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의 노동계 압박,
민주당 약속 못 믿는 이유
민주당,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 이어 탄력근로제 확대도 강행하나
    2018년 11월 07일 02: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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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장시간 노동 합법화’ 우려가 있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추진을 위해 또 다시 노동계를 압박하고 있다. 앞서 홍영표 원내대표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골자로 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 처리도 주도한 바 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대해 “노동계는 무조건 반대하지 말고 사회적 합의를 위한 대화에 응해 주기를 바란다. 사회적 대화에 응하지 않으면서 개악이라고 반대만 하는 것은 책임 있는 경제주체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내부 이견으로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면서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는 한국노총만 참여한 상태다. 홍 원내대표의 ‘반대만 하는 노동계’라는 표현은 민주노총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노총 입장에서 노사정이 모인 사회적 대화기구 참여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민주노총은 과거 정부에서도 사회적 대화기구와 같은 논의기구에 참여한 적이 있지만 번번이 정부 주도 하에 개악안이 처리돼왔다. 노동계의 반대에도 법안 처리를 강행해놓고 사회적 대화기구에 노동계가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미완성 논의를 사회적 합의로 포장해온 것이 노사정이 모인 사회적 대화기구의 습성이었다. 민주노총 내부에선 과거 이러한 경험 때문에 ‘민주노총이 들러리를 서는 사회적 대화기구엔 불참해야 한다’는 견해가 상당하다.

이번에도 정부여당은 민주노총에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며 경사노위 참여를 압박하고 있다.하지만 정부와 국회의 모임인 여야정협의체는 이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합의해놓은 상황이다. 입법 권한이 있는 국회가 합의한 사안이라고 못 박은 홍 원내대표의 말로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가 더욱 어려워지게 된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여야정 협의체 회의에서 여야가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을 위한 보완입법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에 대해 두고 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탄력근로제 확대는 지난 2월 말 환노위에서 법정 근로시간에 대한 근로기준법을 통과시킬 때 여야가 추후 논의하기로 합의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여야정 협의체는 물론 국회 관련 상임위에서도 이미 합의한 사안이라는 점을 거듭 부각한 것으로 읽힌다. 이는 민주노총 내부에 확산된 ‘노동계 들러리론’에 오히려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다. 홍 원내대표의 말로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가 더욱 어려워지게 된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가장 좋은 해법은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사노위를 통해 경영계와 노동계가 논의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탄력근로제 확대가 재계의 오랜 요구였던 점을 감안하면 경사노위 내에서의 논의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는 노동계 입장에선 경사노위 참여에 거리두기를 할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은 지난 6일 성명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라는 결론을 내려놓고 사회적 대화 운운하는 것은 사회적 대화를 노동법 개악을 위한 징검다리로 생각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고, 한국노총은 “탄력근로제 확대합의는 사회적대화에 찬물을 끼얹는 정치적 야합”이라며 “정치권은 사회적 갈등을 대화로 풀려는 한국노총의 노력에 재를 뿌리며 노동자들을 또다시 길거리 투쟁으로 내몰고 있다”고 반발했다.

아울러 홍 원내대표는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으로 인해 노동시간 단축 효과를 없앨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근로시간 단축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업종별 차등 적용이나 노동자의 휴식권 보장 등 보완조치를 둔다면 충분히 합의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민주당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인해 저임금 노동자 피해가 예상된다는 노동계의 반대에 “저임금 노동자 보호장치가 있다”, “저임금 노동자 피해보전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주장으로 맞서며 법안 처리를 강행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학교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 임금삭감을 목전에 두고도 정부와 여당은 피해보전대책은커녕 예산조차 배정하지 않은 상태다. 최근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피해보전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며 정부를 상대로 한 총파업까지 결의한 상태다. 장시간 노동을 합법화하는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이 “근로시간단축 취지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민주당 지도부의 약속을 믿을 수 없는 이유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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