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리감에 취한 한나라당, 본색 나오나?
        2006년 05월 17일 03: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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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지방선거 승리의 단꿈에 취한 걸까. 마술같은 콘크리트 지지율이 배포를 키운 걸까. 한나라당이 초반의 ‘자숙하는’ 태도를 잃고 있다.

    오세훈, "피곤해서 TV토론 못하겠다"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는 19일로 예정된 TBS 초청 서울시장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오 후보측 나경원 대변인은 17일 "비슷한 토론회가 너무 많이 겹친다"며 "토론회 때문에 시민들을 직접 만날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강금실 열린우리당 후보의 일대일 토론 제안에 대해 타당 후보에게도 기회를 줘야한다는 이유로 거부했던 오 후보가 정작 ‘4자토론’을 마다한 것이다. 오 후보는 "개별 인터뷰는 할 수 있지만 토론회는 힘들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대 후보 진영은 오 후보가 마치 시장에 당선된 것처럼 오만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후보측 오영식 대변인은 17일 "공정성, 타당 후보에 대한 예의 운운 하면서 4자 토론을 하자고 하더니 이제는 4자토론마저도 계속해서 거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책선거를 강조하면서도 뒤로는 정책 및 자질 검증의 장이 될 수 있는 토론의 장을 거부하고 회피하고 있다"며 "이런 모습은 이중적인 행태이고 비겁한 태도"라고 맹공했다.

    "오세훈, 그렇게 허약해서야 서울시장 하겠나"

    김종철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측 정호진 대변인도 17일 "뒤늦은 후보 선출로 서울시민들에게 충분한 후보 검증과 정책 비교의 기회를 박탈한 장본인 중에 하나가 바로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다. 그런데, 지나치게 토론회를 많이 했다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며 "현재까지 여론조사 결과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벌써 서울시장에 당선된 것 인 양 오만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오세훈 후보는 지금이라도, 본인에 의해 무산된 토론회를 준비했던 각 단체 및 TBS 관계자들에게 공개 사과하고, 서울시민들에게 사과하라"며 "벌써 서울시장 당선의 단꿈에 젖어, 안일한 자세와 서울시민의 알 권리를 박탈하고 있는 태도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각종 토론회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주선 민주당 후보측 송지언 대변인은 "TBS측에 전화해서 토론회가 무산된 이유를 따졌더니 ‘오 후보가 피곤해서 못하겠다고 하더라’는 대답을 들었다"며 "비교적 젊은 축인 오 후보가 그렇게 허약해서야 서울시정을 제대로 이끌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공천헌금 고개숙여 사죄하던 사람들 이제 수사 중단 촉구 

    한나라당의 ‘긴장’이 이완되는 모습은 이것만이 아니다.

    한나라당 서병수 의원 등 한나라당 부산지역 국회의원 3명은 16일 부산지방검찰청을 항의 방문해 안영일 지검장과 면담을 갖고 야당 탄압에 가까운 검찰 수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검찰의 한나라당 부산시당 공천비리 수사와 관련, "검찰이 근거도 정확하지 않는 소문에 근거해 짜맞추기 식의 과잉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천헌금 파문이 처음 터졌을 때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고개를 숙이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최근 정인봉 인권위원장의 "4.19의 개혁의지와 5.16의 혁명동기가 일치한다"는 발언도 철벽 지지율에 방심해 ‘천기’를 누설하면서 발생한 ‘설화’로 지적된다.

    한나라당, 자충수 둘 조짐이 보인다

    열린우리당의 정봉주 의원은 "선거는 자기가 잘해서 이기는 싸움이 아니라 상대방의 실수나 자충수로 이기는 싸움"이라며 "지금까지 현 정부에 대한 증오감이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면, 이제 한나라당이 자충수를 놓을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의 또 다른 의원은 "노무현 정부에 대한 증오감과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가 구조화되어 있는 면이 있기 때문에 판세를 단번에 역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한 두 번의 터닝포인트가 올 시점이다"라며 기대섞인 진단을 했다.

    이런 우려는 한나라당 내부에도 있다. 정인봉 인권위원장의 ‘5.16 혁명 발언’이 터진 직후 어느 핵심 당직자는 "지금이 어떤 시기인데 분위기 파악 못하고 이런 일을 터트리는지.."라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도 선거운동 기간 중 돌발 악재의 출현을 막기 위해 ‘조심, 또 조심’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여당 의원은 "한나라당으로서는 가급적 안 다니고, 가급적 말을 안 하는 게 최상의 선거운동"이라고 말했다. 

    여당의 ‘읍소’와 한나라의 ‘오만’?

    최근 여당은 머리가 땅에 닿도록 조아리고 있다. ‘반성’과 ‘참회’의 모습으로 유권자들의 ‘진정’을 얻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면서 ‘거대야당’ 견제론을 말하고 있다. 여당의 이런 읍소 전략은 한나라당의 오만한 이미지와 겹칠 때 극대화된 효과를 볼 수 있다. 최근 한나라당의 모습은 여당의 전략이 맹랑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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