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추리의 만월
    By
        2006년 05월 17일 11:15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대추리에 보름달이 떠 있었네
    가을 풍년을 바라듯
    백목련과 개나리 민들레 제비꽃
    어우러져 피어 있었다
    그리고 날이 밝았다
    사람들이 있었다 너른 들판엔
    볍씨 직파를 위한 트렉터 작업이 시작되었다
    떠나는 이 붙잡지 않고
    떠난 이의 빈집과 무덤들과 함께
    남은 이들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그러니까 여기는
    있어서는 안 될 것은 있어서는 안 되고
    가령 미군이라든가 어른들의 한숨과 눈물이라든가
    그러니까 여기는
    있어야 할 것들은 꼭 있어야 한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라든가 농사의 기쁜 수확의 땀방울이라든가
    그러니까 온갖 꽃들을 닮은 사람들의
    그 넉넉한 희망이라든가

    김경훈_1962년 제주에서 나서 제주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시집으로 <운동부족>, <고운 아이 다 죽고>, <한라산의 겨울> 등이 있으며, 마당극 대본집 <살짜기 옵서예>, 제주4.3 관련서인 <잃어버린 마을을 찾아서>와 <무덤에서 살아나온 4.3 수형자들>을 공동집필했다. 현재 제주4.3사건지원사업소 전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