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의 정책으로 세마리 토끼 잡는다
        2006년 05월 21일 11:4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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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임은 열린우리당 고양시장 후보다. 지난 4월 입당해 당의 전략공천을 거부하고 경선을 통과했다. 우리나라 첫 여성총리를 배출한 고양에서 첫 여성시장이 되겠다는 김유임 후보는 정책적으로는 ‘교육시장’을 내걸고 있다. 시·분을 나눠 쓰는 그의 선거운동 일정에 동행했다.

    세 마리 토끼 잡는 교육 정책

       
      김유임 열린우리당 고양시장 후보    

    새벽 6시, 늦어도 6시 30분에는 김유임 후보의 하루 선거운동 일정이 시작된다. 정발산 약수터 인사, 배드민턴 동호회, 출근길 인사로 아침을 맞는다. 본인이 엄마고 아내이다 보니 아침밥을 챙겨줄 사람도 따로 없고 챙겨먹을 시간도 없다.

    하루 종일 김 후보의 발이 되는 하얀색 6인승 봉고차에는 콩, 해바라기씨 등 여러 가지 영양 곡식(?)과 한 입 크기로 잘라진 과일을 담은 찬합이 비치돼 있다. 그를 지지하는 이들이 챙겨준 것이다.

    동구청 성년의 날 행사에 이어 가족상담센터를 방문하고 나오는 김유임 후보를 만났다. 잠시 마주서 명함을 건넬 시간도 없이 선거운동 차량에 올랐다. 수행비서에게 이동 중 들를 수 있는 인근 초등학교를 직접 일러주고 나서야 인사를 나눌 여유가 생겼다. 김 후보는 선거운동으로 하루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과 만나고 그 수만큼 반복했을 대표 멘트로 먼저 말문을 열었다.

    “‘살림정치’를 하려고 한다. 교육에 대한 집중투자로 경제도 살리고 신구도시 불균형도 해소하는, 3마리 토끼를 하나의 정책으로 잡자는 것이다.”

    중학교 1, 2학년 두 아이의 엄마이자 고양시의원 8년차인 김유임 후보는 ‘교육’이 고양시의 비전임을 강조하며 ‘교육시장’으로 나섰다. 혁신고등학교 단지인 ‘드림캠퍼스’ 조성과 현재 고양시에 위치한 국립암센터 부설 국립의료전문대학원 설치가 그의 대표 공약이다. 국립의료전문대학원 설치, 국내 유수 병원 유치, 임상실험단지 조성 등으로 향후 의료와 제약이 결합된 BT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단지를 일산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한 덕양구에 위치시켜 고양내 지역불균형도 해소한다는 주장이다.

       
    ▲ 김유임 후보가 이동 중 유세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김 후보는 시의원 시절 ‘교육지원 계’를 만들어 교육 예산 증액의 시스템을 만들었으며 교육경비 보조금 지원 확대를 요청, 학교 급식 시설과 환경 개선에 일조했다. 전국 최대 규모로 올 11월 완공될 주엽어린이도서관을 유치했는가 하면 학교 급식에 고양시에서 나는 쌀과 우수농산물을 사용토록 했다.

    인근 초등학교 앞. 뛰는 듯 앞서 걸어가는 그를 쫓았다. 수업 시간이어서 빈 교무실 책상 위에 명함을 올려놓는다. 교장 선생님에게도 그의 ‘세 마리 토끼를 잡는 교육 정책’ 설명이 이어졌다. “챙겨보고 있으니 굳이 안 찾아오셔도 된다, 공무원이라 도움이 될 게 없다” 하면서도 교장 선생님은 지역의 교장들이 만나는 모임 자리 일정을 넌지시 알려준다. 그렇게 순식간에 인근 초등학교 2곳을 돌았다.

    정당공천제에 부딪힌 무소속 후보들의 고민 

       
    ▲ 김유임 고양시장 후보가 시민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다음은 고양시학원연합회 체육대회다. 연합회 관계자가 노무현 대통령이 공언한 ‘방과 후 학교’ 때문에 학원 원장들 민심이 안 좋다는 귀띔을 해줬다. 점심을 먹고 있는 원장님들께 일일이 명함을 나눠주고 마이크를 잡았다.

