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조합 간부는 미국 못간다?
        2006년 05월 19일 09:10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5월 18일 오후 2시 30분 서울 광화문 미대사관

    미대사관 직원 소속이 어디냐?
    김혁 정책국장 금속산업연맹이다.
    직원 그게 노동조합과 관련된 곳이냐?
    김혁 그렇다.
    직원 미국에 뭐하러 가냐?
    김혁 관광차 간다
    직원 이전에 가본 적 있냐?
    김혁 2004년에 스위스에 갔었다.
    한참 서류를 들춰보고 전산망을 두드린 후

    직원 당신은 보류됐다. 한국과 홍콩경찰의 신원조회를 제출해야 비자발급이 가능하다
    김혁 나는 홍콩에 가본 적도 없다. 왜 보류된 것이냐?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거냐?
    직원 신원조회를 가져오면 된다.

    대사관 직원은 녹색 종이 한 장을 그에게 던졌다. ‘미국 국무부 주한미국대사관, 영사과, 비이민과’ 명의로 되어있는 종이에는 "귀하의 비이민 비자신청은 구비해야 할 자료 미비로, 결정이 보류되었습니다"라고 씌어있었다. 그리고 "귀하의 비자신청건은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재검토는 몇 주가 소요될 예정이며 검토가 끝난 후 귀하에게 그 결과를 추후 통보해드리겠습니다."라는 곳에 체크가 되어 있었고 기타 란에 ‘한국과 홍콩(HK) 경찰 신원조회’라고 썼다.

       
     
    ▲ 지난 3월 26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한미FTA반대 전국노동자대회(사진 금속노조)
     

    금속산업연맹 김혁 정책국장은 분통이 터졌다. 그는 이번 미국방문을 위해 재직증명서, 재산세과세증명서, 소득금액증명서, 호적등복, 급여통장원본 등 무려 10여가지의 서류를 준비하느라 열흘 가까이를 허비해야 했다. 그는 "자료 준비하느라고 진땀을 뺐고, 컴퓨터 앞에 지문날인까지 했다"며 "홍콩에 가 본 적도 없는데 홍콩 경찰의 신원조회를 왜 받아야 하는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6월 3일부터 한미FTA 반대 미국 원정시위 예정

    김혁 국장뿐이 아니다. 연맹 이시욱 부위원장도 지난 15일 미대사관을 방문했는데 아무런 이유 없이 비자발급이 보류됐다. 대사관 직원은 이 부위원장에게도 노조 관련된 단체에서 일하고 있냐고 물었고 명함을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6월 5일부터 워싱턴에서 시작되는 한미FTA 협상에 대한 한국노동자들의 반대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6월 3일부터 30명 규모로 미국을 방문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주 들어서 잇따라 비자발급이 보류돼 원정시위 규모가 줄어들 상황에 처했다.

    지난주까지는 비자발급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지난 해 12월 제 6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저지를 위한 홍콩 원정시위에 참가한 사람에게도 비자가 발급됐다. 비자 발급하는데 질문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번 주부터는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11일 정부 "원정시위계획이 철회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

    지난 7일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 FTA 반대 미국 원정시위는 상대국의 법과 국민 정서를 해치는 외교문제로 정부로서는 시위대를 보호할 명분이나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11일 정부는 한명숙 국무총리 주재로 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미국 원정시위는 우리나라 국가이미지를 실추시키고 향후 협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미국의 반한감정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원정시위계획이 철회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흐름을 보면 11일 정부 관계장관 회의 이후부터 미국 원정시위가 예상되는 노조간부들에게 대해 미 대사관의 비자발급이 사실상 중단됐거나 까다로워졌다고 볼 수 있다. 민주노총 김장호 조직국장은 "외교통상부가 미국 원정 시위에 대해 미 대사관과 논의를 하고 있다는 얘기를 언론사 기자를 통해 들었다"며 "정부가 비자발급이 안되는데 일정 부분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