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금실 후보, 아토피 정책 우리 거 베낀 거 아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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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5월 17일 08: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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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5/18)부터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그러나 말이 공식 선거운동기간이지,  오래 전에 선거운동은 이미 시작됐다. 적어도 정책연구를 하는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분명하다. 이번 지방선거를 위해서 개발한, 속된 말로 표현하자면, ‘정책 상품’ 출시가 이미 대부분 끝났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도 마찬가지지만,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 모두, 정당이나 후보 차원에서 공약 발표는 대부분 이루어졌다.

    각 당 ‘정책 상품’ 출시 이미 완료주변화된 생활 의제

    그런데 정책/담론 차원에서 볼 때 공식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기도 전에 벌써 의제선정의 공간이 굳게 닫혀버린 듯하다. 서울시장 선거만 해도, ‘강북 개발’, ‘강남북 교육 격차 해소’와 같은 문제가 중요의제로 ‘셋팅’이 되어 버렸고, 반면에 비정규직, 환경, 보육, 보건의료 등과 같은 대다수의 생활의제들은 주변화되고 있다. 지방선거를 염두해두고 생활의제의 정책들을 개발하고 있던 사람으로서는 답답한 일이다. 그러나 정책담당자의 답답함이란 것도, 그 정책을 갈망하는 시민들의 그것에 비할 수 있을까? 

       
      ▲사진=참세상

    지난 해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실과 함께 추진한 ‘아토피 국감’에서 참고인으로 참석하여 아토피 문제의 심각성을 알린 한 여성이 생각난다. 밤마다 몸을 긁어대고 피를 뚝뚝 흘리는 아이를 지켜보느라, 몇 년 동안 제대로 깊은 잠을 자본 일이 없다는 어머니였다.

    또한 같이 만난 한 어머니는 아토피 아이를 돈벌이 대상으로 바라보고 온갖 아토피 상품만을 팔아먹는데 혈안이 된 기업들과 아토피 치료비용에 대한 보험적용도 제대로 신경쓰지 않는 정부에 ‘한’이 맺혀 있었다. 그녀는 아토피 문제에 무관심한 이 사회에 대해 마음이 격해져, 눈물과 함께 누군가를 향해 “죽여버리고 싶다”는 적개감과 분노까지 드러내 보였다.

    아토피 때문에 이민을 간 한 어머니

    물론 이들 어머니들은 아토피를 심하게 앓고 있는 아이들을 두고 있는 경우라 할 수 있겠지만,  4세 이하 아이들의 경우 5명당 1명 꼴로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다는 통계를 보면, 이에 대한 우리 정치의 무관심은 ‘살인적’이다.

    생활정치 중심으로 하겠다고 장담한 지방선거에서도 ‘아토피’가 핵심의제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아토피 국감의 그 어머니는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다. 그러나 이 땅에 남겨진 아토피 아이와 어머니의 절망과 분노는 어찌할 것인가.

    며칠전 YTN에서 주최한 서울시장 후보토론회가 열렸다. 우연히 TV 앞을 지나다가 “아토피”라는 단어에 귀가 번쩍 틔여 쳐다보니,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였다. “아토피 치료센터를 만들겠다”는 요지의 발언이었다. 주요 시장후보의 입에서 아토피 문제가 거론되니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부산에서 벌어진 ‘아토피 원조 정당’ 논쟁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민주노동당 정책과 공약 베끼기냐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노동당은 이미 공공보건(지)소, 시립병원 등에 ‘아토피 크리닉’ 설치를 공약했다. 또한 실제로 몇몇 지역의 경우, 민주노동당원을 중심으로 공공보건(지)소 설립운동을 하면서 이를 추진하고 있다.

