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간선거: 20대 여성,
무슬림 하원의원의 등장
민주적 사회주의 연합(DSA)의 약진
    2018년 11월 08일 01:0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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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공화당으로부터 다시 하원을 탈환했다. 435석 전원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230석(과반 218석)을 차지해 트럼프의 남은 임기 2년 동안 독주를 막을 수 있게 됐다.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선택한 것은 트럼프의 마이웨이식 국정운영, 즉 일방주의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전국민의료보험인 ‘오바마케어’'(ACA)를 일방적으로 폐지한 것에 대한 분노가 높은 투표율로 나타났다. (관련 기사 링크)

블루 웨이브(Blue Wave)

기록적인 사전투표율이 하원 탈환의 결정타였다. 선거가 시작되기도 전에 사전투표율이 대부분의 주에서 지난 중간선거의 투표율을 이미 넘을 정도로 폭주했다. 이런 현상은 블루 웨이브층이 결집한 것 때문이다.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을 의미하기도 하는 블루 웨이브는 대표적으로 히스패닉, 아프리카-아메리칸 등과 같은 유색인종과 청년층, 여성들을 뜻한다.

블루 웨이브에서도 여성들의 반격이 결정적이었다. 지난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보다 트럼프에게 더 높은 지지를 보냈던 여성들이 대거 등을 돌렸다. 트럼프의 계속되는 추문과 막말에 한마디로 질렸다는 것이다. 공화당 전국위원회에서는 여성 유권자에게 자극적인 언사와 행동을 자제하라고 수차례 주문할 정도였다. 유색인종이 대거 투표소로 향한 이유는 오바마케어의 부활과 반난민 정책에 대한 일종의 경고였다.

샤이 트럼프(Shy Trump)

트럼프는 하원을 내줘 2년 동안 험난한 국정운영이 예상되지만 상원은 지켜 최악의 사태는 피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의 일등공신이었던 샤이 트럼프, 즉 부끄러운 숨은 지지층이 이번에도 어느 정도 힘을 발휘한 결과였다. 사전투표율이 계속해서 뛰어오르며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할 것이라는 언론들이 보도가 이어지자 샤이 트럼프층이 움직인 것이 상원은 수성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트럼프는 기존의 상원의석 51석을 53석으로 늘린 것은 ‘대승’이라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하지만 하원의원 선거와 달리 상원의원 선거는 민주당에게 구조적으로 불리한 구도인 탓도 있다. 상원의석 100석 중 35석만 새롭게 치르는 선거에서 민주당이 수성해야 할 곳은 26석으로 9곳에 불과한 공화당에 비해 크게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었다. 트럼프는 하원 수성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실해지자 상원선거 백중지역에 유세를 집중하면서 이미 예상됐던 결과였다. 하지만 2년 후 대선에서는 상원선거 구조가 정반대라는 것이 공화당에게는 악재다.

민주당 집회에서의 샌더스와 코르테즈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이번 하원선거에서 떠오르는 스타는 단연 뉴욕주 14선거구에서 당선된 민주당의 오카시오 코르테즈였다. 오카시오 코르테즈는 선거가 시작되기도 전에 미 전역의 유명인사였다. 당내 경선에서 오카시오 코르테즈는 10선의 조 크롤리를 이겨 민주당 지도부를 경악시켰다. 조 크롤리는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의 뒤를 이을 것으로 전망될 정도로 거물이었다. 게다가 조 크롤리는 차차기 대권주자 중에 한 명으로 이름이 거명되면서 승승장구하는 중이었다. 조 크롤리는 단 한 번의 방심으로 정치생명이 끝을 맺었다.