    “교육시장으로 고양시 교육수준을 강남 수준으로 높이겠다, 시장이 되면 학원에 대해 많이 지원하도록 하겠다.” 차량으로 돌아오며 김 후보가 말했다. “방과 후 학교는 해야 하는데….” 법정을 나오며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말했다던 갈릴레오가 생각났다.

    고양여성민우회, YMCA 소비자상담실, 고양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에서 활동해온 김 후보가 열린우리당 시장으로 출마하게 된 이유는 뭘까. 98년 그를 포함한 여성민우회 후보들이 국민회의 후보로 나선 후, 정당이 해산되기까지 “발목 잡혔다”는 평가를 스스로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시민단체들은 98년, 2002년 지방선거에서 의회 전략을 펼쳐왔다. 시민사회단체에서 1년 동안 운동을 펼쳐도 안 되던 것이 의회에서는 보다 빨리 정책을 마련할 수 있고 진행상황을 알 수 있었다. 이번 2006년 5.31 선거에서는 의회 과반수 획득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정당공천제가 도입되면서 많은 후보들이 중간에 그만두게 됐다. 나는 지역에도 정당 정치가 정착돼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열린우리당에서 제안이 왔고 의회 과반수보다 시장의 역할이 클 수 있다는 점에서 입당을 하고 고양시장에 출마하게 됐다.”

    김유임 후보는 2006년 의정보고서에서 민주화 운동, 시의원 등 활동이 “요구받는 역할이 있었고 그것을 수용한 것은 제게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도 요구받은 역할을 수행하기로 마음먹은 모양이다.

    그리고 그가 말한 대로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낼 수 있는 결정”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 후보는 당초 열린우리당에서 전략 공천 후보로 결정됐지만 이를 고사하고 경선을 치렀고 58.98%의 지지율을 얻어 후보로 확정됐다. “경선을 요구하는 그룹이 있었고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열린우리당에는 다양한 그룹이 있고 상향식 공천을 중요하게 여긴다. 지지도가 낮으니까 효율성 위주로 가는 것 같다.”

    열린우리당 부진…승패를 내려놓았지만

       
    ▲ 김유임 고양시장 후보가 고양 YWCA 황혜숙 전 회장을 만나 담소를 나누고 있다.

    “간식인 줄 알았다”는 김밥과 샌드위치 몇 조각으로 점심을 때우고 고양 YWCA가 마련한 호수공원의 꿈틀축제를 찾았다. 초중고생들이 참여하는 축제로 정작 표를 줄 19세 이상 성인은 거의 없었다. 그래도 학생들을 잡고 “아줌마가 고양시장 후보로 나왔거든, 부모님께 여성시장이 나왔다고 말 좀 해줘”라며 일일이 인사를 하고 다녔다.

    한편 열린우리당 경기도지사 진대제 후보의 부인도 호수공원을 찾았다. 학생들에게 명함을 나눠줄 것을 제안하는 김 후보 측을 진 후보 부인이 말렸다. 학생들에게 명함을 나눠주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라고 했다. 모르고 선거법 위반하는 후보도 많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서 1년에 1~2번 열린다는 장총 공원의 점프 벼룩시장을 찾았다. 당초 일정을 취소하더라도 사람들이 모이는 벼룩시장으로 갈 것을 김 후보가 강력히 요구했다. 지역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조그만 휴대용 마이크를 어깨에 걸고 흥정이 한창인 시민들 옆에서 “고양시장 후보 기호 1번 김유임입니다”며 그의 교육 정책과 교통 정책을 열심히 설명했다.

    저편에서 한나라당 고양시장 후보인 강현욱 현 시장 역시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벼룩시장을 돌고 있다. 더운 날씨에 웃옷을 벗고 소매까지 걷어 부친 모습이다. 두 후보는 악수를 하며 간단한 안부를 묻고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평소 운동원을 여럿 대동하는 것을 꺼리던 김 후보이지만 이처럼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서 많은 선거운동원을 거느린 상대후보의 존재가 적잖은 부담이 됐나보다. 함께 한 운동원들에게 어서 명함을 돌리라고 독려하는 모습이 조금은 초조해보였다. 그 역시 더운 날씨에 웃옷을 벗고 부지런히 유세를 뛰었다.

