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자유주의의 미래, 4가지 경로
    [책소개] 『신자유주의의 부상과 미래』(데이빗 코츠(지은이), 곽세호 (옮긴이)/ 나름북스)
        2018년 10월 27일 12: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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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자유주의의 부상과 미래》는 국내에선 처음 소개되는 데이비드 코츠 교수(매사추세츠주립대 경제학과)의 저작으로, ‘사회적 축적 구조론’의 관점에서 현재의 지배적 경제체제인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어떠한 역사적 과정을 거쳐 탄생하고, 작동했는지를 구체적 경제 데이터를 토대로 밀도 있게 분석한다.

    특히 책에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된 ‘규제 자본주의’의 규범과 제도들이 신자유주의에 의해 와해되고,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라는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코츠 교수는 2008년 금융 위기의 발생 과정과 연원을 추적한 뒤 향후 등장할 정치·경제적 변화와 경로들을 제시한다. ‘좌파 버전 현대 미국 경제사’라 부를 만한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신자유주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인 데이비드 코츠 교수는 2008년 위기를 예측한 몇 안 되는 미국 내 경제학자 중 한 명이다. 코츠 교수는 미국 비주류 경제학계의 원로이자 ‘사회적 축적 구조(Social Structure of Accumulation)’ 학파를 대표하는 급진 경제학자다.

    글로벌 금융 위기 10년

    이젠 많은 이들이 미국에서 2008년 발발한 글로벌 금융 위기를 1930년대 대공황에 비견할 심각한 위기로 평가한다. 하지만, 10년 전 금융 위기 이전에 위기를 경고한 사람은 드물었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입을 닫았고, S&P, 무디스 등 신용평가사들은 한술 더 떠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직전에도 ‘A’ 등급을 매기는 등 닥쳐올 위기를 감지하지 못했다. 그러다 2008년에 위기가 현실화하자 침묵했던 경제학자들은 앞 다퉈 신자유주의가 문제에 봉착했다고 진단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표면적으로 위기는 극복된 것처럼 보인다. 미국의 올해(2018년) 2분기 실업률은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3.9%)를 기록했고, 경제성장률은 4%를 넘어섰다. 또 다우지수 등 뉴욕 증시의 대표 지수들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신자유주의의 부상과 미래》의 저자 데이비드 코츠 교수(매사추세츠주립대 경제학과)는 미국 내에서 2008년 위기를 앞서 경고한 몇 안 되는 경제학자 중 한 명이다. 《신자유주의의 부상과 미래》에서 코츠 교수는 ‘사회적 축적 구조론’의 관점에서 현재의 지배적 경제체제인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어떠한 역사적 과정을 거쳐 탄생하고, 작동했는지를 구체적 경제 데이터를 토대로 세밀하게 분석한다. 이를 통해 향후 등장할 정치·경제적 변화와 경로들을 제시한다.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규제 자본주의’를 밀어냈나

    이제는 한국의 대중에게도 신자유주의는 상식, 정확하게는 일상이 됐다. 한국에선 1990년대 중반 IMF 외환 위기를 기점으로 기업 활동을 제한하는 각종 규제가 완화되고, 사회복지 등 공공 영역은 민영화되고, 일자리의 비정규직화 등 노동시장은 ‘유연화’되고, 노조의 협상력은 무력화된 시대를 살게 됐다. 지금이야 신자유주의가 상식이 됐지만, 과거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 선진국의 시민들도 지금과는 여러 면에서 다른 경제(체제)에서 살았다.

    “1960년대 미국에는 이미 ‘규제 자본주의’가 20여 년간 지속되어서, 확장된 국가의 역할, 노조를 통한 노동 현장의 조직화, 복지국가 건설, 1930-40년대 이래의 사회경제적 진보에 관한 광범위한 합의가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비록 자본주의 초기의 역사는 가혹했지만, 그것은 이제 먼 옛날의 일이었다. 자본주의의 경제적 혜택은 경제력을 틀어쥔 몇몇 특권층만이 아니라, 비록 전부는 아니어도 인구 대다수에게 돌아간다고 할 수 있었다.”

    한국사회에선 20여 년 전부터 시작됐고, 미국 등 중심 자본주의 국가에선 1970년대 후반부터 신자유주의가 도입됐다. 신자유주의에 대해 코츠 교수는 “1980년경에 미국과 영국에서 태동하여, 현재의 자본주의와는 상당히 다른 형태였던 그 직전의 ‘규제 자본주의’를 대체한 것”이라며 “이는 (비록 세계 전체라고는 할 수 없어도) 많은 국가로 확산했고, 전 세계적 차원에서 한 시대를 규정하는 경제 제도로서 지배적 위치를 점하게 됐다”고 지적한다.

