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대량 집단해고 임박한
노동부 산하 공공기관 한국잡월드
[인터뷰] 노숙농성장의 박영희 한국잡월드 분회장
    2018년 11월 02일 11:1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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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부터 자회사 접수를 시작하고, 이에 응하지 않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전원을 집단해고하겠다는 한국잡월드. 이에 맞서 청와대 앞 경복궁 담벼락 거리에서 노숙농성을 하며 싸우고 있는 공공운운수노조 한국잡월드분회 박영희 분회장을 1일 만나 대화를 나눴다. 인터뷰 정리와 사진은 유하라 기자가 맡았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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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잡월드분회 조합원들은 11월 2일부터 8일까지 자회사 원서 접수를 절대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해고입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 정부의 가이드라인이고,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와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한 약속입니다. 우리는 대통령의 그 약속을 믿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고를 당하더라도 우리는 끝까지 투쟁할 겁니다.”

청와대 앞 돌담길 아래 작고 허름한 농성장엔 비바람을 피할 천막 한 장 허락되지 않는다. 한국잡월드분회 조합원들은 노동조합 조끼 한 장에 늦가을 찾아온 추위를 버티며 일주일 넘게 농성장에서 먹고 자고 있다. 이들은 아이들에게 ‘좋은 노동, 좋은 직업’을 가르치는 우리 강사들이 제대로 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구하고 있다. 해고를 앞둔 11월의 첫 날, 몇 걸음만 가면 닿을 수 있는 청와대는 이들에게만큼은 멀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잡월드분회 조합원들은 여전히, ‘차별 없는 일터를 만들어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문 대통령의 약속을 믿는다고 말한다.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잡월드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강사 노동자들은 2일부터 해고될 위기에 처해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고용을 하겠다던 잡월드가 돌연 자회사를 신설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잡월드 결정대로 자회사가 만들어지면 비정규직 노동자들 전원은 자회사 소속이 된다. 비정규 강사 노동자들은 자회사로의 편입을 전면 거부하고 있다. 잡월드는 자회사를 거부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160명을 전원 해고하겠다는 입장이다.

집단해고를 앞둔 1일 박영희 공공운수노조 잡월드분회 분회장을 청와대 앞 농성장에서 만났다. 긴 단식투쟁으로 야윈 얼굴이었지만 밝은 표정으로, 때로는 확신에 찬 모습으로 주저 없이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이제는 썩은 물이 돼버린 잡월드의 올바른 성장을 요구한다.”

7년간 잡월드 성장시킨
비정규직 강사들, 해고 직면…9일째 청와대 앞 노숙농성

정종권 <레디앙> 편집장 : 오늘(1일)로 청와대 앞 집단 노숙농성이 8일째다. 우선 왜 농성을 시작하게 됐는지 말해 달라.

박영희 분회장 :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나왔고, 그 정책이 현장에서 잘 실현됐다면 여기 올 필요도 없었을 거다. 그런데 대통령이 내놓은 정책이 현장에서 왜곡되고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럼에도 청와대와 정부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잡월드분회는 여성 조합원이 대부분인 사업장이라, 농성장에도 여성이 거의 전부다. 30명씩 (노숙농성을) 교대로 하고는 있지만 어찌됐든 천막도 없이 외부에 그대로 노출이 돼서 위험한 상황인데도 청와대와 정부는 아직까지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어서 답답하다.

정종권 : 노숙농성에 여성이 대부분인 사업장은 별로 없는 것으로 안다.

박영희 : 맞다. 거의 없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해결되지 않았던 KTX 여승무원 문제가 문재인 정부에서 해결되지 않았나. 그런데 이번엔 잡월드에서 제2의 KTX 여승무원 대량해고 때와 같은 일이 벌어질 위기에 있다. 내일(2일)부터 시작되는 자회사 원서 접수를 하지 않으면 잡월드 비정규직 강사 노동자 조합원 160명은 말 그대로 ‘해고’다.

