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 무상급식' 전국 최초 추진
    “항암 치료하며 선거운동 해도 돼요?”
    [당당히 앞으로 ③-2] 이보라미 전라남도 도의원
        2018년 10월 18일 02:36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인터뷰 기사를 읽는 <레디앙> 독자 중 이보라미 의원을 아시는 분이나 페친인 분은 축하 연락을 하셔도 좋을 것 같다. 지난 16일 병원에서 암 재발 없고, 완치됐다는 최종 판정을 받았다. 이보라미 의원님, 축하합니다. <편집자>
    ————————

    [당당히 앞으로 -1] 이보라미 전라남도 도의원

    이광호 : 전국 최초로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를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

    이보라미 : 당시 무상급식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될 때다. 언론에서도 관련 보도가 많이 나왔다. 다들 진행하는 와중에 나도 같이 진행한 것이다. 다만 보육시설을 포함시키고 친환경 무상급식은 영암군이 최초였다. 결과 보육시설과 유치원 초중고, 특수학교에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시할 수 있었다.

    2009년에 준비해서 먼저 주민 서명을 받고, 이후 영암군에 ‘무상급식 추진 운동본부’를 만들었다. 주민단체는 물론 이른바 관변단체까지 다 아울렀다. 어느 의원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른 의원들은 조례 통과를 다음으로 미루고 싶어 했다.

    이광호 : 왜 미루고 싶어 했나?

    이보라미 : 그 다음 해 선거가 있었다. 공이 발의한 내게 넘어가는 게 싫어서 그랬던 것 같다. 다음 선거 대비를 한 셈이다. 실제로 미뤄졌다. 하지만 이게 내게는 오히려 더 좋은 계기가 됐다. 나는 주민들을 만나면서 내가 의회에 들어가야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가 시행된다고 설명했고 효과가 있었다.

    기초의원 재선 이어 광역의원 낙선, 재수 후 당선 이유는?

    이광호 : 재선은 첫 번째 출마 때보다 훨씬 높은 득표율(42.69%)로 1위 당선됐다. 재선 성공 요인이 뭔가?

    이보라미 : 의정 활동을 잘 평가해 준 결과인 것 같다. 일단 노동자들은 나에 대한 기본 믿음이 있다. 의정 활동 기간 동안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 학자금 융자금 이자 지원 조례, 지역 아동센터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사회적인 약자 위해 정치를 하는 것을 보고 믿음을 가진 것 같다. 농촌 지역의 경우 농민들은 농기계, 농자재 등 보조 사업과 관련된 불만이 많았다. 관련된 보조금 지원이 의원 친분에 따라 좌우됐고, 이권 개입도 그치지 않았다. 농민들은 이런 것들을 오래 보면서 지쳐 있었다. 나는 그런 보조 사업 특혜를 없애고 공정하게 지원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많이 했다.

    이광호 : 대표적 사례를 말해 달라.

    이보라미 : 톤백 구매 지원금 제도다.

    이광호 : 톤백이 뭔가?

    이보라미 : 대형 마대자루로 보면 된다. 자루 하나에 500킬로그램, 1톤이 들어간다. 농민들은 이걸 안 살 수가 없다. 수매할 때 1톤짜리 백에 수확한 벼를 넣어야 한다. 나이 드신 분들이 힘들어 한다는 게 바로 이거다. 이거 사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농민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생산비도 많이 드는데 자재비까지 부담해야 한다. 농민들이 이거에 대해서 보조를 원했다. 나는 보조금 한도를 정해 놓고 그 이하 신청하는 사람에게 전액, 무조건 지원하자고 했고, 그렇게 됐다. 농민들이 너무 좋아했다.

    이광호 : 한도를 정해 놓은 이유는 무엇인가?

    이보라미 : 아무래도 이런 지원금은 어려운 소농에게 필요하다. 대규모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는 톤백이 더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한도를 정해 놓아야 한다. 부농들은 자기가 사서 쓸 수 있다. 소농에게 더 도움이 가는 정책이 필요했다. 톤백과 함께 파레트라는 게 있다. 농가에서 농산물을 보관하기 위해 쌓아 놓을 때 바닥에 습기 차지 않도록 해 주는 걸 파레트라고 한다. 이것도 톤백과 같은 방법으로 보조해 줬다. 이런 활동을 보고 사람들이 이보라미 의원은 기존 의원과는 다른 정책을 구현하고 있다, 어려운 소농 중심으로 도와주려고 한다는 소문이 꽤 많이 났다. 이게 지지해 준 중요한 요인 아닌가 생각한다.

