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동당 울산 승리, '멀고도 험한 길'
        2006년 05월 19일 02: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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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운동의 메카 ‘울산’ 시장선거에 출마한 노옥희 민주노동당 후보가 노동자 표심을 잡기 위해 분주한 걸음을 옮기고 있다. 반면 한국노총 울산본부는 18일 한나라당 박맹우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18일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가운데 노옥희 후보의 첫 번째 일정은 아침 7시 출,퇴근하는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을 만나는 것이었다. 교대를 위해 서로 반대방향으로 향하는 주간조와 야간조 노동자들을 향해 노 후보는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와 함께 노동자 시장을 뽑아 ‘평등울산’을 만들자고 호소했다. 노 후보는 전날 오후에 열린 ‘06임투 승리를 위한 전조합원 출정식’에도 참석했다.

    이날 유세에는 박유기 현대자동차노조 위원장과 노조 정치실천단이 함께했다. 노조는 울산지역 민주노동당 출마자 37명과 노조지부가 있는 아산, 전주 등지의 민주노동당 후보가 인쇄된 신문을 제작해 배포했다.

    이어서 노 후보는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의 하청, 납품업체가 밀집한 달천농공단지로 이동했다. 단지 내 사업장과 식당을 돌며 노 후보는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날 오후 5시 노옥희 후보는 지원하기 위해 내려온 권영길 의원과 함께 현대중공업을 찾았다. 노동조합은 나오지 않았지만 현장 조합원 당원들과 함께 퇴근하는 노동자들에게 유세를 펼쳤다.

       
    ▲ 18일 현대자동차 구정문 앞에서 출근하는 노동자들을 만나고 있는 노옥희 후보와 운동원들
     

    노동자들 만나 ‘게급투표’ 호소

    이날 노옥희 후보는 서울행정법원이 사내하청노조에 대한 현대중공업의 원청 사용사정 인정 판결이 나온 것에 대해 환영하는 논평을 내고 현대중공업이 “비정규직 노조에 대한 탄압을 즉시 중단하고 활동을 보장할 것과 실질 사용자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17일에는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에 소속된 비정규직 노동조합들이 노옥희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노 후보는 19일 아침에도 현대자동차 명촌주차장 정문에서 출근 유세를 진행했다. 세종공업과 KCC임단협 출정식에 참석한 후 오후에는 현대중공업 전하문 앞에서 유세를 진행할 예정이다.

    노 후보는 ‘노동자 시장’을 표방하는 후보로서 울산지역 노동자의 마음을 잡기 위해 직접 노동자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는 전략으로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한국노총 울산본부 “한나라당 후보 지지”

    한편 한국노총 울산본부 는 18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한나라당 박맹우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대의원대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신진규 울산본부 의장은 “한나라당이나 그 외 다른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사실상 한나라당 지지선언인 셈이다.

    한국노총 울산본부는 여러 후보들을 놓고 판단한 결과 박 후보가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 상생과 대등을 통한 노동과 기업의 동반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판단해 지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대회에서는 표결처리를 주장하는 일부 대의원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만장일치 형식으로 지지방침을 통과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일부 한국노총 소속 단위 사업장에서는 울산본부의 방침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도 즉각 성명을 내 “40만 울산노동자를 배신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지지방침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노총의 한나라당 후보지지 선언의 배경을 놓고 민주노동당 울산시장 후보 예비경선이 한국노총을 배제한 채 민주노총 조합원만으로 치러진 것에 대한 불만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경선과정에서 한국노총이 참여를 요청하거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선거 개시시점까지 지지율 추이를 지켜보다가 막판에 ‘될 사람’을 밀어주자는 식의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18일 현대중공업 일산문 앞에서 권영길 의원과 함께 유세중인 노옥희 후보
     

    추락했던 당지지율 빠르게 회복세

    공식선거운동 개시 시점에서 선본이 파악한 민주노동당 지지율은 20%가 조금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옥희 후보의 지지율은 20%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 지역 언론들의 최종 여론조사 결과는 14%~16%를 기록했다. 선두를 달리는 박맹우 후보는 57%대를 유지하고 있다.

    노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선본에서 공식선거운동 개시일까지 목표로 잡았던 지지율 목표는 25%였다.

    구청장 선거의 경우 현대자동차가 위치한 북구의 경우 민주노동당 김진영 후보가 1위의 한나라당 강석구 후보에 비해 지역 여론조사 결과 최소 10% 포인트에서 최대 15% 포인트까지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구의 유권자 수는 10만명선으로 30%이상이 현대자동차 원하청 소속 노동자와 가족으로 분류된다.

    선두를 지키고 있는 한나라당 후보들과의 격차가 크게 줄지 않았지만 선본 관계자들은 기아자동차, 현대자동차노조 비리사건과 민주노총 내분사태 등으로 10%선까지 추락했던 민주노동당 지지율이 선거운동과 함께 현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자 자신감을 얻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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