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피아의 눈으로 본 미국의 역사책
        2006년 05월 17일 10:4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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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글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부분이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60년대 말 텔레비전의 보급으로 영화 관객의 수가 감소하자 미국 대형 스튜디오들은 불안해졌다. 일부에서는 “대중오락으로서 영화의 시대는 끝났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분위기였다.

    정말 대중들이 영화에 등을 돌린 것이 아니냐는 영화사들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주고 영화의 건재를 과시한 작품이 1972년 개봉된 <대부>다. 관객들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 모으면서 영화는 그때까지의 흥행 기록을 모두 새로 썼다. 대중들이 왜 이 암울한 ‘조직폭력배’ 영화에 열광했는지는 해석이 분분하다.

    재미있는 영화임에는 분명했고, 당시까지도 실체가 분명하지 않았던 마피아라는 존재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도 강하게 작용했다고 한다. 또한 60년대의 반문화 운동과 산업사회의 확장으로 인해 공동체가 해체되고 가치관의 혼란이 극심해지는 가운데 이 영화가 과거에 대한 향수를 자극했다는 해석도 있다. <대부>는 그 정도로 반동적인 영화는 아니지만 확실히 70년대 미국의 사회적 분위기와 맞아 떨어지는 영화였다.

    이 영화에 열광했던 사람들은 또 있다. 바로 ‘마피아’ 당사자들이다. 이탈리아계 마피아 조직들은 영화제작을 막기 위해 관계자들에 대한 살해 위협은 물론 영화사에 폭탄을 설치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정작 완성된 영화를 보고는 그들이 ‘가족’이라고 부르는 조직을 지키기 위해 대부가 고군분투하는 모습과 이탈리아계 미국인의 문화를 우호적으로 다룬데 대해 감동했다. 개봉 당시 뉴욕의 극장가에는 손수건을 눈물을 닦으며 영화를 보는 ‘조직원’들이 수두룩했다고 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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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알려져 있듯이 영화는 마리오 푸조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영화로 옮긴 것이다. 마리오 푸조는 잠깐 동안 마피아 하급 단원으로 활동했었다. 이런 경험과 이탈리아계 미국인 공동체 안에 퍼져있는 전설 같은 이야기들을 모아 책을 썼다. 등장인물과 사건들은 모두 창작된 것이다. 그러나 미국 마피아는 이미 무수히 많은 사건을 저질렀다. 작가가 새로운 이야기를 고안해내기 위해 애쓸 필요 없이 신문들만 뒤져도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올 판이었다.

    그중 몇 가지는 매우 잘 알려진 인물이나 사건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

    말론 브란도가 연기했던 ‘대부’ 비토 콜레오네는 특정한 인물을 염두에 두었다기 보다는 그때까지 밖으로 드러난 다양한 마피아 보스들의 이미지 중 좋은 면만을 종합했다. 예를 들어 알 카포네와 같은 막가파 식 두목들의 이미지는 배제됐다.

    대부가 어떻게 미국에 건너와 자기만의 ‘패밀리’를 형성하게 되는지는 2년 뒤에 제작된 대부의 속편에서 자세히 그려지고 있다. 시칠리 마피아의 복수로 부모를 잃은 그는 복수를 피해 미국 이민선에 몸을 실었다. 어린 대부는 유럽에서 들어오는 이민선들이 모이는 뉴욕의 엘리스 섬에 도착했다. 찰리 채플린이 1917년 <이민자>라는 영화에서 그린 것처럼 엘리스 섬은 희망의 나라로 들어가는 관문이 아니라 이 외국인 거렁뱅이들을 ‘감별’하는 인종주의적인 장벽이었다.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어린 ‘대부’를 보고 이민국의 관리는 출신지인 ‘콜레오네’를 소년의 이름으로 ‘결정’했다.

    대부의 고향인 콜레오네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실제 도시다. 그리고 시칠리아 마피아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지난 4월 11일에는 40년간 수배 중이던 대부중의 대부 베르나르도 프로벤자노가 체포됐다. 콜레오네 시당국은 즉시 체포를 기념하는 ‘4월 11일’ 거리를 만들었다. 지금도 시칠리아에서는 <대부>가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 콜레오네 가족. <대부>는 3대에 걸쳐 계속되는 살인의 업보에 관한 영화기도 하다.
     

    90년대 들어서면서 이탈리아 정부가 부패 척결의 일환으로 마피아와 전면전을 벌이기 시작하기 전까지 이탈리아 역사에서 마피아와 정면으로 대결한 세력은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정권과 이탈리아공산당 뿐이었다. 파시스트 정권은 무자비한 공포로 마피아를 숨도 못쉬게 만들었지만 미군이 시칠리아를 해방하고 그 과정을 뉴욕의 형제들이 지원하면서 부활했다.