박영희 분회장

비정규직이 거의 90%, 시작부터 잘못된 잡월드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문화적 차이(?)가 있어요”

잡월드는 어린이·청소년의 올바른 직업관 형성, 진로설계를 지원하는 종합직업체험관이다. 7년 전 2012년 설립된 이 기관에서 일하는 380여명의 직원 중 87.8%인 338명이 비정규직이고 이 중 275명에 달하는 직업체험을 지도하는 강사 직군인 ‘직업체험 선생님’도 모두 비정규직이다. 정규직 노동자는 고작 50여명이다. 비정규 강사 노동자들은 잡월드가 계약한 용역업체와 1년 단위로 재계약하는 방식으로 간신히 고용을 이어왔지만, 7년간 일한 강사들을 기다리는 건 해고다.

박영희 : 용역업체 계약은 2년 단위인데 비정규직은 1년 단위로 계약을 한다. 용역업체가 교체될 때마다 직원 30% 정도가 해고된다는 소문에 불안해했던 적이 있다. 그래서 2년에 한 번씩 용역업체가 바뀔 때마다 직원들이 술렁거린다. 고용승계가 얼마나 될까 걱정하는 거다. 한 번은 ‘나이 45세면 다 잘린다’는 소문이 돌면서 난리가 났던 적도 있었다.

잡월드는 기관 설립 당시 체험 강사들을 오랫동안 현장에서 뛰었던, 특정 직업의 경험이 있는 노련한 이들로 구성할 계획이었다. 아이들에게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려주고 직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체험 강사들이 받는 임금은 고작 161만원이다. 현장에서 일했던 어느 누가 최저임금 받고 일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 박영희 분회장의 말이다.

박영희 : 현장에서 조종사를 했다거나 이런 분들은 월급 높지 않나. 그런데 최저임금 받고 하려니까 맞지도 않고 다들 그만두니까 운영의 취지도 살리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지금은 강사의 일을 잡월드 스스로 단순화시키고 있다. 정말 잘못된 일이라고 본다.

직업 체험 1시간 동안 많은 직업적 지식을 알려줄 순 없다. 그보다 아이들에게 직업이 중요하다는 직업적 관심과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게 잡월드의 주목적이다. 체험자의 선호도가 조금 약한 체험실 강사로 있던 당시에 학생 1명이 혼자 강의를 들으러 온 적이 있다. 다른 친구들처럼 인기 많은 체험실로 가고 싶어 하는 눈치였는데, 그 학생 1명을 열정을 가지고 대했더니 정말 체험실을 나갈 때는 눈빛이 달라졌다. 몰랐던 직업지만 한 번 해볼만 하다는 생각을 갖고 나가는 거다. 아이들이 꿈을 갖고 나간다는 보람 때문에 최저임금을 받고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비정규직이지만 직업적 소명감으로 그동안 버텨왔다. 잡월드가 성공한 것도 이런 강사들의 소명의식 때문이었다.

정종권 : 2012년 잡월드 개관할 때부터 정규직과 비정규직 비율이 이렇게 기형적으로 구성이 됐었나? 직업 문제와 관련이 있는 기관이고 더군다나 고용노동부의 산하기관이다. 그런데 출발할 때부터 90% 가까이가 비정규직이라는 게 이해가 가질 않는다.

박영희 : 나도 그렇다. 비정규직이 이렇게 많은데 “누구 국회의원 선거운동 하던 사람이 정규직 팀장으로 들어왔다”, “낙하산 인사다” 이런 얘기가 돈 적이 있다. 요즘에 정규직 전환 때문에 채용비리 얘기가 나오는데 우리가 봤을 땐 이런 사람들이 ‘진짜’ 채용비리이고 인사비리다. 솔직히 비정규직에, 161만원 받는 최저임금 노동자가 정규직 돼봤자 임금이 뭐 얼마나 오르겠나. 우리도 그 정도는 안다. 우리가 몇 천만원씩 받는 정규직처럼 달라는 것도 아니지 않나.

