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서비스공단,
먼 길 왔지만 갈 길 멀다
[기고⑥] 디시 신발 끈을 동여매자
    2018년 10월 19일 03: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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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⑤] 사회서비스원 설립, 제대로 바로 서야 한다

무심코 길을 걷다 보면 문득 참 먼 길을 걸어왔구나 싶을 때가 있다. 그냥 한 걸음 한 걸음 더디다 싶은 발걸음을 내딛어왔는데 어느 순간 지나온 길을 돌이켜보니 먼 길을 지나온 것이다. 사회서비스공단의 추진과정이 그렇다.

소수의 의견이긴 했으나 어린이집, 노인 돌봄, 장애인 돌봄 등 사회서비스와 사회복지의 영역에서 공공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대안의 하나로 사회서비스공단은 오랫동안 논의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초기에는 정말 소수의 학자와 노동 및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논의가 시작되었다.

오랫동안 민간 주도로 집행되어온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드러난 회계의 불투명성, 운영의 비민주성, 종사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 그리고 이와 같은 문제들의 결과로 나타나는 서비스의 낮은 질과 이용자의 불만족 등 다양한 문제점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것에서 논의가 시작되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의 공유는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에 대한 논의로 연결되었고 족히 수 십 차례에 이르는 워크숍과 토론회가 순수 민간 차원에서, 혹은 민관 협의로 진행되었고, 다양한 수준의 연구보고서가 제출되어 왔다.

이와 같은 논의는 해당 사회서비스 영역에 발을 딛고 있는 민간단체와 단체협의회, 노동조합, 이용자 조직,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일부 학자 등 다양한 배경의 주체들이 참여하여 논의를 수렴하는 과정이었다. 돌이켜 보건데 이 논의의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동일한 문제의식이 존재함을 확인하는 과정이었지만, 그 과정은 한편으로는 격렬했고, 한편으로는 불편했으며, 때로는 폭력적이기까지 했다.

주로 민간 영역에서 더디게 진행되던 논의는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함께 사회서비스공단이 국정과제에 실리도록 하는 성과를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한 발 더 큰 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의미있는 전기를 마련한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을 기점으로 국회, 지방자치단체, 중앙정부의 주요 부처나 사회보장위원회, 일자리 위원회 등 다양한 수준의 정부기구에서도 사회서비스원에 대한 논의를 심도 있게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논의의 성과로 올해 비로소 사회서비스원 설립과 이에 대한 예산 지원의 근거가 되는 ‘사회서비스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남인순 의원 등 11인 발의)이 최초로 발의된 바 있으며, 이와 별도로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법률(안)’(윤소하 의원 등 10인 발의)이 연이어 발의된 바 있다.

정부와 지자체도 이와 같은 움직임에 발맞추어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초 사회서비스원 선도사업 추진계획안을 발표하고 올해 준비과정을 통해 2019년 선도사업을 시행하고, 2020년부터 본 사업을 시행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또한 일찍이 사회서비스공단에 대한 연구용역을 실시하는 등 어느 지자체보다 선도적인 움직임을 보여 온 서울시를 비롯한 몇몇 지자체도 2019년 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을 목표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 감지된다.

다양한 동기에서 사회서비스원의 출범을 기다려온 이들의 입장에서 이와 같은 최근의 발 빠른 움직임은 환영할 만한 일일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문득 뒤돌아보니 정말 먼 길을 걸어왔구나 하는 뿌듯함이 느껴질 만하다. 하지만 찬찬히 생각해보면 지금의 상황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일 뿐이지 완료형이라 할 수 없다. 법안도 여전히 발의 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만 되었을 뿐 입법에 이르는 길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지자체의 움직임도 여전히 더디고 미약하다. 복지부의 선도사업계획과 2019년 예산안을 살펴보면 4개 광역지자체의 사업에 대한 계획만을 내놓았을 뿐이고 그 이후 전면 실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와 같이 발 빠른 움직임을 보여 온 지자체조차도 일부 민간 공급자의 압력 등의 이유로 애초의 계획과 달리 2019년 사업대상에서 보육영역을 제외하는 등 사업영역 축소의 움직임마저 보이는 등 시작부터 중심을 못 잡고 비틀거리는 모습이다.

