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 인권 운동가 박경석
    집시법 등으로 집행유예 2년 선고
    “사법부의 언어와 사회적 약자들의 삶의 언어 다르다는 걸 느껴”
        2018년 10월 25일 05: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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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 인권 운동가인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등의 위반으로 1심에서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9단독(판사 최진곤) 재판부는 25일 오전 박경석 대표에게 집시법 위반과 일반교통방해 등 5건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0개월을, 2016년 업무방해에 대해서는 징역 4개월을 선고하고 각 형의 집행을 2년간 유예했다. 앞서 검사는 박 대표에게 2년 6월의 구형을 내렸다.

    박경석 대표는 2014년 집시법 위반과 일반교통방해, 공동주거침입, 공동재물손괴 등에 따른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와 2016년 업무방해 등 7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장애등급제 폐지 투쟁,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시위버스 탑승 투쟁, 고 송국현 화재 사망사건에 대한 대책 촉구 투쟁 등의 과정에서 받게 된 혐의다. 재판부는 2014년 8월 13일 명동성당 진입 시 발생했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만을 무죄로 판결하고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2014년 4월 20일 서울고속터미널에서 시외버스 탑승을 시도한 것에 “집회 참가자들이 미리 200여 장의 승차권을 마련했던 점, 4.20장애인차별철폐의 날 집회 장소, 미리 구매한 티켓 양 등을 비추어보면 의도된 다수의 의견표명에 해당됨으로 유죄”라고 밝혔다.

    2014년 4월 14일 국민연금공단 장애인등급심사센터 앞에서 진행한 ‘송국현 화재 사건에 대한 사과 및 대책 마련 기자회견’ 역시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구호를 제창하며 진행했기 때문에 옥외집회에 해당한다”면서 “또 구호로 외친 활동보조서비스 도입 등은 곧바로 시행되기 어렵고 집회가 가장 적합한 수단이었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2014년 5월 6일 민주노총 노동자대회에 참여한 전장연 회원들이 서울스퀘어 앞 차로를 점거한 행위, 같은 해 6월 5일 고 오지석 씨 장례식 당시 차로를 점거한 행위 등도 모두 일반교통방해라고 판단했다.

    다만 2014년 8월 13일 프란시스코 교황의 꽃동네 방문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고자 명동성당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받게 된 ‘공동주거침입’, ‘공동재물손괴’ 등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 또한 하반신 마비 중증장애인으로 그동안 장애인권 증진을 위한 활동을 꾸준히 전개해온 점,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이 헌법상 보장된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는 점,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제도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점 등을 부정할 수 없다”며 “각 범행이 장애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는 호소”라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전장연은 선고 직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과 억압에 맞서 인간의 존엄을 외친 인권운동에 이 땅의 법은 얼마나 공정하느냐”고 되물었다.

    박 대표는 “우리는 송국현이 죽었을 때 불타는 마음으로 국민연금공단 앞에 갔는데 재판관은 ‘꼭 그 방법밖에 없었냐’고 했다. 오늘 다시 한 번 사법부의 언어와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의 삶의 언어가 굉장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약자들이 불타 죽지 않고, 시설에 갇혀 살지 않고, 지역 사회에서 자신의 삶을 꾸려갈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제시해야 할 책임은 국가에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우리의 투쟁은 우리가 무죄라고 주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장애인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책임이 있는 국가의 유죄를 입증하는 투쟁이며, 재판이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6개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할 예정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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