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뒤흔들고 있는 여성…벌써 '마담 대통령'으로 불려
    2006년 05월 20일 12: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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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프랑스에서는 키가 160센치미터도 안 되는 작은 여성 한 명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인터넷에 개설된 팬카페만 2백개가 넘었고 여론조사에서 68%의 경이적인 인기도를 기록하고 있다. 주인공은 네 아이의 엄마이자 내년 대선에서 프랑스 사회당의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세골렌 르와얄(52 사진).

   
  사진=프랑스 교육부
 

지지자들 사이에서 르와얄은 이미 ‘대통령 여사’(Madam la Présidente)라고 불리고 있다. 잔다르크 이후 최초로 프랑스를 이끌 여성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8세기 서로마 제국 시절 샤를마뉴 대제부터 현재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까지 한번의 예외 없이 남성이 이끌어온 프랑스 정치에서 첫 여성 지도자가 탄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프랑스 사회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회당 조사에서 압도적 1위

프랑스 차기 대선은 내년 4월에 실시된다. 4월의 1차 투표에서 1, 2위를 차지한 후보들을 놓고 5월에 결선투표가 실시된다. 대선을 1년 남겨둔 시점에서 르와얄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사회당의 대선후보로 굳어져가고 있으며 결선투표에 진출할 가능성은 물론,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사회당 당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르와얄의 대선출마가 최선이라고 생각한 응답자가 50%에 달했다. 2위인 리오넬 조스팽 전 총리가 얻은 14%에 비하면 압도적인 지지율이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르와얄이 중도성향의 유권자나 일부 중도우파성향의 유권자들의 표까지 얻어 현 집권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의 유력 대권후보인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을 무난히 이기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르와얄의 인기비결은?

남성중심의 정치문화가 팽배한 프랑스에서 르와얄이 높은 인기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먼저 유권자들은 르와얄이 살아온 삶에 호감을 느끼고 있다.

르와얄은 매우 보수적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군인인 아버지는 여자들은 집안에만 있어야 한다는 남성우월주의자였다. 르와얄은 자신을 사회주의자이자 페미니스트로 만든 사람은 아버지였다고 고백한 바 있다. 르와얄은 이미 10살 때 여자가 남자보다 유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는 결심을 했을 정도다.

아버지가 가정을 저버리고 떠난 뒤 학창시절을 가난하게 보낸 르와얄은 명문 국립행정학원(ENA)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여기서 ‘남편’인 프랑수와 올랑드 전 사회당 제1서기를 만났다(르와얄의 바람으로 둘은 법적으로 결혼하지 않은 상태다.).

아동과 환경 중시 생활정치 주목

르와얄이 생활정치를 추구하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미테랑 정부 시절 환경부, 교육부, 가정아동장애인부에서 장차관을 거친 그녀는 일반인들이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아이들과 환경문제를 중시하는 정치인으로 비쳐지고 있다.

다른 남성 정치인들이 크고 화려한 행사에 참석할 때 르와얄은 작은 마을에서 십여명의 주민들과 만나면서 차별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함께 아파하는’ 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는 정치에 대한 불신이 커진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아당기고 있다.

르와얄은 프랑스에서 인터넷을 가장 잘 활용하는 정치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녀는 직접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면서 오는 9월에 발표할 매니페스토(정책적 목표와 실행가능성, 예산확보의 근거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공약)의 윤곽을 잡고 있다.

클리어스트림 스캔들, 호재로 작용

최근 집권 대중운동연합의 인기가 하락하고 있는 것도 르와얄에게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최초고용계약법(CPE) 사태에 이어 집권당 고위인사들이 룩셈부르크 금융기관인 클리어스트림의 비밀계좌를 이용해 무기판매 리베이트를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클리어스트림 사건)으로 인해 대중운동연합은 최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르와얄이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거나 사회당에서 거의 ‘죄악시’되고 있는 블레어주의에 대해 “영국의 토니 블레어식 접근이 다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 등은 적지않은 논란을 낳고 있다. 그녀의 ‘남편’인 올랑드가 대권 욕심을 접지 않고 있는 것도 프랑스 사회의 관심거리 중 하나다.

더구나 클리어스트림 사건으로 인해 극우 국민전선(FN)의 장-마리 르펜이 최근 조사에서 18%로 지지율이 높아진 것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변수다.

프랑스 사회당은 오는 11월 후보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유럽헌법 국민투표 부결에서부터 파리 외곽 빈민가 폭동, 최초고용계약법 투쟁, 최근의 클리어스트림 사건에 이르기까지 계속된 위기를 겪은 프랑스는 이제 메시아(구세주)가 아니라 마돈나(성모 마리아)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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