    지방선거에서 농민들과 대화하는 이보라미 후보

    씁쓸한 기억, 낙선의 이유

    이광호 : 기초의원 재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도의원에 도전했지만 낙선했다(득표율 39.64%). 그 즈음 유방암이 발견된 걸로 알고 있는데.

    이보라미 : 몸이 안 좋았던 것이 큰 이유로 작용했다.

    이광호 :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용했나?

    이보라미 : 활발한 선거운동을 하지 못했다. 내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아는 유권자들도 몸 먼저 생각하라며 걱정을 많이 해 줬다. 붙여 놓으면 사람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걱정을 한 유권자들도 적지 않았다.

    이광호 : 떨어뜨리려고 했던 분들이 현명한 유권자였던 것 같다.(웃음) 그게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보나?

    이보라미 : 다른 요인도 물론 있있을 거다. 서운함이라든지 배신감 같은 느낌을 안 받았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를 해야 한다고도 생각했다. 농촌 지역의 농협 조합장 선거가 선거 문화를 많이 버려 놓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게 잘 바뀌지 않는다.

    이광호 : 기초 대비 광역의원 지역구는 더 넓다. 인구 속성 등 어떤 차이가 있나?

    이보라미 : 기초의원 출마 때 지역구인 삼호읍은 인구가 23,000명 유권자 수는 16,000명 정도였다. 광역의원 지역구는 여기에 4개 면이 더 추가된다. 추가된 지역 총인구는 12,000명, 유권자는 8,500명 수준이다.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고 나이가 많은 분들이다. 삼호읍에도 농업 인구가 있다.

    이광호 : 기초와 광역 선거운동의 질적인 차이가 있었나?

    이보라미 : 우선 농촌 지역이 많아졌다. 우리의 주 과녁을 정해야 했다. 투표율과 연령대 등을 분석해 보면, 다른 곳도 그렇겠지만 나이 드신 분들이 훨씬 투표를 많이 한다. 기초의원 선거 때는 노동자들만 겨냥해서 선거운동을 해도 당선권에 들어갈 수 있다. 광역은 불가능하다. 농민 표를 얻지 못하면 당선은 어렵다. 따라서 이를 위한 정책과 전략, 조직 방안을 만들어야 되는데 그게 상당히 어렵다. 특히 농촌 지역의 경우 얽히고설킨 혈연관계가 굉장히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연고가 없는 내 입장에서는 많이 힘들었다.

    항암 치료 받으면서 선거해도 돼요?

    이광호 : 당시 암이 발견됐는데.

    이보라미 : 본격 선거에 들어가기 전인 2013년 8월 여름에 유방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2기였다. 두 달 후 수술을 받았다. 2014년 6월 2일이 선거였다. 고민 많이 했다. 선거에서 연고가 중요하다는 걸 정치 초년병 시절에 잘 몰랐던 것처럼 암이란 병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항암 치료가 힘들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고, 의사한테 물어 봤다. 항암 치료하면서 선거하는 게 불가능한 거냐고. 의사가 나를 한참 쳐다보다가 막 웃더라. 어떻게 그런 걸 물어 보냐고 하면서.

    나는 그게 그렇게 힘이 드나, 그래도 일단 수술이나 빨리 해 달라고 요구했다. 따져 보니 다음 해 4월이면 치료가 끝난다. 그럼 선거까지 남은 기간이 2개월, ‘두 달 동안 선거운동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2014년 1월에 기자회견을 통해 도의원 출마를 선언했다.

    이광호 : 지금은 어떤가?

    이보라미 : 올해가 5년째다. 오늘 검사 받아서 무탈하다는 게 나오면 끝나는 거다. 완치되는 데 왜 5년씩이나 기다려야 하나 생각했었는데, 요즘에 와서야 몸이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전에는 옛날과 비교하면 피곤감도 빨리 느꼈는데 그냥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거라 위안했다. 오늘 검사하면 다음 주 결과가 나온다.

    이광호 : 좋은 결과 나올 것 같다. 이번에 1명 뽑는 도의원 재수에 성공했다. 44.19%, 133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당선됐다. 간단한 선거 복기와 평가 부탁한다.

