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력근로제 확대로 경제 활력?
    장시간노동, 노동조건 악화, 임금삭감
    민주노총, ILO 핵심협약 비준 등 8대 입법과제 발표
        2018년 11월 08일 04: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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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은 여야정이 장시간 노동을 합법화하는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를 합의한 것에 대해 “지금 정부와 국회가 할 일은 ‘개악’이 아니라 노동기본권 보장 노동법 개정”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8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력근로제 기간확대 노동법 개악 저지와 ILO 핵심협약 비준 등 8대 입법과제를 발표했다.

    민주노총이 11월 국회에 요구하는 8대 입법과제는 ▲ILO 기본협약 비준과 노조 할 권리 보장 노동법 개정 ▲노후소득 보장과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국민연금법, 고용보험법 개정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및 제대로 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산입범위확대 최저임금법 재개정 ▲제대로 된 사회서비스원 설립을 통한 공공성 확보 ▲초기업단위 산별교섭 제도화 ▲위험의 외주화 금지. 산재사망 기업 처벌강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이다.

    민주노총 기자회견 모습(사진=노동과세계)

    민주노총은 “핵심 국정기조로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 소득주도성장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과 노동공약이 표류하다 못해 실종되고 있다”며, 최저임금 1만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 노동시간 단축 등 핵심 노동공약이 사실상 파기됐다고 짚었다.

    특히 민주노총은 주52시간 노동시간 시행을 6개월이나 유예한 상황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여야정이 합의, 추진하는 것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주52시간 상한제를 누더기로 만드는 개악”이라며 “노동시간 단축과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에 정면으로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여야정이 합의한 대로 탄력근로 단위기간이 확대 되면 최대 3개월까지만 가능했던 주 64시간 장시간 노동이 6개월에서 1년까지 가능해진다. 단위기간이 6개월까지 확대되면 일이 없는 시기에 주 40시간을 일한다고 쳐도 12주 연속 60시간을 일해야 하고, 1년으로 단위기간이 확대되면 연중 몇 개월까지도 주당 62시간 장시간 노동이 가능해진다.

    장시간 노동, 노동조건 악화 그리고 임금도 삭감

    장시간 노동과 함께 임금삭감도 뒤따른다. 일이 많은 시기에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해서 일하더라도 연장수당도 받지 못한다. 재계가 오랜 기간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요구하는 반면, 노동계는 ‘장시간 노동 합법화 수단’이라고 막아섰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민주노총은 “안정된 노동시간과 노동조건이 아니라 불규칙한 노동시간으로 노동자의 건강이 위협받고 노동조건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사업주의 배만 불리는 개악”이라고 질타했다.

    현장 노동자들도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추진에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곽형수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수석부지회장은 “가전수리 성수기에는 주 6일 하루 10시간 넘게 일한다. 여름 땡볕에서 많게는 10번까지 용접하고 나면 몸이 녹초가 된다”며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확대되면 우리는 극성수기인 여름 3개월, 성수기 전체인 5개월 간을 주 60~70시간 일해야 한다. 장시간노동과 살인적 노동강도로 산재 위협에 놓인다. (이 제도로 인해) 그나마 손에 쥐었던 시간외 수당도 빼앗아 가는 것”이라며 절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오세윤 화학섬유식품노조 네이버지회장은 “탄력근로제는 장시간노동 합법화일 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와도 어울리지 않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네이버는 장시간노동에 따른 문제점을 노사합의로 풀어가고 있었는데, 정부가 사용자 말만 듣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늘린다고 한다. 이는 대화를 강조하던 정부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김성태 원내대표 등은 이달 20일까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하고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두 원내대표는 “경사노위에 시한을 주고 합의를 도출하도록 요청해서 가능하면 그렇게 합의를 토대로 처리하고, 만약 노사 간 합의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들면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며 “노사정위원회 논의 시한은 11월 20일까지”라고 밝혔다.

    사실상 경사노위의 합의와 별개로 여야가 일방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경사노위 참여를 확정짓지 못한 민주노총은 물론, 한국노총도 반발하고 있는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에 반대하고 있어 경사노위 내에서의 합의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양대노총 위원장은 내일인 9일 국회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추진에 공동대응하기 위해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합의 이후 정부와 여당은 연일 민주노총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6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교조와 민주노총은 더 이상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민주노총은 이제 상당한 사회적 책임을 나눠야 하는 힘 있는 조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홍영표 원내대표도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동계는 무조건 반대하지 말고 사회적 합의를 위한 대화에 응해 주기를 바란다. 사회적 대화에 응하지 않으면서 개악이라고 반대만 하는 것은 책임 있는 경제주체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노동법 개악, 노동정책 후퇴와 공약조차 이행하지 않는 자신의 책임과 잘못을 가리기 위한 교묘한 물타기 정치공세”라며 “노동조합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조차 없는 무지하고 오만한 말”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가 할 일은 개악이 아니라 노동기본권 보장,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개혁입법”이라며 “민주노총의 사회적 책임을 말하기 전에 ILO핵심협약 비준, 비정규직 제로시대 선언, 최저임금 1만원과 노동시간 단축 등 자신의 정책과 공약이행에 대한 책임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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