    코츠 교수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70년대까지의 규제 자본주의가 “시장 관계와 시장력의 역할을 억제하고, 대신 국가를 비롯해 기업의 관리 조직과 노동조합 같은 비시장적 제도들이 경제 현상 규율의 중심 임무를 수행하는 자본주의 형태”였다면, 이후 등장한 신자유주의는 “시장 관계와 시장력이 대체로 자유롭게 작동하여 경제 현상을 지배”하는 경제체제다.

    왜 규제 자본주의는 그 자리를 신자유주의에 내어주게 됐을까? 코츠 교수는 성장과 과실이 비교적 함께 공유되던 규제 자본주의가 해체되고 신자유주의로 재편되는 과정을 ‘사회적 축적 구조론’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구식으로 치부되던 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왜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에 갑자기 다시 나타난 것일까? 이러한 현상의 기저에는 대기업 일각에서 벌어진 변화가 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940년대에 등장한 규제 자본주의는 미국 사회의 두 주요 집단, 즉 대기업과 조직 노동자 간 제휴의 산물이었고, 규제 자본주의에 대한 유력한 반대 세력은 이를 저지하기엔 세력이 약했던 중소기업들이었다. 하지만 1970년대에 걸쳐 대기업들은 점차 규제 자본주의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신자유주의로의 체제 이행을 승인하는 쪽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이들은 그동안 세력이 미미했던 중소기업들과 새로이 동맹을 맺음으로써, 이제 대기업들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로의 재편에 착수하는 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한때의 제휴 파트너였다가 버림받은 조직 노동자들은 이 변화의 주요 저항 세력이 되었지만, 자력으로 이를 막아 내기는 이미 역부족이었다.”

    공염불이 된 신자유주의의 공언

    긴 역사적 지평에서 보면, 어떠한 지배적 경제체제나 사상도 영원히 지속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진보적 관점의 경제학자들이야 신자유주의에 비판적이지만, 신자유주의의 옹호자들은 신자유주의야말로 자본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고 고도성장으로 이끌 동력이라고 주장했다. 코츠 교수의 분석대로 1980년경을 규제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전환점으로 잡는다면, 이제 40여 년이 되어간다.

    코츠 교수는 《신자유주의의 부상과 미래》에서 구체적 경제 데이터들을 토대로 신자유주의 옹호자들의 주장이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음을 논증한다. 대부분의 측면에서 신자유주의 시대 미국 경제는 규제 자본주의 시대보다 나은 실적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례로 신자유주의 시기(1979~2007년) 미국의 GDP 연평균 성장률은 3.0%로, 규제 자본주의가 잘 작동되던 1948~1973년까지의 4.0%보다 낮았다. 심지어 규제 자본주의의 위기 국면이던 1973~79년의 평균 성장률(3.0%)도 넘어서지 못했다. 세계적 수준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또 미국의 평균 자본축적률 역시 신자유주의 시기(1979~2007년)가 3.0%로 규제 자본주의 시기(1948~73년)의 3.6%보다 낮았다. 게다가 노동시장의 유연화 등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에도 노동생산성은 증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규제 자본주의 시기의 평균 노동생산성 성장률(2.8%, 1948~73년)이 신자유주의 시기(2.0%, 1979~2007년)보다 더 높았다.

    더욱이 신자유주의 시기 미국의 소득 불평등은 20세기 초 수준으로 회귀하며 악화했다. 특히 소득 상위 1%와 0.1%에게 돌아가는 몫은 극단적으로 증가했다. 상위 1%의 소득 비중은 1928년에 총소득 대비 23.9%로 최고점을 찍은 후 제2차 세계대전 후 규제 자본주의 시대엔 10% 내외 수준으로 낮아진다. 하지만 1981년부터 높아져 2007년에는 다시 23.5%까지 증가한다. 최상위 0.1%로 한정하면 2007 년이 1928년보다 오히려 더 높다. 게다가 대기업 CEO의 평균 보수는 1978년엔 노동자 평균 보수의 29배였는데, 2007년에는 무려 351.7배에 달하게 된다.

    신자유주의는 성장의 측면에서도 분배의 측면에서도 실패했고, 결국 2008년 위기로 이어졌다는 게 코츠 교수의 평가다. “신자유주의 시대는 이를 옹호하는 이들이 공언했던 투자 증진과 고도성장을 가져오는 데 실패했고, 대신 저투자와 저성장, 불평등의 급격한 확대, 그리고 심지어 일부 국가에서는 평균 임금의 하락으로 귀결되었다. 북미와 서유럽의 경제성장은 투기적 자산 거품 및 가계와 금융 부문의 부채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 이는 2008년의 대 파국으로 이어졌고,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이 붕괴하면서 심각한 불황이 시작되었다.”