사진=공공운수노조

처음의 문제의식 돌아보며···
의미 있는 정책수단 되기 위해 필수적인 정책 및 제도적 요건

지난한 과정을 거치면서 오늘에 이른 사회서비스공단의 문제의식을 다시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것은 바로 우리 사회 아동, 노인, 장애인에 대한 돌봄의 공백, 즉 급속하게 진행되는 인구구조의 변화와 경제사회적 요인으로 인해 갈수록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신사회적 위험에 대한 제도적 차원의 대응으로서 돌봄의 사회화 방안의 마련이다.

사회서비스공단은 그 자체로도 돌봄 노동의 질 개선, 사회서비스 제공의 공공책임성 강화, 그리고 이를 통한 사회서비스 질 개선 등의 측면에서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돌봄의 사회화와 이에 대한 공적 책임성의 강화라는 애초의 문제의식을 해결하는 데 의미 있는 정책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동반되어야 할 정책 및 제도적 요건이 존재한다.

먼저 공공 사회서비스 인프라의 획기적인 확충이다. 사회서비스공단은 정부나 지자체가 설립한 사회서비스 공급기관을 민간에 위탁하지 않고 공공이 직접 운영하는 것을 가장 핵심적인 기능으로 삼고 있다. 보육, 노인 돌봄, 장애인지원 등 주요한 사회서비스 영역 전반에 걸쳐 공공 서비스 공급이 10%에 채 미치지 못하는 현재의 상황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사회서비스공단의 설립과 운영은 기껏해야 찻잔속의 태풍으로 그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상황이 지속될 경우 종사 노동자들 사이의 계층화를 불러올 위험마저 도사리고 있다.

사회서비스공단이 돌봄의 사회화와 이에 대한 공적 책임성 강화를 위한 의미 있는 역할을 위해서는 어린이집, 요양시설, 장애활동지원기관, 주간보호시설을 포함한 사회서비스 공급영역 전반에 걸쳐 공적 서비스공급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행정 및 재정 계획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2019년 복지부 예산에서 공공 사회서비스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가 보육 등 일부에서만 예년 수준을 유지하는 등 획기적인 확대에 대한 계획이 반영되지 않은 점은 매우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다음으로 사회서비스 전반에 걸친 제도의 정비이다. 사회서비스공단은 그 자체로는 관련법의 틀 안에서 수립된 정책과 제도, 그리고 그에 근거한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에 해당한다. 공공제공자이든 민간제공자이든 이들의 서비스 내용과 질은 관련법과 제도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서비스 제공 수가의 현실화, 서비스 수혜 자격기준에 대한 정비,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자격관리 및 훈련기회의 제공, 이들의 권한과 책임에 대한 명확한 규정 등에 대한 제도적인 정비는 지속적으로 수행되어야 할 과제이다.

그동안 민간 주도로 진행되던 사회서비스 공급환경에서는 서비스 제공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이 민간 직접제공자와 관리감독의 책임을 지고 있는 정부 및 지자체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공방과정에서 그 내용은 사라지고, 적절한 정책적 대안이 도출되기 어려웠다. 공단의 설립과 운영은 공공이 책임지고 운영한 기관으로부터 축적된 서비스제공 관련 풍부한 실증자료를 바탕으로 제도의 개선을 가속화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지속적으로 확대될 사회서비스 수요에 대응할 양질의 사회서비스 제공인력 수급계획이 필요하다. 대인서비스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사회서비스는 그 성격상 서비스의 질이 전문성과 경험 등 서비스제공 노동자가 갖추고 있는 조건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각 분야별로 필요로 하는 전문성과 경험, 그리고 그를 위해 갖추어야 할 교육 및 훈련의 수준에 있어서 격차가 존재하겠지만 각 분야별로 적절한 자격에 대한 기준과 이에 따라 이들을 서비스제공노동에 참여하게 하기 위한 계획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사회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사회서비스노동자 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해당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현장의 사회서비스 제공 노동자와 기관을 적절히 지원할 수 있는 전문 사회복지 공무원의 공급계획도 포함된다.

지금 상황은 명확하다. 힘들게 먼 길을 헤쳐 왔지만 아직 가야할 길을 다 온 것은 아니다. 아니 아직 남아있는 길이 더 멀고 험난하게만 보인다. 대체 이 길을 얼마나 더 가야하고, 어느 방향을 바라보고 가야할까? 때늦은 질문은 없다. 힘들지만 다시 나침반을 손 위에 놓고 신발 끈을 동여맬 일이다.

필자소개
서울여대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 실행위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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