7년 동안 현장 근무를 하다 보면 잡월드의 잘못된 구조가 눈에 보인다. 그래서 노사전협의회 자체에 대한 기대가 컸다. 정규직이 몰랐던 현장의 문제점을 알리고 개선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화가 전혀 안됐다. (정규직인) 모 팀장에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시작부터 잘못된 잡월드라는 조직을 혁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설득했다. 그랬더니 이 팀장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엔 문화적 갭이 있다”, “우린 가까이 할 수 없다”고 말하더라.

강사들은 간혹 비정규직에, 최저임금을 받는 강사들의 처지를 알고 있는 아이들을 대할 때면 당혹스럽다. 그런 아이들은 강사에 대한 존경심은커녕 강사의 수업에 어떤 신뢰도 갖지 못한다.

박영희 : 아이들 입장에선 직업을 가르치는 우리 강사를 전문적으로 본다. 그런 생각 때문인지 가끔 “선생님, 월급 많죠?” 이런 질문을 하는 아이들도 있다. 직업적 꿈을 얘기해주던 사람이 언제 잘릴지 모르는 비정규직이라니까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 같은 자리에서 “학생들이 직업 체험하러 가는 곳에서 만나는 강사가 비정규직에, 최저임금이라니 말이 됩니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는데 한 학생이 뉴스에서 그걸 보고는 “선생님, 월급 적다면서요? 비정규직이라면서요?”라고 빈정댄 적이 있다. 이미 강사에 대한 존경심이 없는 거다. 우리 강사들이 그동안 우리의 처지를 체험실에서 만나는 아이들에게 감춰 온 이유이기도 하다.

인터뷰 날 오전 조합원들과 연대하러 온 노동자들이 선전집회를 하는 모습

잡월드 관리직 정규직의 이기주의
“조직혁신엔 관심 없고 자신의 입지를 위한 결정만”

“잡월드를 위해선 직접고용이 맞지만, 자신들의 편리성을 위해선 자회사가 맞다고 본 거다. 이 사람들은 조직이 아닌 자기 밥그릇을 택한 거다”

민주당 이용득 의원실의 자료를 봐도 잡월드는 지난해 말, 직접고용을 검토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12월 20일 4차 회의부터 자회사 전환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용역노동자의 과도한 처우개선 요구, 단체행동, 거대노조 탄생 등에 대한 우려와 공공기관이지만 정부 통제를 받지 않는 자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게 그 이유였다. 건강한 조직이 아닌 개인의 기득권을 선택한 셈이다.

박영희 : 노사전협의체 대표로 3급 이상 팀장(정규직)이 들어오는데 적어도 3급 이상의 팀장이면 조직을 어떻게 운영할지, 잡월드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지 고민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었다.

한 번은 노사전협의에 들어가서 “왜 161만원 최저임금 노동자가 잡월드 조직의 개선 방안을 걱정하고 있나. 그건 여러분(정규직, 고위 관리직) 몫이다. 현장 중심 경영체계 강화는 제가 말할 게 아니라, 잡월드가 얘기해야 하고 저는 처우개선을 해달라고 주장해야 한다. 그런데 왜 당신들이 고민해야 할 문제를 제가 제기하고 있어야 하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정규직) 팀장들이 하는 말이 “총액임금제 때문에 안돼요”라고 하더라. 결국 자기들 몫이 줄어드는 것만 걱정하는 거다. 잡월드 개선을 위해 직접고용이 맞지만, 정규직의 몫이 줄어들고 우리가 거대노조가 돼서 기존 정규직이 소수세력이 되는 것을 걱정하는 거다. 정규직은 자신들의 입지를 걱정해서 기관을 잘못된 방향으로 가게 하는 결정을 하고 있다.

박영희 분회장은 노사전 협의 등의 과정에서 50여명의 정규직들이 지난 7년 동안 유지해온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한다.

정규직 52명 안에 2개의 노조가 있다. 상급단체 없는 기업노조다. 다수 노조는 40여명 정도이고 소수노조는 6명 정도로 구성돼있다. 소수노조 대표는 노사전협의체에 들어와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박영희 분회장에게 “밥그릇 주니까 밥상 뺏으려고 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비정규직 차별해소를 위한 정규직화를 정부가 주저하지 말고 추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규직의 두 노조 중 한 곳은 현재 해산을 한 상태이다.

