 오히려 유엔에 제소했다”며 “그 결과 멕시코는 350만달러의 벌금을 물게 됐다”고 말했다.

기업 이윤 확보가 국가 정책보다 우위에 있는 FTA 협정논리

그는 또 “미국기업이 캐나다에서 신경유독물질을 방출해 정부는 제재를 가했으나 기업은 제소로 맞받아쳐, 유엔은 캐나다 정부에 1,300만 달러의 벌금을 매겼다”며 “미국기업이 사업을 하다가 불이익을 당하면 해당정부는 규제를 철폐하든지, 벌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 – 국가 소송제도는 “투자 안전보장이라는 이면에 기업의 이윤 안전보장이라는 목적이 자리 잡고 있으므로 외국기업이 제소를 하게 되면 정부는 벌금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그는 “이 제도는 노동시장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외국기업은 최저임금 이하로 임금을 주려하거나 노동에 대한 각종 안전장치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정 전 비서관은 또 “멕시코는 나프타 체결 이후 수출이 300%이상 늘어나고, 미국의 직접투자가 증가해 8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됐지만,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저하돼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내수용 중소기업은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고용은 창출됐다. 하루 12시간 노동 월급 40만원 잠은 닭장 집에서

그는 멕시코의 마낄라도라 도시를 예로 들면서 “지엠, 도요타, 혼다 등 세계 유수의 기업이 이 도시에 들어와 고용을 창출했지만, 이들이 받는 월급은 하루 12시간을 일하고도 한국돈으로 30~40만원에 불과하고, 그들의 주거공간은 1980년대 한국의 닭장 집을 연상케 했다”고 전했다.

나프타는 멕시코 농업의 붕괴도 초래했다. 정 전 비서관은 “미국의 농업보조금 지급은 나프타 체결조항에서 제외돼 가격우위를 선점한 미국 농산물은 멕시코의 농업을 무너뜨렸다”며 “멕시코의 대표적인 곡물인 옥수수가 무너져 멕시코인들이 즐겨먹는 또띠아(만두피의 일종)는 미국 옥수수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토마토와 야채 등 일부 농산물을 제외하고 농산물은 모두 미국에 내주고 말았으며, 이들의 종자도 미국에서 들여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비서관은 “마낄라도라를 제외한 멕시코 전역은 나프타로 인해 국내산업이 붕괴 직전에 놓여 있어 농촌을 이탈한 주민들이 도시로 들어가 슬럼가를 형성하거나 대규모 이민을 강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간산업의 민영화로 인해 통신비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으며, 일부에서는 석유산유국임에도 불구하고, 민영화로 전기값을 감당하지 못해 이웃집의 전기선을 훔쳐 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산유국이지만 관련 산업 민영화로 서민들 전기값 감당 못해

정 전 비서관은 또 "민영화로 인해 도시의 외곽으로 가는 철도는 끊어지고, 물값도 비싸 사회공공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했으며 “금융기업의 인수합병으로 인해 멕시코 예금의 80%를 미국은행이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한미FTA가 체결되면 멕시코의 마낄라도라처럼 직접투자와 실질임금 하락 현상이 한국에서도 그대로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금융과 서비스 분야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인수합병과 구조조정으로 대량해고가 발생하며, 공기업은 민영화 압력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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