오카시오 코르테즈의 도전 자체가 화제였다. 조 크롤리의 기반이 워낙 막강해 흔한 당내 경선에 나서는 인물들도 그동안 없을 정도였다. 이력도 화제였다. 레스토랑 파트타임 노동자로 일할 정도로 무명인사 그 자체였다. 그런 오카시오 코르테즈가 당내 경선에 나서자 언론에서는 ‘해프닝’ 수준으로 취급했다. 경선을 한 달 앞두고 압승이 아니라 추격권이라는 여론조사가 이어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역전의 발판이 된 것은 미국 최대의 사회주의자단체 민주적사회주의자(DSA)와 진보단체들의 전폭적인 지지였다.

DSA는 지난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의 전위부대로 활약하면서 막판까지 힐러리 클린턴의 진땀을 빼게 한 단체였다. DSA가 이번에는 민주당 당내 경선에 개입한 것이다. 오카시오 코르테즈는 DSA 회원으로 대선에서 버니 샌더스의 전위부대로 활약한 개미군단의 일원이었다. 조 크롤리가 워낙 거물인 탓에 공화당이 후보조차 내지 못할 정도여서 오카시오 코르테즈가 당내 경선을 통과한 것은 곧 당선이었다. 해프닝에서 전국구 인물로 거듭난 오카시오 코르테즈는 자신의 선거구를 비워두고 진보적인 후보들의 지원유세를 다녀야 할 정도였다. 버니 샌더스의 후예가 언젠가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는 일이 꿈만은 아니다. 오카시오 코르테즈는 역대 최소 여성하원의원이라는 전리품을 덤으로 가져갔다.

민주적 사회주의 연합(DSA)

지금 미국에는 하나의 유령이 떠돌고 있다. 민주적 사회주의라는 유령이. DSA에서 활동하는 회원들이 대거 경선에 나서면서 민주당을 긴장시켰다. 해프닝은 곧 돌풍이 되면서 미 전역을 뒤흔들었다. DSA가 출마한 회원들을 지역 진보단체와 연대해 또 하나의 선거를 치르자 오카시오 코르테즈와 같은 무명의 인물이 당선되거나 곳곳에서 접전을 벌였다. 오카시오 코르테즈가 파란을 일으키면서 이번에는 DSA가 다시 주목을 받았다.

DSA는 지난 대선에서 버니 샌더스를 지지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전국적으로 활동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열정이 상상을 초월해 한때 버니 샌더스가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였다. 버니 샌더스의 활약으로 DSA의 회원들이 급증하면서 새로운 계기를 맞게 됐다. DSA의 회원들이 민주당 당내 경선에 대거 뛰어들면서 ‘좌클릭’을 시도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이 내세우는 공약은 대체로 블루 웨이브의 요구와 일치한다. 오바마케어의 복원, (국)공립대학 무상교육 같은 내용들이다. 블루 웨이브가 기존의 민주당 후보들 대신에 DSA 후보들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최초의 무슬림 하원의원

오카시오 코르테즈와 마찬가지로 예상을 뒤엎고 미시간주 13선거구에서 당내 경선을 통과한 인물이 라시다 탈리브였다. DSA의 회원인 라시다 탈리브는 공개적으로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면서 당내 경선을 돌파했다. 민주당 현역의원이 약체여서가 아니라 오카시오 코르테즈 선거구처럼 공화당이 후보조차 내지 못할 정도였다. 게다가 라시다 탈리브는 팔레스타인 이민자 2세 출신의 무슬림이다. 무슬림 ‘여성’이 하원의원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DSA와 진보단체들의 엄호를 받은 소말리아 이민자 오말리도 당내 경선을 통과하고 미네소타주에서 하원의원에 손쉽게 당선됐다. 내전을 전전했던 오말리는 10대에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망명했다. 오말리는 트럼프의 무슬림 공격과 반난민 정책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오말리 역시 무슬림이어서 하원에 첫 여성이 등장한 것은 두 명으로 늘어났다. 유명 미국 드라마 섹스앤더시티(Sex and the City)에 출연해 스타덤에 오른 신시아 닉슨은 뉴육주 상원의원 당내 경선에서 거물 정치인 쿠오모의 벽을 넘지 봇하고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필자소개
인문사회과학 서점 공동대표이며 레디앙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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