    이보라미 : 이번에 출마한 후보는 민주당, 민평당에서 각 1명, 그리고 나 이렇게 3명이었다. 구도는 괜찮은 편이었다. 이번에 나를 지지해 주신 분 가운데에는 지난번에 찍어주지 못해서 미안해하는 표가 많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동정표라고 볼 수 있다. 지난번 선거 때 당선된 후보가 동창이라서, 집안이라서, 이러 저러한 이유로 밀어 주지 못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번엔 그 후보가 안 나왔다.

    이광호 : 그 사람이 강적이었던 것 같은데.

    이보라미 : 그렇다.

    이광호 : 왜 안 나왔나?

    이보라미 : 군수 후보로 나왔다.

    이광호 : 붙었나?

    이보라미 : 떨어졌다.

    이광호 : 첫 번째 도의원 선거 낙선 후 어떻게 했나?

    이보라미 : 2014년 낙선 후 회사에 복직했다. 항암 치료는 2014년 4월에 일단 끝난 상태였다. 수술 후 잘 먹고 운동하면서 후유증을 치유해야 했다. 난 회사도 열심히 다니고 돌쇠 모임 봉사 활동도 열심히 꾸준히 했다. 큰 행사에도 참가했다. 주민들께서 떨어지고 나서도 봉사활동을 꾸준히 다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는 말을 많이 하셨다. 보통 떨어지면 안 보이다가 선거 때 나타나는데.

    지난 지방선거에서 이 의원 지역구에는 정의당 출신 지역 기초의원도 당선됐다. 김기천 영암군 의원이다. 이들 당선 후 한 매체는 정의당 후보를 찍은 지역 주민들의 말을 이렇게 전했다.

    “젊은 사람들이 하도 열심히 하니까 고맙고 짠해서…”, “지난번에 내가 (이보라미 의원을) 못 찍어줘서 마음이 하도 미안항게…”, “둘 다 아조 젊었을 때 참 열심히 살았드만…”, “돈도 없는 것 같은디, 거 머냐, 선거비라도 돌려받게 해 줄라고…” – <오마이뉴스> 2018. 7. 4.

    정의당, 호남 지지율 높이려면?

    이광호 : 이 지역 정의당 지지율은 8%로 전국 평균(8.97%) 수준이었다. 소속 정당이 이번 선거에 어떤 영향을 줬나?

    이보라미 : 많은 영향 주지 않은 것 같다. 지난 대선 때 심상정 후보가 나와서 정의당 많이 알렸다. 당 이미지가 많이 좋았다. 우리 지역구에서도 그랬다. 대선을 지나면서 정의당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사라졌다. 나한테는 안 그랬는데 김기천 후보한테는 민주당으로 나오지 왜 정의당 후보가 됐냐고 말하는 사람이 많이 있었다. 나한테는 그런 말씀들 안 하신다. 이미 민주노동당 때부터 다른 당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니까.

    이광호 : 선거 운동 중에 정의당 후보로서 민주당과의 차별성을 주장했는데, 강도와 내용은 어땠나? 중앙당과 각 지역마다 차이가 날 수 있을 것 같다.

    이보라미 : 선거 참모들 중에는 민주당 욕하지 말라는 분도 있고, 실제 민주당과 차별화 전략은 큰 도움이 안 된다. 그것보다는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떻게 해왔는지 이야기하면서 결과적으로 차별성이 생긴다. 노동자들이 많은 유세장에서는 최저임금 정책 등 민주당 잘못을 말하는데, 이것조차도 너무 강하게 하지 말라는 주문들이 있었다. 주민들 반응을 본 후 피드백을 해 준 것이다. 그 부분을 많이 참고했다.

    이광호 : 정의당이, 민주당이라는 강력한 성채가 있는 호남에서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

    이보라미 : 진보정당이 가지고 있는 진정성이 있다. 그걸 주민들에게 보여주면 바로 지지해 주신다. 물론 진정성을 얻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려운 일이다. 여기는 자유한국당을 지지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입에 발린 말 말고 실제 옳은 말을 하고, 몸으로 보여주면서, 진심이 통하면 믿고 지지해 준다.

    이광호 : 후보는 그렇게 꾸준히 하면 되는데, 당은 좀 다른 차원이 아닐까?