       
    ▲ 김유임 후보가 선거운동 중 한나라당 후보인 강현욱 현 시장을 만났다.

    호남 출신 지역민들의 체육대회에서 뜻밖의 점심 환대를 받았다. 정자에 앉아 생선으로 끓인 미역국에, 보쌈에, 호남 손맛에 인심이 더해져 후보는 물론 선거운동원과 기자까지 뒤늦은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하지만 김 후보가 윷놀이 판을 찾은 사이, 그들이 조심스레 속내를 이야기했다. “열린우리당이 워낙 못하니까. 호남 출신 20%만 찍어도 당선인데 이제 그렇게 뭉쳐지지가 않지. 강현욱 시장이 잘한 게 하나 없는데도 다른 데 찍을 데가 있어야지.”

    김유임 후보는 현재 강현욱 한나라당 후보에 비해 지지율에서 다소 뒤지는 상황이다. 열린우리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김 후보는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정당공천제로 “정당간 싸움이 후보간 싸움이 된다는 것”이다. “유권자들이 중앙정치와 지방정치에 차별성을 느끼지 못한다. 지방에서는 지자체의 예산 등에 대한 정보를 볼 수 있는 네트워크가 없는 반면 중앙만 언론을 통해 부각되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승패는 마음에서 내려놓았다”며 “즐겁게 선거를 치르려고 한다”고 말했다. 물론 그도 사람인지라 “간혹 수행하는 운동원들에게 짜증을 내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김 후보는 지인과 통화에서 “어제 여론조사를 했는데 격차가 조금 좁혀졌다”고 전하는가 하면 기자에게도 “이제 시작이지 않느냐”는 입장을 피력했다. 스스로에게 보내는 다짐이기도 할 것이다.

    꿈을 현실로 만드는 정치

       
    ▲ 열린우리당 경기도당 위원장인 김현미 의원이 김유임 후보 선거운동에 함께 하고 있다.

    미관광장으로 이동하며 차 안에서 줄곧 연설문을 연습했다. 열린우리당 경기도당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현미 의원과 함께 할 합동유세가 예정돼있다. 소리 내 읽어보고 수정도 하고 손짓도 하면서 유세를 준비했다. 김 후보 캠프 관계자들과 선거운동원들이 미리 와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김현미 의원실과 한명숙 총리 의원실에서 일부 지원을 해주고 있다. “교육도시 고양, 김유임이 만들겠습니다.”

    앞서 차로 이동하던 10여분 사이 김 후보가 고단했던지 잠이 들었다. 공식 선거운동 일정만도 새벽 6시부터 밤 11시까지 이어지니 하루 몇 시간 잠을 청하기 힘들 테다. 이번 선거를 진행하며 힘든 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선거 준비기간이 짧아서 캠프 실무자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누수가 있다. 실무를 컨트롤 해야 할 것이 많다. 또 여성시장에 대한 여성정치모델이 없다는 것도 어렵다. 이미지를 그려나가야 하는 부담이 있다.”

       
      유세에 나선 김유임 고양시장 후보  

    그나마 2번의 시의원을 하고 시장에까지 나서는 엄마를 이해해주고 격려하는 아이들이 있어 든든하다. 어릴 때부터 단체로, 의회로 엄마의 사회활동 현장을 많이 보여준 것이 큰 덕이 됐다. 또 “아내의 지역사회 활동을 위한 엔진이 되겠다”는 결혼공약을 내걸었던 남편도 있다. 물론 자식 낳고 키우면서 가사분담, 양육분담이 말처럼 잘 되지 않았지만 시의원에 시장까지 나선 아내에게 “불만을 많이 토로하지 않는 적극적 지원”을 해주고 있다.

    더불어 정치를 바라보는 김유임 후보의 시선이 시의원 시절 그의 소신있는 행보와 지치지 않는 에너지를 만들어준 원동력인 듯하다. “다른 시선의 정치, 감동이 되는 정치를 하고 싶다. 어느 시선으로 정치를 보느냐에 따라 예산에 대한 어느 관점을 갖느냐에 따라 도시가 달라진다. 늘 꿈을 꿀 수 있고 열심히 꿈을 나누다보면 반드시 도시가 바뀌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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