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보조금으로 남성중심 보수정당만 '짭짤'
        2006년 05월 19일 04: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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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에 7억6천8백여만원의 보조금이 쏟아졌다. 여당은 2억6천3백여만원을 받았다. 1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여성추천보조금 지급에 따른 것이다. 반면 ‘여성’ 정당이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민주노동당이 받은 돈은 고작 3천5백여만원. 돈만 놓고 보면 한나라당이 민주노동당보다 20배 이상 많은 여성 후보를 추천한 셈이다. 물론 사실은 정반대다.

    이는 여성들의 정치진출을 위해 마련된 여성추천보조금 지급 기준이 여성후보 중심이 아니라 교섭단체 위주로 돼있는 현행법 때문에 나타난 불합리한 결과다.

    여성 공천 비율 지킨 곳은 민주노동당 뿐

    각 정당의 여성 후보자 추천 수는 보면 광역의원의 경우 한나라당이 34명, 열린우리당 22명, 민주노동당은 16명이다. 기초의회에서는 민주노동당이 126명으로 가장 많았고 한나라당 90명, 열린우리당이 53명을 추천했다.

    하지만 당내 전체 후보 중 여성의 비율을 보면 사뭇 다른 결과가 나온다. 민주노동당 여성 후보들은 광역 16%, 기초 27%를 차지한 반면 한나라당은 광역 6.0%, 기초 4.6%, 열린우리당은 3.5%와 2.1%에 불과했다. 비례대표를 포함해도 민주노동당은 여성 후보가 전체의 34.9%를 차지했지만 한나라당은 13.3%, 열린우리당은 9.3%에 그쳤다.

    < 정당별 5.31 지방선거 여성 출마자 현황 >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광역단체장

    1

    1

    1

    기초단체장

    7

    5

    4

    광역의원/비례

    22/35

    33/42

    16/16

    기초의원/비례

    53/241

    90/241

    126/107

    합계

    359(10.2%)

    412(13.3%)

    280(34.91%)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오유석 상임대표는 “정당 가운데 여성 공천은 민주노동당이 으뜸”이라며 “이는 민주노동당이 공천에서 여성후보 20%를 당헌·당규에 강제하고 실천해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3인 이상 후보를 낼 경우 여성 20%를 반드시 채우도록 당헌·당규에 명시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박인숙 최고위원은 “1, 2차 선거대책위를 진행하며 여성 후보 20% 비율을 채우지 못하면 후보 인준을 해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면서 일단 인준을 받고 여성 후보를 채우겠다는 지역도 있었고 여성 후보를 찾지 못해 남성 후보 2명밖에 등록하지 못하는 일도 발생했지만 “원칙을 지켰다”는 설명이다.

    ‘여성’ 없는 여성추천보조금제…거대정당 배만 불려

    30%를 웃도는 여성 후보 추천에도 불구하고 실제 민주노동당이 선관위로부터 받은 여성추천보조금은 불과 3천여만원에 불과했다. 당내 여성후보 공천비율이 10% 수준인 다른 정당이 억대 보조금을 받는 것을 보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공직선거법은 전국지역구 총수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한 정당에 한해 여성추천보조금을 지급토록 했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30% 추천 정당이 없는 경우에도 5% 이상 추천한 정당에 대해서 보조금을 지급토록 했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지난 18일 여성을 전국지역구 수의 5% 이상 추천한 정당에 여성추천보조금을 지급했다. 한나라당은 기초, 광역의회 5% 이상 추천으로 7억6천8백여만원을, 열린우리당은 기초에서 2억6천3백여만원을 받았으며 민주노동당은 기초에서 3천5백여만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 정당별 여성추천보조금 지급현황 >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지역구 광역의원

    0

    533,947,450

    0

    지역구 기초의원

    263,601,290

    234,759,730

    35,586,430

    합계

    263,601,290

    768,707,180

    35,586,430

    기초의회만 놓고 보면 여성후보 54명을 공천한 열린우리당이 2억6천3백여만원, 90명을 공천한 한나라당이 2억3천4백만원을 받은 반면 124명의 여성후보를 낸 민주노동당은 3천5백50만원을 받았다. 후보 1인당으로 계산해보면 열린우리당 후보는 1인당 488만원, 한나라당은 260만원인데 반해 민주노동당 여성 후보는 1인당 28만원을 지급받는 셈이다.

       
     
    ▲ 19일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민주노동당 5.31여성희망공동선거대책본부 박인숙 공동본부장
     

    민주노동당 박인숙 최고위원은 “여성 후보를 적게 내고 당선가능성이 낮은 지역에 ‘전략’ 공천하는 당이 더 많은 돈을 가져가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고 비난했다. 지역과 남성 후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성 공천 비율의 원칙을 지켜온 결과가 여성 후보 1인당 보조금 28만원이라니 억울할 만하다.

    문제는 선관위의 여성추천보조금 배분·지급 기준에서 비롯됐다. 이는 보조금 지급을 여성 비율보다는 교섭단체 위주의 배분·지급 기준을 따르기 때문이다. 여성추천보조금의 절반은 현재 정당별 국회의원 의석수 비율에 따라, 나머지 절반은 지난 총선 득표률에 따라 배분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결국 국회의원 9명의 민주노동당 같은 소수정당이 아무리 여성 후보를 많이 추천한다고 해도 거대 정당이 받는 보조금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보조금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세연 오유석 상임대표는 “여성추천보조금 제도에 문제가 많다”면서 “정당이 아니라 여성 후보가 보조금 지급의 기준이 돼야 한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박인숙 최고위원 역시 “여성정치인을 지원한다는 명목 아래 국회 교섭단체인 거대 양당이 자기 배불리기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민주노동당은 향후 입법발의를 통해 정치관계법을 개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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