    이보라미 : 우리 당이 작다 보니 지역위원회 활동이 활발하지 못하다. 지역에서 지지율을 올리려면 각종 지역 현안에 개입하고 대안 마련 등 대응을 잘해야 한다. 그런데 활동가도 예산도 부족해 그런 부분에 굉장히 취약하다. 일상적인 지역 현안은 민주당에 의해서 끌려 다닌다. 우리 당이 방향을 잘 잡고,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개입해야 한다.

    아침 급식 시도할 것

    이광호 : 후보뿐 아니라 당도 일상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길이다.

    이보라미 : 지역에서 의정 활동하면서 느끼는 것은 중앙당 수준의 지지율 같은 힘이 지역에서는 위력적이지 않다. 공중파에서 나오는 지지율로는 지역 돌파가 어렵다. 후보든 당 활동가든 지역에서 주민들과 직접 접촉하고 움직이는 사람의 역할 정말 크다. 주민들은 그 사람 통해 당을 본다. 사람이 당이다. 지역 활동에 어려움은 따르지만 참아내면서 활동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우리 지역 나 말고 당 사무국장과 운영위원들이 있다. 이 분들이 자신들의 현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가, 이것이 당의 평가로 이어진다. 지역 단체 활동을 하든, 농민회나 노조에서 활동을 하든 그곳에서 열심히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광호 : 이번 임기 동안 주력할 내용은?

    이보라미 : 농촌이고 공단도 있는 지역에서 주민들 삶을 보다 보니 아침 급식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동자는 맞벌이 부부가 많고, 여성 농민들은 대부분 새벽에 밭일을 간다. 아이를 챙기려면 흙 묻은 손으로 다시 들어와서 아침 챙겨 줘야 한다. 안 그러면 밥도 못 먹이고 보낸다. 여성 맞벌이 노동자들은 바쁠 때 남편 출근 챙기랴, 자기 출근 준비하려 바쁘다. 애들 챙길 새가 없다. 이런 걸 보고 아침 급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광호 : 이거 하는 곳이 어디 있나?

    이보라미 : 경기도 어디 기초 단위에서 진행했다. 그런데 거기는 돈을 받고 했다. 전남에서는 내가 기획하고 있는 것은 무상 아침 급식을 하려 한다. 나의 대표 공약이었다.

    이광호 : 눈에 띄고, 의미 있는 사업 같다. 예산은 어떻게?

    이보라미 : 이제 준비 중이다. 다음으로 농민회에서 많이 얘기하는 농민수당 도입이다. 도지사는 기본소득을 이야기한다. 농민수당과 기본소득을 결합시켜 기본소득제로 가겠다는 입장인데, 나는 농민들의 요구를 받아서 농민수당 도입을 요구할 예정이다. 이밖에 노동자 건강센터 설립도 중요한 사업이다. 전남 지역 고교 무상교육 실시도 주요 과제로 삼았는데 이번에 신임 교육부장관이 실시하겠다고 밝혀 김이 좀 빠졌다. 이런 것들 모두 예산 도 조례 제정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이광호 : 전남도의원 정당 분포는 어떻게 되나?

    이보라미 : 전체 58명에 민주당 54명, 정의당 2명, 민평당 2명이다.

    F1 사업, 흑산동 공항 반대

    이광호 : 최근 지역 현안이며 전국적으로도 관심을 끈 흑산도 공항 건설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주민 77%가 찬성이라는 여론조사도 있는데, 반대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질문의 초점은 흑산도 공항이 아니라, 지역 주민 다수가 찬성하는 사업을 반대한다는 정치적 행위다.

    이보라미 : 주민들이 찬성하고 있다는 여론조사도 왜곡됐다고 본다. 설령 왜곡되지 않고 다수 찬성해도 예견되는 문제점들이 있을 때, 그게 정확하다면 나는 반대한다. 예전에 군 의원 할 때, 전남도가 F1 대회를 유치했다. 경기장이 들어선 곳이 내 지역구인 삼호읍이었다. 그때 난 반대했다. 주민들이 찬성했다고 하는데, 사실은 지역 토호세력과 이른바 여론 주도층이 찬성한 것이다. 민주노동당과 내가 반대하자 ‘어마무시한’ 온갖 협박을 다 들었다.

    이광호 : 주로 누구한테 협박을 받았나?