박영희 : 그때 당시에 우리가 임금 올려 달라, 처우개선 해달라는 얘기조차 꺼낸 적이 없었다. 그저 현장의 안전성 문제만 언급해왔기 때문에, “밥상을 뺏으려 한다”는 그 말이 정말 정말로 무슨 뜻인지 몰랐다.

우리가 직접고용을 요구하기 시작하니까 외부에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인사 담당 팀장이 현장 강사와 일대일 면담을 했다. 그 팀장이 “지난 7년 동안 강사가 현장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몰랐다”고 하더라. 자기 입으로 그렇게 말했다. 정말 충격적이었다. 정규직 50여명은 비정규직이 들어가지도 못하는 자신들만의 사무실에 앉아서 용역업체 관리만 해온 거다. 여태까지 그런 방식의 업무가 너무 편했던 거다. 만약 직접고용이 되면 현장을 돌아다니며 봐야하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도 져야 한다. 정규직 관리직은 그런 상황을 피하고 자회사 만들어서 자회사만 관리하면 되는 상황을 유지하려는 거다.

잡월드 스스로도 인정한 직접고용의 필요성

잡월드분회 조합원들은 자회사 전환으로 인한 노동자 개인의 피해도 있지만, 잡월드라는 기관 자체가 사실상 붕괴될 수도 있다는 보고 있다. 퇴직공무원이 수익성을 강조하며 운영하는 자회사는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이 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우려다.

박영희 : 자회사로 가게 되면 7년간 쌓인 문제는 더 심해질 거다. 용역업체는 2년마다 교체가 되니까 적어도 잡월드 눈치를 본다. 갑을 관계니까. 그런데 자회사는 잡월드의 자기 식구이지 않나. 자회사의 물이 썩고 있어도 눈치 볼 대상이 없는 거다. 만약 (소문대로) 모 경영지원본부장이 자회사 대표로 가면, 자회사에서 문제가 생겨도 잡월드는 문제를 덮어주고 제 식구 감싸기 할 거다. (기존에 용역업체를 관리하던) 팀장보다 더 높은 본부장이 자회사 대표가 되면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나. “자회사를 할 바에야 용역으로 남는 게 잡월드한테도 더 낫다. 비정규직은 차치하더라도 잡월드의 조직 발전을 위해서 그게 낫지, 자회사로 가면 더 썩을 것이다.”라는 이야기까지 얘기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모 경영지원본부장은 올해 초까지 진주고용노동지청장을 하다가 잡월드 2인자인 경영지원본부장이 됐다. 이 본부장은 현재 자회사 설립을 주도하고 있고, 자회사가 설립되면 대표 자리를 맡을 인사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자회사 설립이 퇴직공무원의 자기 밥그릇 챙기기를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지원금 받는 잡월드, 정부 통제 안 받는 자회사 만들자?
“월급 더 준다 해도 자회사는 안 된다”

박영희 분회장은 자회사가 설립됐을 때의 가장 우려스러운 점으로 강사 수 감축으로 인한 공공서비스의 질 하락과 체험 중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안전문제를 꼽고 있다. 잡월드 내에선 벌써부터 정부의 통제를 덜 받는 자회사를 만들자는 얘기가 나온다. 정부의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임에도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기관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박영희 : 잡월드는 “자회사로 가서 정부 통제를 벗어나겠다”고 공공연하게 얘기를 한다. 공공기관이다 보니 정부 통제를 받아서 탄력적 운영이 안 된다는 것이다. 자회사로 가면 탄력적 운영하겠다는 거다.

