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 '삼성 vs 현대' 뒤늦은 출고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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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5월 18일 02:2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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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은 기획’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비자금 사건을 계기로 되살아났다.
    5월 8일자부터 13일자까지 보도된 한겨레의 기획기사 ‘집중비교 삼성 vs 현대차’의 원형이 사실은 삼성 비자금 관련 기획기사였음이 확인됐다. 애초에는 지난해말 삼성 비자금 문제가 터졌을 때 기획으로 잡혔던 기사였다.

       
     
     ▲ 한겨레신문 5월 13일자 7면
     

    사회부 소속의 한 기자가 삼성 기획을 제안했고, 전체 기획기사 중 일부 기사는 출고까지 한 상태였다. 하지만 회사 쪽의 소극적인 태도와 데스크의 보도결정 유보 등 내부 진통을 겪는 과정에서 적절한 보도시점을 놓치는 바람에, 삼성 기획은 외부에 공개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해당 기자가 보도유예 결정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애초 작성한 기사를 회사 기사송고망에 올리기도 했다. 당시 한겨레 내부에서는 삼성 쪽의 유예요청이 받아들여진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이후 3개월여 동안 해당 기자는 탐사보도팀으로 소속팀이 바뀌었다.

    그러던 중에 지난 3월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비자금 사건이 터지면서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 관행이 다시 세간의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해당 기자는 다시 기존에 기획 했던 기사를 내보내줄 것을 데스크 진에 요구했다. 결국 논의 끝에 기존에 취재해둔 삼성 기획기사에 현대차 관련 내용을 보강하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탐사보도팀에 일부 경제부 기자들로 구성된 특별취재팀이 구성돼 관련 취재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묵은 기획’이 ‘산 기획’으로 거듭나는 순간이다.

    그러나 비밀스런 인맥 및 조직관리, 회장 비자금, 황제경영 등 두 기업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헤집는 기획이 아무런 잡음 없이 보도될 순 없었다. 한 기자는 “뒤늦게 관련 기획이 나가는 것을 안 광고국에서 당황해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고 말했다. 다른 기자는 “광고국에서 대형광고주 문제가 나가는 것에 대해 잡음이 있었던 정도”라고 말했다.

    삼성과 현대차그룹 쪽에서는 물론 억울하고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삼성 쪽에서는 현대차그룹의 비자금 사건에 애꿎은 자신들을 끼워 넣었다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말하기) 조금 그렇다”며 말을 아꼈지만, 다른 관계자는 “내부에서 기분 나쁘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그렇게 본다는 데 어떡하겠는가”라며 관련 보도에 대한 언급을 꺼렸다.

    미디어오늘 / 김성완 · 이승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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