    이처럼 그 옹호자들의 공언과 달리 신자유주의는 전후 규제 자본주의가 이룩한 성과를 오히려 되돌렸다. 그럼에도 지난 40여 년간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 신자유주의는 그 지배적 지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코츠 교수는 ‘사회적 축적 구조론’의 관점을 따라 자본-노동의 역관계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사회적 축적 구조는 자본-노동 관계를 안정화해야만 하는데, 왜냐하면 이는 이윤 창출과 안정적인 경제성장 촉진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이러한 자본-노동 관계를 안정화하는 데는 두 가지 방식이 존재한다. 하나는 두 계급 간 타협의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자본 측이 노동 측을 압도하여 노동계급을 자신들의 이익도 변변히 지키지 못할 정도로 약화시켜 버리는 방식이다. 전후의 규제 자본주의가 전자 형태의 자본-노동 관계 안정화에 기반을 두었다면,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노동에 대한 자본 측의 압도에 의한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미래, 4가지 경로

    2008년 경제 위기의 성격과 전망과 관련해 (진보적) 경제학계 내부에선 여러 논쟁이 전개됐다. 코츠 교수는 이 책에서 2008년 위기를 기점으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정상적인 경기 확장을 창출할 능력을 상실했다고 주장한다. 또 현재의 위기 국면이 1930년대나 1970년대처럼 자본주의 자체의 구조 위기의 성격을 지닌다고 분석하며, 구조적 차원의 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2008년에 시작된 경제 위기가 단순한 금융 위기이거나 정도가 심한 불황, 혹은 이 둘의 혼합 정도가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형태의 자본주의 그 자체의 구조적 위기라는 점이다. 구조적 위기라는 말은, 위기가 현재 경제체제의 구조적 형태 자체에서 발생했다는 것뿐 아니라, 현재와 같은 구조 형태로는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지어 공공 지출 확대처럼 케인스 경제학에 기반을 둔 공격적 재정 팽창조차 경제성장 및 일자리 창출을 잠깐 촉진할 수는 있어도 장기적 이윤 창출 및 경제성장이라는 정상적 궤도로의 복귀를 방해하는 구조적 문제 그 자체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보다는 경제 제도 그리고 그와 연관된 사회제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구조 변화만이 현재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경로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1930년대의 대공황처럼 자본주의 체제의 구조적 위기를 수습했던 역사를 통해 뒷받침되는 결론이다.”

    신자유주의의 향방과 관련해 코츠 교수는 “미래란 어디까지나 전 세계에 걸친 여러 계급과 집단 간의 복잡한 투쟁의 결과물”이기에 “경제적·사회적 변화는 어떤 사회 이론이나 역사적 증거들만 가지고 예측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면서도, 조심스럽게 몇 가지 가능한 경로들을 제시한다.

    첫 번째 경로는 현재 형태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지속, 두 번째는 기업 부문이 관할하는 형태의 규제 자본주의의 출현, 세 번째는 자본-노동 간 타협에 근거한 규제 자본주의(사회민주주의적 자본주의)로의 이행, 네 번째는 대안적 사회주의(민주적 참여 계획 사회주의) 체제에 의한 자본주의 경제체제 자체의 교체이다. 신자유주의 미래와 관련한 4가지 경로를 제시하며 코츠 교수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체제는 현재 탈출구를 찾기 힘든 구조적 차원의 위기 한가운데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현시점은 인류에게 역사적인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중심으로 깊고 쉽게 쓴 현대 미국 경제사”

    우리는 때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라는 경제체제를 마치 불변하는 초역사적인 것이라 여긴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역사는 세계적으론 200여 년, 한반도로 좁히면 길게 잡아도 100년이 채 안 된다. 또 200년의 역사 안에서 자본주의는 모습을 달리하며 변천을 거듭했고, 한때는 다른 체제와의 경쟁에서 밀려 세계의 절반을 내어주기도 했다. 이젠 자본주의가 전일적으로 지배하는 세상에 살지만, 미래가 어디로 흘러갈지는 여전히 열려있다.

    《신자유주의의 부상과 미래》를 통해 독자들은 자본주의 중심국 미국의 자본주의가 어떠한 흥망성쇠를 거쳤고, 거쳐 가고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우리 사회의 보다 나은 미래를 모색하는 데 참조점이 될 것이다. 특히 이 책은 미국의 경제 현실을 보여주는 각종 통계와 데이터, 도표가 빼곡한 경제학책이지만, 일반 독자들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추천자들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개념을 중심으로 깊고 싶게 쓴 현대 미국 경제사라는 점을 이 책의 특징으로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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