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과 행복
[행복칼럼] 10가지 긍정 감정 형태
    2018년 11월 01일 03: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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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에 붕어가 없다”

명언 중에 명언이다. 예리한 관찰력이다. 그러면 ‘행복’에는 행복이 들어있을까?

행복에 대한 정의가 다양하기는 하지만, 행복은 긍정적인 감정상태를 기반으로 하는 것엔 이견이 없다. 그래서 행복 대신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긍정적 감정’ 또는 ‘긍정성’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대표적인 학자는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심리학 교수이자 긍정심리학의 최고 권위자 중에 한 명인 바버라 프레드릭슨이다. 그녀는 행복 즉 긍정적인 감정을 10가지 형태 – 기쁨, 감사, 평온, 관심, 희망, 자부심, 유쾌함, 영감, 경외심, 사랑 – 로 세분화하였다. 이로써 막연하게 느껴지던 행복 감정이 훨씬 더 풍부해지고 더 선명하게 느껴진다.

“아, 이건 누가 봐도 행복 맞네” 라고 수긍할 수 있는 반면 “어? 이런 것도 행복에 들어가나” 라고 의아해할 수 있는 긍정적 감정 몇 가지를 살펴보자.

행복 감정이라고 흔쾌히 수긍할 수 있는 유쾌함(Amusement)의 효과를 확실하게 재확인한 건 지난겨울 2박3일 제주도에서 열렸던 학회 워크숍에서였다. 학회 특성이 따뜻한데다가 이사들 관계가 돈독해서 분위기가 편안한 워크숍 자리였으나, 그즈음 참석을 취소할까 고민할 정도로 감기가 심했다. 당근 약을 잔뜩 챙겨갔다.

단톡에 집에 있는 음식이나 음료를 챙겨오라는 회장님 메시지 한 줄이 떴다. 그에 부응하듯 동네에서 유명하다는 반찬집에서 구입한 이틀치 국이랑(물론 매일 다른 종류로!) 김치랑 반찬이 들어있는 스티로폼 박스를 공항 캐리어에 바리바리 싣고 로비에 나타난 소박한(그러나 손이 큰) 이사님을 보면서부터 첫 웃음보가 터졌다. 새해 사업에 대한 토의가 끝나고 밤이 깊도록 격조 높으면서도 말끝마다 웃음을 자아내는 얘기가 오고가느라 모두 배꼽에 번호표를 붙여야 할 정도로 웃었다. 놀라운 건 가져간 감기약이 고스란히 남았다는 것. 서울로 돌아왔을 땐 감기가 싹 나아있었다. 놀라웠다. 허리가 끊어질 정도로 웃었더니 감기도 달아났고 행복감은 급상승.

이 학회 워크숍엔 모든 이사들이 만사 제치고 참석하려고 애쓴다. 다른 학회에 비해 소박하고 오히려 집에서 이것저것 챙겨 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참석하지 않으면 일년 동안의 웃음 용량을 한꺼번에 채울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놓치는 것이기에! 유쾌함이 행복과 깊게 연결되었음을 뼛속 깊이 절감한 좋은 기회였다.

지난해 5월 우리나라 암벽등반 전문가 김자인 씨(28살)가 2시간 29분 만에 맨손으로 555미터 높이에 달하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123층 등반에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등반하기 전 1미터 오를 때마다 1만원씩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마음먹었다는 그녀는 약속대로 555만원을 기부했다. 안전장비만 이용한 채 맨손으로 높디높은 건물을 오르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인간의 탁월함(Human excellence)을 봤을 때 느끼는 감정인 영감(Inspiration)에 사로잡힌 나머지 TV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김자인 씨의 롯데월드 등반 모습 방송화면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꿈에 그리던 나이아가라폭포 앞에서 전율했고,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서있는 알프스산맥 봉우리 아래로 끝없이 펼쳐지는 계곡을 내려다보면서 가슴이 먹먹했다. 그랜드캐넌이 눈앞에 펼쳐졌을 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울컥 뭔가가 올라오며 눈물이 났다. 장엄한 자연 앞에서 느끼는 경외감이었다. 경외감(Awe)이란 웅장한 자연이나 인간을 뛰어넘는 거대한 힘 앞에서 갖게 되는 정서이다. 영감과 경외심을 느끼는 경험이 많을수록 행복감도 높아진다.