    공산당은 처음부터 마피아들에게는 눈에 가시 같은 존재였다. 마피아의 암살로 목숨을 잃은 공산당원과 소속 정치인들의 수는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다. 특히 시칠리아에서 공산당원이 된다는 것은 파시스트 통치하에서 파르티잔으로 싸우는 것보다 더한 각오가 필요한 일이었다.

    영화 <대부>에도 공산당의 흔적이 보인다. 1편에서 알 파치노가 연기한 마이클이 콜레오네로 피신하는 대목에서 보면 거리의 벽에 공산당의 포스터가 붙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1990년에 제작된 3편에서는 마이클이 성공한 사업가로 고향을 방문할 때 마중나온 환영인파 속에서 이탈리아공산청년동맹의 대표단을 찾을 수 있다.

    우연의 일치지만 이탈리아계 미국인 3세인 알 파치노의 조부모가 실제 콜레오네 출신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가수 죠니 폰테인은 프랭크 시나트라를 모델로 하고 있다. 역시 이탈리아계 미국인인 프랭크 시나트라는 평생 마피아의 비밀 단원이라는 의혹이 따라 다녔다. 지금은 거의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역사적인 사건들도 각색된 형태로 영화 속에 등장한다.

    <대부> 2편에 등장했던 조직범죄에 대한 상원청문회는 실제했던 사건이다. TV로 중계되는 가운데 쟁쟁한 마피아 보스들이 줄줄이 불려나와 증언대에 섰지만 모두 조직범죄와의 관련을 부인했다. 심지어 마피아라는 단어조차 모른다고 잡아뗐다. 영화속에서 알 파치노가 질문에 대해 모조리 부인하는 장면은 당시 TV를 통해 중계됐던 모습을 거의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 재위 33일만에 서거한 비운의 교황 ‘요한 바오로 1세’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음모론은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당시 조직범죄와의 전쟁에 의지를 불태웠던 사람은 케네디 대통령의 동생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이었다. 훗날 그가 암살됐을 때 마피아의 사주설이 제일 먼저 제기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대부> 3편도 유명한 사건을 이야기의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이 경우는 사실과 ‘음모설’이 반쯤 뒤섞인 형태기는 하다. 1978년 8월 26일 재위에 오른 교황 요한 바오로 1세는 한달  뒤인 9월 28일 서거했다. 바티칸이 발표한 사인은 수면 중의 심장마비였다. 자연사라는 것이다.

    그러나 곧바로 바티칸을 개혁하려던, 특히 재정상황에 대해 대수술을 감행하려던 새 교황을 바티칸의 보수파들이 암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관련된 인사들의 구체적인 이름이 거론되고 정황이 폭로매체를 통해 공개될 정도였다. 그러나 사실여부는 확인된 것이 없다.

    이 이야기는 그대로 <대부> 3편에 옮겨졌다. 이외에도 마피아와 관련된 크고 작은 사건들이 영화 속에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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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피아에 관한 많은 것들은 지금도 베일에 쌓여있다. 가장 큰 수수께끼는 도대체 ‘마피아’가 무슨 뜻이냐는 것이다. 일설에는 1200년대 프랑스 점령자들에 대항해 싸우던 시칠리아 반란군들이 “이탈리아는 프랑스인들의 죽음을 원한다”라는 말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것이라고도 하고, 19세기에 공화주의 행동파들이 “마치니는 절도, 방화, 독살을 인정했다”는 자신들의 비밀구호 앞글자를 따서 만든 암호라고도 한다. 아랍어에서 기원한 시칠리아 방언 ‘마피우수’가 변형된 것이라고도 한다. 그 뜻은 ‘멋진’, ‘아름다운’ 이다.

    영화 <대부>가 조직범죄를 너무 ‘멋지고’, ‘아름답게’ 그렸다는 비판은 개봉당시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지만 이 영화는 나름대로 이탈리아계 미국 마피아의 역사적 실체에 근접하기 위해 노력했다.

    영화학자들과 평론가들은 <대부> 3부작이 단순히 갱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공식적인 역사의 뒤에 가려져있던 미국의 역사를 ‘복원’했다고 평가했다. 3편으로 이어지는 동안 이 영화는 지금의 미국을 만든 것들을 거의 모두 보여주고 있다. 이민, 이민에 기반한 도시 뉴욕의 형성, 조직폭력의 형성과 분화, 이들과 결탁하는 정치인과 경찰, 사회 부패, 도박 산업, 연예유흥산업, 전쟁을 통한 돈벌이, 그리고 노동운동까지, 자본주의 미국의 부침을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이민자들에 의해 시작된 노동운동과 이민자들에 의해 유입된 조직범죄가 서로 반목하다가 결국 융합돼버리는 미국 역사의 비극은 눈여겨 볼만하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한 평론가는 <대부>(특히 2편)를 놓고 마르크스의 <자본>을 영화화한 것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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