    말이 나온 김에, ‘아토피’ 문제에 대해서 어느 당이 더 열심히 환자와 가족들 그리고 관계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는지, 또 더 열심히 정책을 개발하고 입법을 해왔는지 따져보자. 무릇 선거라는 것이 이런 걸 따지면서 표를 찍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이런 ‘정치’가 이뤄질 때 아토피 어머니들의 분노와 절망감을 녹여내고, 자그마한 희망이라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미 닫혀지고 굳어진 지방선거 의제를 개방시키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부산에서 벌어진 “아토피 공약 내가 먼저다”라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사이의 논쟁에 대한 답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오세훈, 기대 수명 3년 늘려주겠다고? 이건 ‘뻥’이라고 봐요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공약에서 아토피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은 없다. 다만 도시 대기오염을 줄이겠다는 것이 눈에 띈다. 아토피라는 것은 환경오염에 의한 어린이 건강상의 문제를 상징하는 것이라면, 대기오염을 줄이는 것 역시 중요한 문제이다.

    그런데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대기오염을 개선해서 기대수명을 3년을 늘려주겠다고 약속했다. 고마운 일지만, 그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한 연구에 의하면 미세먼지 오염도를 30㎍/㎥ 낮추면 기대수명을 3.3년 증가한다는 주장이 있다. 즉, OECD국가 수도 중에가 가장 높은 미세먼지 오염도인 71㎍/㎥(2001년)를 보여주는 서울을 제주도 수준으로 낮추면 기대수명이 3년 이상 는다는 것이다(환경보건백서, 시민환경연구소, 2004).

    그런데 대체 어떤 방법으로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은 궁금하다. 자동차 운행량 나아가 자동차 자체를 줄이지 않고 방법이 있다면 배우고 싶다. 매연저감장치(DPF)와 공공차량의 천연가스화만으로는 이게 가능하다고? 난 ‘뻥’이라고 생각한다.

    열린우리당에 정말 할 말 많다…"그만 좀 베껴라"

    자동차와 도로를 동결하거나 줄이지 않고서, 미세먼지를 30㎍/㎥ 줄이는 것이 가능할까? 10여년 전 젊은 환경운동가들이 광화문 한복판에서 폐차량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하면서 주장하고자 했던 바가 새삼 다가온다. 물론 해머가 아니라, 법과 제도 그리고 시민적 공감대를 통해서 해야 할 일이지만.

    정작 할말이 많은 것은 열린우리당이다. 이미 ‘민주노동당 정책 좀 고만 좀 베껴라’라고 말했지만, 여당은 베끼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참으로 안일하고 게으른 것 같다. 아무리 집권여당의 프리미엄이라고는 하지만, 정부가 만들어준 것을 받아서 포장만 새로 해서 ‘상품 출시’하는 것은 좀 심한 것 같다.

    우선 열린우리당이 ‘건강한 삶, 안전한 사회’ 분야의 두 번째 공약으로 제시한 ‘어린이가 잘 걸리는 천식, 아토피 등 환경성 질환 대책 마련’ 공약의 내용은 환경부가 2005년에 ‘환경보건의 원년’을 표방하면서 내놓은 정책을 거의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다.

    또한 ‘오염취약지역 주민들의 건강보호를 위한 조사를 실시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공약도, 예산에 이미 배정돼 있어 환경부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들이다. 이런 걸 공약으로 내놓는 배짱은 대체 뭔가? 가끔 햄 같은 가공식품의 때지난 유통기간을 지우고 새로운 날짜 찍어서 내놓는 파렴치범이 있다는데. 그것에 비유하는 것은 너무 심한 걸까?

    여당 진행 중인 정부 정책 공약으로 내놔

    그런데 ‘보육시설, 지하철 등 실내공기질 관리’ 공약을 보면 화를 내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인정할 것부터 하자. 지하철은 민주노동당이 다루지 못했다. 그러나 보육시설 문제는 할 말 많다. 애초 실내공기질법에는 보육시설의 대부분이 빠져 있었다. 1,000㎡이상의 국공립 보육시설만 법이 적용되는 것으로 돼있다. 근데 이에 해당되는 곳은 전국에 24곳 뿐이다. 참고로 전체 보육시설은 28,367곳이다.(2005년 12월 현재). 이러고도 보육시설이 실내공기질 관리대상이라고 그랬다. 욕나올 일이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이 2004년부터 진행한 ‘아토피 스탑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작년에 4개 도시 44개 학교 및 보육시설을 대상으로 아토피 등 환경성질환 설문조사와 실내공기질 조사했다. 당 입장에서는 거금 1,300만원이 들어갔다. 하지만 취지에 동감하는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은 ‘껌값 수준’을 받고도 도와줬다.