탄력적 운영은,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체험자 수에 따라 3명까지도 배치되지만 현재는 기본적으로 한 체험실의 강사는 기본 2명이다. 지금도 휴무인 날에 대체 강사를 쓰지 않아서 강사 혼자 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만약 자회사로 가면 이런 것(1인 강사 체제)들이 당연시될 거다. 비용절감 때문에. 자회사는 어차피 사업비로 운영할 테니 현장 체험자 수에 따라 비용 절감에 나설 거고 그러면 결국 인건비를 줄이고, 체험자 수가 적은 체험실은 강사 1명이 일하게 될 거다. 이러면 당연히 체험, 수업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 큰 걱정되는 건 안전사고 문제다. 화재 대피 시에 강사 1명이 제일 앞에 가면 뒤에 학생들이 따라오고 마지막에 학생들이 다 나갔는지 확인하고 다른 강사 1명이 마지막에 나가도록 돼있다. 그런데 강사 혼자 학생들을 대피시킨다고 생각해봐라. 강사를 따라오라고 해도 못 따라오는 아이들도 있을 거다. 그래서 현장 체험자가 1명이라도 강사는 2명인 게 맞는 거다. 인건비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안전문제도 있고 강사도 사람인데 수업 중에 쓰러지거나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용역업체였을 땐 잡월드 통제 하에 있으니까 인원도 마음대로 못 줄이니까 한 체험실 당 2명의 강사를 유지해왔지만 자회사로 가면 그런 것도 없을 것 아닌가. 아마 자회사 수익성 때문에 인건비 절감한다면서 (가장 수가 많은) 강사들부터 내보낼 거다.

자회사 정규직이니까 용역업체 소속인 것보단 그나마 낫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가 투쟁하는 이유는 ‘고용’만 생각하는 게 아니다. 강사들 대부분이 현장 문제가 해소가 되지 않는 것에 대한 갈증이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정확히, ‘제도 개선’, ‘조직 개선’이다. 그렇기 때문에 월급 더 많이 준다고 하고, 자회사 정규직이 된다고 해도 자회사로 갈 수 없는 거다. 자회사도 지금의 용역업체처럼 현장의 문제들, 조직의 문제점들이 하나도 개선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정종권 : 기존 용역업체에 지금까지 문제제기를 했지만 모른다고 해왔고, 자회사도 그런 식이 될 것이라는 우려로 들린다. 직접고용이 돼야 현장에서 일하는 강사들이 잡월드 내부의 문제를 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할 수 있고 그래야 개선될 수 있다는 주장에 공감이 간다.

잡월드도 강사들을 직접고용했을 때의 이점을 알고 있다. 그래서 당초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모두 직접고용할 계획이었다. 이용득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잡월드는 기존의 위탁운영에 따른 전시 체험관 운영의 적시성 부족 및 운영위탁사 교체 시기마다 운영 위험부담 증가와 업무매뉴얼 구축을 통해 서비스의 품질 관리 고도화, 현장 중심 경영체계 강화 등을 근거로 직접고용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박영희 : 잡월드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가령 현장에서 문제가 생겨서 강사들이 (용역업체 소속의) 매니저에게 얘기하면 (용역업체 소속의) 파트장 눈치를 보고, 파트장은 잡월드 눈치를 본다. 대화가 막히는 거다. 대화에 벽이 있다. 잡월드에선 계속 지시사항을 내리지만 현장의 문제점은 하나도 올라가지 않는 구조라는 뜻이다. 현장에선 죽어라 제도 개선을 요구하지만 아무것도 되는 게 없다.

“노사전협의체, 잘 짜인 각본 같았다”
용역 보고서 만든 컨설팅업체가 노사전협의 운영 주도
갈렙앤컴퍼니는 제2의 창조컨설팅인가

박영희 분회장은 노사전협의체 중반부부터 참여하기 시작했다. 협의 중 가장 놀랐던 광경은 자회사 전환 등에 관해 회사와 계약해 용역보고서를 만든 컨설팅업체인 갈렙앤컴퍼니 관계자가 노사전협의체 회의 운영을 주도하며 사회를 본 것이었다. 갈렙앤컴퍼니가 수많은 공공기관의 자회사 전환을 유도해왔지만 노사전협의체까지 들어와 운영을 주도한 경우는 잡월드가 유일무이하다.

갈렙앤컴퍼니는 여수항만관광공사, 발전5사 등의 자회사 전환을 유도한 컨설팅 업체로 이름난 곳이다. 특히 여수항만관광공사는 가장 먼저 자회사 설립을 통한 ‘꼼수 정규직화’를 한 곳인데 고용노동부는 여수항만관광공사를 우수 사례로 꼽았다.