    이보라미 : F1 유치를 찬성하는 사람들이었다. “밤길 조심하라.”는 협박은 예사였다. 공개 토론회에서도 나를 지칭하면서 ‘이 의원은 지역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또 ‘자기 고향이 아니고 딴 데서 와서 저런다’는 식으로 모함했다. 그런데 막상 F1 경기가 시작되고 나서 보니 내가 말했던 내용이 사실로 드러났다. 지역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사업이고, 경제적 효과 부풀려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렇게 되면서 사람들이 ‘이 의원 주장 맞다. 들어와서는 안됐었다.’ 하면서 겨우 1년 만에 후회하기 시작했다. 결국 세 번 치르고 끝이 났다.

    이광호 : 당시 전국적인 관심사였고, 경기를 보러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몰렸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보라미 : 사람들이 많이 오긴 했다. 하지만 숙박, 위락 시설이 있는 목포, 광주만 좋았다. 3일 동안 반짝하고 끝이다. 삼호와 영암, 특히 삼호에서 수천 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나고, 1년에 몇 십억 원의 경제 효과가 발생한다고 떠들어 댔던 말이 모두 허구였다는 걸 주민들이 다 알게 됐다. 경기장은 간척지에 지었다. 간척지에 농사짓던 농민은 땅을 빼앗겼다. 남은 것은 굉음에 괴로워했던 기억뿐이다.

    영암 F1의 정식 명칭은 ‘포뮬러 원 코리아 그랑프리’, 약칭은 ‘코리아 GP’이다. 2005년 유치 협상을 시작, 2월에 전라남도 의회로부터 사업 승인을 얻었다. 2006년 10월 2일 한국 최초의 F1 그랑프리 개최가 결정되었다. 2010년 첫 대회가 열렸으나, 누적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세 번 개최 후 중단됐다.

    이광호 : 지금 경기장은 어떻게 운영되나?

    이보라미 : 1주일에 한 번씩 자동차 경기를 한다고 하지만 매주 하는 것도 아니다. 하다못해 식당이나 숙박업소라도 몇 개 생기면 좋을 텐데 그런 것도 전혀 없다.

    이광호 : 여론 주도층이라는 사람들이 얘기할 때 주민들도 찬성하지 않았나?

    이보라미 : 그랬다. 주민들은 ‘거기에 청소하는 사람 한 명이라도 들어가면 얼마나 좋아’ 이런 식으로 이야기했다. 그리고 제이 프로젝트가 되면 호텔도 들어오고 그런다더라, 이런 얘기들이 많았다.

    이광호 : 제이 프로젝트?

    이보라미 : 이 지역 간척지 전체에 대한 개발 계획이다. 당시 전남 도지사는 박준형 씨였다. F1 유치는 제이 프로젝트 중 하나의 사업이었다. 여기를 천지개벽시킨다고 했었다. 그곳에 호텔과 주거 지역, 골프장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중단됐다.

    제이 프로젝트는 서남해 관광도시 개발 사업을 말한다. 전남 해남·영암군 일대 2664만 평에 15만 명이 상주하는 동북아 최대 해양관광 휴양지로 조성하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5년 연두 기자회견에서 관련 내용을 밝히면서 본격화됐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은 물거품이 됐고, 현재는 솔라시도라는 이름으로 세 개 지역으로 나눠서 ‘관광레저 기업도시’를 조성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적이 나오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외유 비판에 ‘왕따’?

    이광호 : ‘외유 끝판왕’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MBC 뉴스에 전남도 의원의 북유럽 외유가 논란이 됐다. 이 의원은 관광성 의혹, 목적 불투명 등의 이유로 홀로 불참했는데.

    이보라미 : 내가 속한 상임위는 보건복지위다. 북유럽에 간 상임위는 안전건설소방위원회였다. 우리 상임위는 처음에는 동유럽 간다고 했다. 내가 그 일정 등을 보고 비판하자 싱가포르와 베트남으로 바꿨다. 내용은 하나도 변하지 않고 장소만 바꿨다. 그래서 가지 않았다.

    이광호 : 그러면 의회 안에서 ‘왕따’ 당하지 않나?

    이보라미 : 그렇긴 하다.

    이광호 : 해외연수가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앞으로 없어질 것도 아니다.

    이보라미 : 내가 해외연수를 아예 부정하거나 반대하는 건 아니다. 내용을 잘 짜서 가면 괜찮다. 그런데 다른 의원들은 내가 해외연수라면 아예 반대하는 줄 알고 있더라. 그래서 이번에 내 생각을 말했더니 다음부터는 내용을 잘 짜서 가겠다고 했다. <계속>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