    그렇게 실태 파악을 하고 이슈화시킨 후에, 단병호 의원실을 통해서 민간보육시설까지 포함해서 관리대상을 늘리기 위한 실내공기질법 개정안을 냈다. 그리고 현재 환경노동위원회 심사소위까지 통과했다. 법이 최종적으로 통과하면, 24곳에서 2,114곳으로 대상이 늘고 인원도 5,594명에서 320,450명으로 늘어나게 된다(추정치, 수용 정원 기준). 사실 법이 최종적으로 통과되지 않았는데도, 어린이날을 맞이해서 5월 2일 아토피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다. 그러나 언론이 난 곳이 거의 없었다. 뭐, 이렇게라도 자기 자랑을 좀 하자.

    여당은 허울 좋은 공약 발표보다 예산확보 때나 도움 달라

    하지만 큰 과제가 남아 있다. 법안이 개정돼도, 여전히 26,253 곳의 보육시설의 1,215,412명의 아동들이 실내공기질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게 된다. 이중에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며, 이 아이들은 빨갛게 부어오른 피부를 긁어대고 있을 것이다. 한편 늘어난 관리대상 보육시설에 지원할 예산도 문제다. 향후 5년간 393억원이 필요하다. 열린우리당은 헛 공약 남발은 그만 두고 예산 확보할 때나 도움을 주면 좋겠다.

    또 있다. 작년 말 국회에서 2006년도 예산 심의를 할 때, 전국 학교 학생들의 환경성질환과 실내공기질 등에 대해서 조사하라고 주장하였다. 우리가 적은 비용으로 아주 일부 학교만을 조사한 것을 확대해서 본격적으로 조사하라는 주장이었는데, 당은 200억원을 배정할 것을 요구했다. 사실 좀 무리다 싶었지만, 국회 뿐만 아니라 정부 기획예산처 쪽에도 그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 결과 교육부 예산으로 3억원이 배정되었다. 교육부는 최순영 의원실과 관련 전문가 및 환경단체와 협의하면서 연구사업 계획을 마련했고 조만간 추진할 예정이다. 전국 초등학교와 유치원 500~600개 학교를 대상으로 일차 조사하고 이 중에서 120개 학교에 대해서는 실내공기질 측정과 건강검진 등 정밀조사를 할 예정이다.

    올해 어린이날 즈음해서 아토피(한나라당 안명옥 의원), 어린이안전(소비자보호원), 어린이건강(지속가능발전위)에 대한 많은 토론회와 행사들이 있었다. 어쨌거나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처음의 고민으로 돌아간다. 왜 이렇게 많은 기획들과 행사가 있음에도, 지방선거에서는 왜 아토피가 주요 의제로 등장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제 공식적인 지방선거운동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너무 이른 일인지 모르겠지만, 답답함을 이기지 못해 자문하게 된다. 이제 시작되는 선거운동기간에 그 답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민주노동당도 이런 사람들한테 듣고 베꼈다

    아, 마지막으로 부산의 황당한 논쟁에 대해서 한마디. 열린우리당 오거돈 후보 측이 “민주노동당이 서울 등 전국적 차원에서 아토피 문제를 먼저 제기한 것은 맞지만, 부산지역 실태를 조사하고 대책을 세운 것은 우리가 처음"이라고 주장했다는데, 뭐 할 말 없다. 또 그렇게 정책 베끼기, 무임승차해서 가겠다면야 어쩌겠는가? 지식과 정보의 공유를 중요 공약으로 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이다. 하지만 그래도 누가 먼저 정책개발 했는지는 밝히는게 예의 아닌가?

    그런 차원에서 민주노동당도 밝힌다. 아토피, 환경보건정책, 실내공기질 문제에 대해서 우리를 가르쳐주고 자문해주었으며, 조사용역을 맡아서 진행해준 시민환경연구소, 환경정의, 대전시민환경연구소 등의 단체와 전문가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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