박영희 : 제가 처음 노사전협의에 참석했을 때 느낀 점을 말하면 연극을 하는 것 같았다는 거다. 자기들끼리 리허설 하고 오는 것 같았다. 사회자(컨설팅업체 인사)가 어떤 말을 하면 팀장이 이 말을 하고, 팀장이 이 말을 하면 사측이 구워삶은 노측 대표는 또 미리 준비한 말을 하는 식이다.

갈렙앤컴퍼니 관계자가 사회를 본 협의는 더 심각했다. 그 관계자가 “지금부터 노사전협의회의 운영방침을 알려드린다. 제가 질문하면 대답을 하셔야 할 의무가 있고 대답 안하면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겠다. 손을 들고 말하세요. 아니면 퇴장시키겠다”고 하더라. 나는 당시 직업체험을 아이들에게 제대로 전달하겠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에 사실 정규직 전환 문제에 관심 없었는데, 그 상황을 보는 순간 정말 너무 어이가 없었다. 정부에서 정규직화 하라는데 왜 편법을 쓰는 건지, 정규직 팀장들은 정규직화를 막기 위해 왜 저렇게 혈안이 돼있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중엔 보안서약서까지 쓰라고 하더라. 그 내용이 너무 포괄적이라 깜짝 놀랄 지경이었다. 당시 사회자는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데 시간 끌지 말라”고 하더라. 보안서약서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만드는 거다. 보안서약서는 우리들한테 정말 중요한 문제다. 거기에 서명하는 순간 우리의 불합리한 상황을 외부에 절대 알릴 수 없다. 이렇게 인터뷰도 할 수 없다. 결국 잡월드 상황을 외부에 발설할까봐 보안서약서 서명을 강요했던 것 같다. 그 이후에도 회사는 보안서약서로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는데 나는 끝까지 서명하지 않았다. 나중엔 정규직인 모 팀장이 “자기가 한 말이 밖으로 나가면 민사상 형사상 손배를 청구하겠다”고까지 하더라. 그만큼 자기들도 자기들이 하는 모든 행동이 억지라는 것을 아는 거다.

정종권 : 컨설팅업체가 노사전협의체와 같은 공식 회의에서 사회를 본다는 것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 언듯 노조 파괴로 유명한 노무법인 창조컨설팅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박영희 : 맞다. 예전에 창조컨설팅이 노조 파괴를 할 때처럼 갈렙앤컴퍼니가 자회사 유도를 위해 많은 공공기관에 들어가 있다. 그래서 사회자를 빼자고 건의도 했는데 나를 제외한 모두가 동의하지 않았다. 3월 말엔 협의안에 서명을 하려고 해서 더 논의하자고 막았고 결국 협의안에 서명하지 않은 채 회의가 끝났다. 그랬더니 정규직인 모 팀장이 갑자기 갈렙앤컴퍼니 사회자한테 “당신, 뭐하는 거야! 오늘 사인하기로 했잖아”라고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더라. 그랬더니 사회자가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면서 “다음 회차 땐 끝낼 수 있을 겁니다”라고 하더라. 그 전부터 추측은 했지만 그 장면을 보고나서 각본대로 움직인다는 확신을 했다. 나중에 저희를 빼고 협의안에 서명했을 때 그 사회자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박영희 씨 등 비협조적인 사람들) 관리를 잘 하십시오”라고 사측에 얘기하더라. 여수항만공사처럼 조용히 끝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 거다.

공공서비스 질도, 비정규직 차별해소도 없는 자회사 설립
“국민은 몰라도 정책 만들고 추진하려 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알 것 아닌가”

정종권 :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지만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직접고용보다는 자회사 방식이 남발되고 있다. 인천공항만 해도 30%만 직접고용이고 나머지는 전부 자회사 고용 방식이다. 일부에선 파견용역보단 자회사가 차선이 아니냐고 생각하는 거 같기도 한데.