그럼 관심(Interest)은 행복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심리학에서 행복한 감정을 측정할 때에는 PANAS(positive and negative affect schedule)라는 도구가 가장 자주 쓰인다. 이 도구는 긍정 감정 열 가지와 부정 감정 10가지로 구성되어있다. PANAS는 행복을 측정하기 위한 질문의 하나로 ‘관심을 갖고 있는 상태인가’를 묻는다.

관심이란 어떤 것에 마음이 끌려 주의를 기울이는 상태를 말한다. 관심은 흥미, 호기심이라고도 바꿔 말할 수 있다. 한창 말을 배우는 꼬마들은 호기심 천국이다. 그러기에 그들은 행복 덩어리다. 나이에 숫자를 더해가면서 관심을 갖는 대상과 정도는 현격히 줄어든다. 그만큼 행복감정도 줄어드는 게 당연하겠구나 싶다.

요즘 뭐하고 지내냐고 물으신다면? ‘행복’에 꽂혀있다고 말하겠다~ 긴 세월동안 정신질환과 그와 관련된 간호에 몰두하며 지내왔는데, 문득 일상에서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사는 것의 중요성이 더 깊이 와 닿으며 자연스레 행복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행복 관련 책들을 구입하여 읽었고, 온라인에 올라와 있는 행복 관련 강의를 모조리 찾아서 들었다. 자녀교육에 대해 강의할 때면 자녀를 행복하게 해주기에 앞서 부모가 행복해야 함을 강조했고, 학생을 잘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사가 먼저 행복해야 학생이 행복해진다는 흐름으로 강의를 하였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서울대학교 행복센터와 연결이 되어 우리나라 최고의 행복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행복과 관한 글도 쓰고 있지 않는가

젊어서는 집안 내력 때문인지 실제보다 두어 살 더 나이 들어 보인다는 말을 수없이 듣고 살았는데 이제는 반대다. 나이보다 훨씬 젊게 봐준다.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끊임없이 뭔가에 관심을 두며 산 덕분이 아닌가 싶다. 한때는 이혼에 대한 관심이 솟구쳐서 우리나라 여성들의 이혼 결정 과정을 주제로 박사논문을 썼고, 우리나라 자살률이 OECD 국가들 중 부동의 1위를 지키는 것이 마음 아파 자살률을 낮추는데 나름대로 관심을 갖고 자살예방을 위한 강의를 하는 등 일조를 했다. 이제 이순(耳順)의 나이에 접어든 지 5년이 지난 이즈음 아마도 남은 생의 모토는 ‘나도 행복, 너도 행복, 우리 모두 행복’이다.

행복엔 행복이 없는 점에서 붕어빵과 행복은 닮았다. 하지만 행복에는 열 가지나 되는 더 풍부한 행복감정이 들어있으니 붕어빵과는 좀 다르지 않을까

언제 읽어도 평안함을 안겨주는 ‘평온’을 비는 기도문이다. 평온도 행복감정 중에 하나다.

평온을 비는 기도(Serenity Prayer)

주여, 우리에게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은혜와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이 둘을 분별하는 지혜를 허락하소서.

라인홀트 니버

필자소개
주혜주
20년 가까이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병동 간호사 및 수간호사로 재직했고 현재는 경인여자대학교 간호학과 교수(정신간호학)로 재직. 저서 및 논문으로 심리 에세이 ‘마음 극장’ “여성은 어떻게 이혼을 결정하는가”“ 체험과 성찰을 통한 의사소통 워크북”(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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