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읽기 들어간 이란 침공…구체적 움직임 포착
    By
        2006년 05월 18일 03:00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있은 뒤, 필자는 2003년 8월 한 달 동안 이라크를 방문한 적 있다. 당시 사담 후세인의 핵폭탄 건조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이라크의 한 과학자를 바그다드에서 만났다. 그가 내게 들려준 얘기의 요지는 사담 후세인이 핵폭탄 건조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으나 결국에는 실패했다는 것이었다.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고…

    몇 달이 지나면서 결국 그의 말은 사실로 증명되었다. 당시 미군측에서는 이라크침공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담 후세인의 핵무기나 생화학무기를 찾기 위해 혈안이 돼있었다. 물론 아예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찾아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에는 아무 것도 찾지 못했다는 발표를 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부시 정권이 내세웠던 전쟁의 명분은 거짓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미국의 부시 정권은 이라크를 침공하기 전, 수년 동안이나 세계를 향해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침공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삼았다. 막상 이라크를 침공한 뒤에는 그토록 입에 침이 마르도록 떠들던 대량살상무기는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나중에 이라크 침공에 대한 책임을 묻자, "거짓정보를 제공"한 CIA에 책임을 떠넘기면서 얼렁뚱땅 넘어가버렸다. 비밀정보조직인 CIA에 책임을 떠넘겨본들 누구 한 사람 책임지는 사람이 없을 것은 뻔한 일이다.

    나중에 부시 정부는 말을 바꿔 "후세인으로부터 억압당하는 이라크 민중을 구원하기 위해 이라크를 침공했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후세인이 생포된 뒤에는 "독재자인 사담을 축출하고 이라크를 민주국가로 만들기 위해" 전쟁을 했다고 다시 말을 바꿨다. 이런 식으로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았고 또 다른 거짓말들을 쏟아내야 했다.

    사라진 단어 ; WMD

    이제 미국의 신문지상이나 TV에서는 더 이상 ‘대량살상무기’라는 말이 사용되지 않고 있다. 부시 정부는 전세계가 "Weapons of Mass Destruction"(대량살상무기)이라는 말을 망각하기를 원할 것이다. 따라서 이란의 핵문제에 대해서 언급할 때도 극도로 이 용어의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같은 언어를 계속 사용한다면 미국 국민들과 세계가 이라크 침공 때의 거짓말을 연상하여 이란의 핵문제도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부시 정권이 내세웠던 전쟁명분은 조금만 생각해도 논리에 어긋나는 말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사담 후세인이 핵폭탄을 손에 쥐고 있었다면 미국은 육로를 통해 이라크를 침공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버섯구름이 피어오르는 순간, 수천 명의 미군병사들의 사망이 확실한 마당에 감히 침공을 개시하라는 명령을 내릴 수 없을 것이다. 뒤집어놓고 생각하면 부시 정부는 사담 후세인의 손에 핵폭탄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마음 놓고 이라크를 침공했던 것이다.

    대 이란 공격 구체적 움직임 포착돼

    지난 주말동안 그리스의 크레타섬의 수다만에서는 수백 명의 그리스와 유럽의 활동가들이 반전시위를 벌였다. 크레타섬의 수다만에 주둔하고 있는 미국의 해군기지에서 발진한 폭격기와 군함이 이란을 군사적으로 타격할 계획이라는 정보가 유출되면서 그리스가 발칵 뒤집혔다. 그리스에서 벌어진 시위로 인해 이란에 대한 타격을 주장하는 미국 정부 내의 전쟁론자들의 구체적인 움직임이 이미 드러나기 시작했다.

    "평화적인 목적으로 핵을 개발한다"는 입장을 이란 정부가 그 동안 누차 밝혀왔음에도 미국은 아예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지난 2004년 10월, 국제원자력기구의 대표인 모하메드 엘바라디 박사는 이란의 핵 시설들을 둘러본 뒤, "핵무기프로그램은 전혀 보지 못했다. 내가 알기로는 이란은 단지 핵농축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사실이며 이란에서 위험한 것은 전혀 없다"는 공식적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미국 정부는 엘바라디 박사가 이란에 속았다면서 그의 말을 무시해버렸다. 그럼에도 국제원자력기구가 가지는 이란의 핵개발에 대한 공식입장은 이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란의 핵개발 자체를 부정하는 미국

    어쨌든 미국은 이란이 핵을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문제보다는 핵개발 자체를 부정해왔다. 이란의 핵개발을 핵폭탄 제조와 동일시하는 시각을 가져왔고 이 시각을 전세계에 퍼뜨려왔다. 현재 세계에서 핵무기를 가진 나라를 든다면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파키스탄, 인도, 이스라엘 등 8개국이다. 인도나 파키스탄이 핵폭탄을 제조할 때도 거의 눈 감아왔던 미국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유독 이란의 평화적인 핵개발에 제동을 거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인 이유가 도사리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중동을 통제하면서 석유의 생산과 유통을 마음대로 주물러왔던 특권적인 체제에 어떠한 변화도 생기는 것을 원치 않는다. 적대적인 이란이 만에 하나 핵무기를 손에 넣거나 핵무기를 제조할 기술을 보유한다면 중동 전체의 구조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유럽연합과 미국은 현재 긴밀한 협조체계 아래서 양동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란 핵공격시 전세계 전쟁의 소용돌이로 빠져들 것

    유럽연합에서는 ‘경수로 무상제공과 고도의 핵기술 제공’이라는 당근으로, 미국에서는 ‘군사적 타격’이라는 위협, 즉, 채찍으로 이란을 압박하는 중이다. 94년도에 북한의 핵위기가 발생했을 때 적용됐던 해법과 동일하다. 하지만 이란의 강경파측에서도 민족적 자존심을 내세우면서 가는 데까지 가보겠다는 입장이어서 외교적인 해결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기류가 팽배한 상태이다.

    부시 정권은 집권초기부터 아예 이란을 ‘악의 축’의 한 부분으로 못박고 긴장을 조성해왔다. 미국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미 설정된 시나리오에 따라 계속 이란을 막다른 골목으로 밀어붙여왔다. 외교적 수순을 거친 다음에는, 이라크 침공 때처럼 유엔안보리의 결정과는 상관없이 전쟁을 개시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이번에 이란을 공격할 때는 핵무기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말이 펜타곤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만에 하나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에는 중동지역 전체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가 전쟁의 소용돌이로 빠져들 것이 분명하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