박영희 : 용역업체 소속보다 자회사로 가는 게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재계약 안 해도 되니까. 그런데 현장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결혼이든 뭐든 간에 자연감원에 따른 강사 충원이 수익성을 중시하는 자회사에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체험자 감소 등의 이유를 들어서 사업비를 줄이려고 할 거고, 자회사 대표와 팀장 등의 월급 주고 나면 강사 수만 계속 줄여나갈 게 뻔하다. 실제로 자회사 대표로 거론되는 본부장이 ‘자연 감원해서 그 임금분을 나누겠다’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을 믿는 사람이 어디 있나. 수익성 때문에 기존 30분 체험을 20분로 줄여서 회차를 늘리는 방식으로 강사의 노동강도만 높아지는 방식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앞서서 말했듯이 자회사를 할 바에야 용역이 낫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어찌됐든 용역업체와 계약을 할 때엔 입찰을 해서 인원, 운영시간을 다 묶어놓는데 자회사로 가면 변칙 운영이든, 강사 수를 줄이든, 체험교육의 질 하락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 나름대로 수익을 내려고 할 거다. 많은 공공기관들이 자회사 설립하면 그런 문제 발생할 거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로 일자리 질 개선해서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게 이 정책의 목표 아닌가? 그렇다면 자회사 방식으로 가면 공공서비스의 질이 정말 높아지는 건지 봐야 하지 않나. 수익성을 강조하는 자회사에 도대체 공공서비스가 어디에 있나. 사업비 핑계대면서 민영화처럼 어떻게 해서든 수익을 내려고 하는 이런 방식으로 어떻게 공공서비스 질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말이다.

언론 등에선 자회사로 가면 세금이 절감되고 직접고용하면 다 공무원이 돼서 세금 낭비라고 정규직화 정책을 왜곡하고 있는데, 그동안 용역업체에서 가져갔던 관리비 등의 비용, 어차피 그렇게 나갔던 돈으로 처우 개선한다는 것 아닌가. 정부가 이 정책 때문에 세금을 폭탄 투하하듯 하겠다는 게 아니다. 그런데 잡월드는 비정규직 처우개선비를 자회사 만들고 운영하는 데 쏟아 붓고 비정규직한테 오는 돈은 하나도 없다. 결국 비정규직 처우개선에 써야 할 용역업체 관리비를 고위관리직의 퇴직 후 일자리 만들기, 자기들 몫으로 챙긴 거다.

나는 공공서비스 질 하락이 더 큰 문제라고 본다. 지금 공공기관이 다 자회사 만들어서 이런 식으로 운영하게 되면 국민들이 공공서비스 질 하락을 체감할 수밖에 없다. 자회사 하면 세금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세금과는 전혀 상관없다. 세금에 있어서도 자회사 설립은 더 손해다. 공공서비스 질에 있어서도 국민들에게 자회사 설립은 손해다. 이건 국민들도 같이 들고 일어나야 할 문제인데 언론에서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갈렙앤컴퍼니가 작성한 용역보고서만 봐도 자회사 전환은 비효율 그 자체다. 직고용과 자회사 전환, 두 가지 경우에 대해 비용과 절차적 효율성 등을 비교 분석한 ‘직접고용 및 자회사 형태의 실효성 비교분석’ 자료에 따르면 “직고용을 하면 소요비용이 없음”, “자회사 시 자본금 출자 및 설립비용 발생”이라고 적시했다. 전환절차의 복잡성에 대해서도 “직고용 시 전환형식에 따른 채용 절차만 진행”해도 되기 때문에 “단순”하다고 설명한 반면, 자회사의 경우 “자회사 설립에 따른 절차 선행이 필요”해서 “복잡”하다고 밝혔다.

박영희 : 자회사 설립이 세금 낭비이고 공공서비스의 질을 저해한다는 이 사실을 국민들은 모른다고 치더라도, 정책을 낸 정부는 알 것 아닌가. 정규직화를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은 알 것 아닌가. 그런데 대부분 공공기관들이 편법으로 다 자회사 방식을 쓰고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어떻게 서든 막아야하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으면 정권이 바뀌고 다른 정부가 왔을 때 문재인 정부는 분명히 심판 받을 거다. 자회사로 인해 공공서비스 질이 다 떨어졌다는 그런 잘못된 평가를 받고 싶지 않다면 정부는 지금이라고 나서야 한다.

