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가짜뉴스 규제 정책,
    “권위주의의 정치적 자유 억압 방식”
    이정환 “기존 주류언론에 대한 신뢰도 추락이 가짜뉴스 키워”
        2018년 11월 05일 09: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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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여당이 유튜브와 SNS 등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는 이른바 ‘가짜뉴스’를 규제하겠다고 나섰으나 학계와 언론계 등을 중심으로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는 물론 실효성 자체에도 문제가 제기된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가짜뉴스특별위원회까지 꾸려 연말까지 입법을 통한 가짜뉴스 규제 계획까지 마련했다가 시민사회계 등의 반발로 유보한 바 있다.

    이준웅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짜뉴스와 허위조작 정보, 표현의 자유의 위기’ 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일련의 허위조작정보 규제정책과 그에 얽힌 소란을 접하면서 과연 우리가 민주화 전환의 국면을 넘어서 공고화 단계에 들어선 것인지 새삼 놀라게 된다”면서 “민주정의 시민이라면 허위조작정보 규제정책에 정당하게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준웅 교수는 가짜뉴스 규제를 위한 ‘허위조작정보 규제정책’의 문제점으로 ▲행정권력에 의한 전형적 사전제재 ▲발언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 위반 ▲그로 인한 정치적 위험성 등을 지적했다.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2일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 제작과 유포를 엄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가짜뉴스가 “개인의 인격을 침해하고 사회의 불신과 혼란을 야기해 국론을 분열해 민주주의를 교란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면서 가짜뉴스를 규제할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뒤이어 같은 달 16일엔 박상기 법무부 장관도 언론기관이 아님에도 언론보도를 가장해서 허위정보를 유포하는 행위도 처벌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가짜뉴스 규제정책
    “권위주의 정권의 정치적 자유의 억압의 방식”

    이 교수는 정부의 허위조작정보 규제정책, 즉 가짜뉴스 규제정책에 대해 “과거 권위주의 정권이 구사했던 정치적 자유의 억압의 방식”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국론분열을 이유로 시민의 정치적 자유를 억압했던 정책들과 유사해지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 교수는 가짜뉴스라는 개념 자체의 모호성과 그 모호성을 악용한 정치적 조작의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특히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누가 해당 내용의 사실 관련성, 사실 주장의 허위성, 그리고 허위사실 조작의 악의성을 판단하느냐”라며 “이런 종류의 판단을 행정권력의 자의적 판단에 맡기기에 너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헌법적 가치 위반이라는 문제도 제기된다. 헌재는 지난 2002년 6월 27일,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통신을 금하고 정부가 이를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전기통신사업법’이 위헌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해당 법률조항이 제시한 불온통신 개념이 모호하고, 추상적이고, 포괄적이어서 규제해서는 안 되는 표현까지 함께 규제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교수는 “정부의 허위조작정보 규제정책 중에 행정권력을 동원한 발언의 자유 규제책은 그 자체로 자유권을 침해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동시에 그런 규제책을 도입할 때 예상할 수 있는 부정적인 정치적 효과 때문에도 반대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허위조작정보 규제정책 패러다임을 ‘민주적 선거를 거쳐 집권한 권위주의 세력’이 채택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온갖 종류의 발언의 자유에 대한 억압을 추진할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혐오 표현 등 담긴 가짜뉴스
    표현의 자유 사수하며 싸워야 할 사회적 과제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는 발제에서 기존 주류언론에 대한 신뢰도 추락이 가짜뉴스를 키웠다고 지적하며 “사실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언젠가부터 뉴스와 뉴스가 아닌 것의 경계가 모호하게 됐다. ‘가짜 뉴스’를 따르는 사람들은 그게 진짜 뉴스라서가 아니라 진짜 뉴스에서 말하지 않는 진실을 담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며 “언론이 말하지 않는 진짜 진실에 대한 갈망이 가짜 뉴스를 공유하게 만드는 동력”이라고 짚었다.

    그는 “특정 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어떤 신문이 악의적인 왜곡 보도를 일삼는다고 해서 폐간을 시키거나 강제로 퇴출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가장 강력한 압박은 독자들이 떠나는 것이고 냉소하고 무시하고 스스로 부끄럽게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규제정책으로 가짜뉴스를 차단할 수 없다는 설명으로 읽힌다.

    그러면서 “그들만의 커뮤니티 안에 고립시키고 영향력을 잃게 만드는 것이다. 그게 공론장의 힘”이라며 “에스더 같은 극우 기독교 근본주의 역시 거짓을 거짓 안에 가두고 그들만의 커뮤니티에 머물게 만드는 것 말고는 달리 해법이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양심과 종교의 자유, 그리고 발언의 자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공격과 명예훼손 등은 표현의 자유를 지키면서 싸워야 할 사회적 과제”라며 “한국 사회는 차별과 혐오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할 때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기에 앞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오픈넷, 미디어오늘 공동주최로 진행됐다. 이준웅 교수, 이정환 대표 외에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문소영 서울신문 논설위원실 실장, 이강혁 민변 언론위원회 위원장,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 구본권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소장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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