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동상이몽 광주정치 왜?
    2006년 05월 17일 12:2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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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선거를 앞두고 광주가 뜨겁다. 여야 각 당의 지도부는 ‘5.18 민주항쟁’ 26주년을 맞아 대거 광주로 모여들 예정이다.

열린우리당은 17일 지도부는 물론 소속 의원과 광역단체장 후보들에게 ‘광주 동원령’을 내렸다. 한나라당도 18일 5.18 기념식에 참석한 뒤 광주시당에서 선대위 회의를 열어 광주에서 공식 선거운동을 점화한다.

민주당은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 전국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17일 망월동 5.18 국립묘지에서 자체 기념행사를 갖고 5.18 전야제 행사에도 대거 참석한다. 민주노동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도 17,18일 양일간 광주에 총출동해 5.18 광주민중항쟁을 계승하고 지방선거 승리의 출정을 전국에 알린다.

포스트 DJ 시대, 새로운 지역 정치 흐름 형성에 적극적 개입

광주로 내려가는 이들의 속내는 저마다 다르다. 단지 목전에 둔 지방선거 때문만은 아니다. 대선까지의 흐름에서 광주와 호남은 전체 판세를 좌우할 핵심 변수다.  ‘포스트 DJ 시대’에 호남의 지역주의적 기초가 약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난 9일 광주를 방문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광주 충장로 우체국앞에서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형민우/정치/ 2006.5.9  (광주=연합뉴스)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진 여당은 호남에서 출발해야 한다. 여당의 대선 전략은 여전히 동서분할론에 기초해 있다. 호남, 충청, 수도권을 서부권 벨트로 묶어 한나라당의 동부권 벨트에 맞선다는 복안이다. 서부권 벨트의 출발점이 바로 호남이고 그 핵은 광주다.

때문에 광주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절박함이 있다. 최근 여당이 호남 민심을 돌리기 위해 총력전을 펴는 데는 이런 탓이 크다. 대선가도에서 호남의 민심을 확실하게 얻어내려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최소한의 토대를 닦아둬야 한다. 정동영 의장은 "5.31선거의 전부가 사실 광주에 있다"고까지 했다.

여당의 지역주의적 셈법은 나름의 이념적 알리바이를 갖는다. 그 알리바이는 ‘광주-DJ-한반도 평화’의 폐쇄회로를 따라 흐른다. 이렇게 호남 중심의 지역 연합은 수구냉전 세력에 맞서는 민주평화세력 대연합의 칭호를 얻는다. 정 의장 등 호남 출신 의원들은 물론 김근태 의원 등 재야파도 이 점에 있어 이해관계를 공유한다.

물론 여권의 입장이 단일한 것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 등 소위 ‘영남 민주세력’은 이들과 지역적 기반도 다르고 정치적 컬러도 다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와 관련, "DJ는 민족문제를, 노대통령은 주류세력 교체에 포인트를 두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호남-민족문제’라는 DJ 중심의 지각판과 ‘영남-주류세력 교체’라는 노대통령 중심의 지각판의 충돌이 향후 정국 변화와 차기 대권으로 넘어가는 데 있어서 변화 요인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DJ-민족주의 vs 노대통령-주류세력교체, 두 지각판 충돌 정국변화 주요 변수

이렇게 본다면 노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최근 ‘부산정권’ 운운하면서 여당의 호남 올인에 제동을 건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예사롭지 않다. 대선을 앞두고 두 지각판의 충돌이 이미 시작되는 징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호남의 비토를 극복하지 않고는 이기기 어렵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래서 박근혜 대표가 처음부터 추진한 것이 이른바 ‘서진정책’이다. 동부권 벨트를 공고히 유지하면서 서부권 벨트의 핵인 호남에 미세하나마 균열을 가져오면 ‘필승’이라는 계산이다.

이런 탓인지 최근 호남 지역에서 반한나라당 정서는 예전에 비해 많이 누그러진 양상이다. 호남 출신인 이정현 부대변인은 "이번 선거는 먼 미래에 대한 투자"라며 "득표에 대한 목표보다는 거부나 배타의 정서를 없애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호남지역에서 앞으로 한나라당이 잘만 하면 표를 얻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보고 있다"며 "당 지도부가 선거기간 중에 다른 지역은 못 들르는 한이 있더라도 호남 지역에서는 적어도 2회 이상의 지원 유세를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잘 하면 표얻을 수 있는 희망 싹 터"

민주당은 호남의 지역정서를 존재근거로 한다. ‘지역의 이해를 대변하는 지역정당’임을 공언하고 있다. 한화갑 대표는 17일 오전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호남의) 지역 정서를 대변할 세력은 민주당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15 총선에서 (지역 유권자들은) 탄핵 역풍에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열린우리당에 표를 줬는데, 결국 표값을 못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일단 호남을 꿰차고 있으면 지방선거 이후의 정계개편 과정에서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대표가 연일 "지방선거 후에 열린우리당은 깨질 것"이라고 공언하는 것도 이런 기대와 전망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 민주주의의 구현이라는 점에서 5.18 민주항쟁의 이념적 적자는 민주노동당이다. 그러나 그동안 광주는 민주노동당에 냉담했다. 지금껏 광주의 개혁성은 지역기반의 둑길을 따라 흘렀다. 이제 그 단단한 둑에 점차 균열의 조짐이 보인다는 게 민주노동당의 판단이다. 광주가 민주노동당을 선택한다면 우리 정치사에서 지역기반의 정치가 이념과 정책 기반의 정치로 결정적으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천영세 공동선대위원장 등 당 지도부는 17일 오전 광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노동당이 열린우리당을 대신해 민주당의 독점을 견제할 진보개혁세력의 대표주자로 나설 것인지 광주가 그 시금석이 되고 있다"며 "민주노동당으로 “진보개혁진영 대표선수”를 교체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광주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정치혁명의 기운으로 민주노동당은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까지 승리하여 광주항쟁의 못 다한 전투를 마무리 짓겠다"며 "항쟁의 마지막 목표인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와 연대의 도청을 사수하기 위해 두려움 없이 전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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