자회사 꼼수에도 뒷짐만 지고 있는 노동부
“산하기관 관리 못하면서 어떤 부처를 관리감독할 수 있겠나”

직접고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회사 방식을 이용하는 공공기관을 관리·감독해야 할 책임 있는 곳이 고용노동부다. 하지만 노동부는 산하기관에서 벌어지는 집단해고의 상황에 어떤 개입도 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가 사실상 자회사 전환을 유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잡월드분회는 노동부에 끊임없이 민원을 넣었다. 노사전협의체의 불공정한 진행과 서명한 적도 없는 협의안이 처리된 것, 자회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집단 해고하겠다는 회사의 통보. 노동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답했다.

박영희 : 노사전협의체 대표로 참여한 이후부터 노동부에 메일도 보내고 관련 부서 팀장들한테 전화도 해서 과정상 문제가 있다고 계속 얘기했다. 노동부 관계자들은 “저희도 다 알아요. 그런데 거기서 알아서 하셔야 해요. 협의회는 저희가 어쩔 수 없어요”라고 말했다. 협의안이 나오고 나서 “우리는 협의안에 동의한 적이 없다. 가짜다”라고 항의했더니, 이번엔 “협의안 나왔으니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과정상 문제를 제기해도 어쩔 수 없다고 하더니 협의안이 나오면 또 어쩔 수 없다는 거다.

잡월드 문제는 노동부의 문제다. 노동부가 자기 산하기관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다른 기관의 비정규직 정책을 제대로 관리 감독할 수 있겠나. 다른 부처에서 노동부가 감독하면 “우리가 엉망으로 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 잡월드나 챙겨라”라고 할 거다. 노동부가 이러니 전체 공공기관이 엉망일 수밖에 없는 거다.

정종권 : 파업과 농성 그리고 집단해고가 임박한 지금까지도 노동부는 입장을 내지 않았나?

박영희 : 그렇다. 그러니까 저희가 노동부로 안가고 청와대로 온 거다.

아이들에게 꿈을 주는 잡월드
“젊은 강사들에게도 꿈을 줄 수 있는 기관이어야”

아이들에게 직업을 갖는다는 것의 의미와 좋은 노동을 가르치는 잡월드 비정규 강사들은 최저임금 수준인 161만원을 받는다. 개인의 소명의식에 의지해 버텨온 강사들도 이제는 ‘한계’에 이르렀다. 박영희 분회장은 “더 이상 잡월드가 현장 강사들의 직업적 소명감에만 의지해서 유지돼선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박영희 : 솔직히 말하면 어떻게 275명 강사 모두가 직업적 소명을 갖고 있겠나. 누군가는 161만원 받으면서도 직업적 소명을 갖고 일하겠지만, 누군가는 최저임금 노동자로서 “다른 직업을 택해야 하나”하는 고민이 끊임없이 있을 거다. 그런 상황에서 얼마나 더 좋은 공공서비스 확보할 수 있겠나. 잡월드 스스로 젊은 강사를 채용해놓고 어떻게 젊은 사람들에게 직업적 소명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처우가 개선되고 임금이 올라가야 질 좋은 공공서비스를 확보할 수 있는 거다.

나는 잡월드가 잡월드에서 일하는 젊은 강사들에게도 꿈을 줄 수 있는 기관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직업체험을 위해 잡월드는 찾는 아이들에게 좋은 노동과 직업에 대한 열정을 더욱 잘 전달할 수 있다. 한국잡월드가 지난 7년간 많이 성장했지만 이대로 운영하다간 문 닫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더 이상 현장 강사들의 직업적 소명감에만 의존해서 유지돼선 안 된다. 좋은 교육과 강의, 좋은 노동과 직업에 대한 꿈은 최소한의 노동조건과 직업 환경을 가진 노동자들에 의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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