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채용 논란
채용비리 VS 노조 죽이기
노조, 자유당에 명예훼손 법적 조치 검토···조선일보 언론중재위 제소
    2018년 10월 17일 07:10 오후

Print Friendly

서울교통공사 일부 정규직 직원들의 자녀, 형제, 자매 등 친인척이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한 후 정규직으로 전환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박원순-민주노총의 권력형 채용비리 게이트’라며 국정조사까지 하겠다고 나섰다.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은 “민주노조 죽이기를 위한 전형적인 정치공세”라고 반박하며 의혹을 전면 부인, 자유한국당에 대해 명예훼손 등 법적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송화면 캡처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채용특혜 의혹,
민주노총 산하 서울교통공사노조 개입 사실일까?

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은 전날인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 산하기관 서울교통공사에서 지난 3월 1일, 1285명을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했는데 이들 중 108명인 8.4%가 정규직의 친인척이었다”고 밝히며, 이를 ‘문재인-박원순-민주노총의 권력형 채용비리 게이트’라고 규정했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1285명의 채용 문제가 불거지자, 서울시가 이들과 정규직 재직자의 친인척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다. 그는 “응답자 11.2% 중 8.4%가 친인척이라면 이것을 산수로 계산하면 87% 가량이 친인척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정규직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면 대부분이 재직자의 친인척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서울교통공사가 제출한 자료를 보면 전수조사에 응한 108명은 재직자와 관계에서 자녀, 형제· 남매, 3촌, 배우자 등 다양하다.

김 사무총장은 “정규직 전환이 예고되자 일단 무기계약직으로 친인척을 뽑아놓고 정규직 전환을 했다”며 “공사는 어떤 사람이 어떤 관계로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했다가 전환되는 과정에서 실력행사를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주장의 요지는 민주노총 산하 서울교통공사노조가 재직자를 독려해 조직적으로 친인척을 무기계약직으로 입사시킨 후 정규직 전환시켰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명백한 사실왜곡”이라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17일 입장자료를 내고 “국정감사에 제출된 현황자료를 근거로 일부 언론과 정당이 무기계약직 채용과 정규직 전환과정에서 마치 노동조합이 특혜나 비리에 관여된 것처럼 보도하고 있는 것에 대해 노동조합은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노조가 개입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자유한국당이 제시한 전수조사 결과 자료를 보면 108명 중 노조 간부의 친인척은 단 1명밖에 포함돼있지 않다.

더욱이 지난해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후 서울교통공사 외에도 수많은 공공부문 안팎에서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진 상황이었다. 서울시도 이러한 정부의 정책에 따라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모두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지난해 7월 발표했다. 정규직 전환 정책이 노조나 정규직만 비밀리에 알고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노조 관계자는 “작년에 정부나 서울시, 교통공사나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흐름이 있었고 지난해 7월에 박원순 시장이 이 정책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전에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내용이 알려진 상태였다. 서울교통공사뿐 아니라 기존 직원들이 자기 식구들이든 주변 지인들에게 지원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을 거라고 본다. 저 역시도 현장에 있었을 당시에 주변에 취직 못하는 지인들한테 ‘앞으로 흐름을 보니 무기계약직이나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 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노조 역시 이날 보도자료에서 “서울시 발표에 따라 외부에도 모두 공개된 내용을 가지고 노동조합이 무슨 비밀정보를 캐냈다느니, 재직자들에게 가족들의 무기계약직 입사를 조직적으로 독려했다는 일부 언론의 추측성 보도는 노동조합을 모함하기 위한 악의적 보도”라고 반박했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정말, 친인척 채용비리 전수조사를 거부했나

자유한국당은 당시 서울시지하철노조(현 서울교통공사)가 조합원들에게 공문을 내려 보내 전수조사에 응하지 말 것을 독려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1285명 (정규직 전환이) 문제가 돼서 친인척 여부 가리기 위해 서울시가 전수조사를 실시하자, 민주노총이 공문을 보내서 전수조사에 응하지 말라고 조합원에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지하철노조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노조가 서울시가 채용특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정규직 전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전수조사에 대한 거부 지침을 내렸다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서울시지하철노조는 지난해 3월 19일자 공사 측이 시달한 ‘가족 재직현황 제출’ 공문과 관련해 “개인 신상정보에 대한 마구잡이식 조사에 다를 바 없는 상식 밖의 행태”라며 “납득할만한 근거도 없이 시달된 이번 조치는 뒤가 구린 구석이 있는 경영진이나 시도할 법한 과잉조치”라고 비판하며 조사를 거부해달라는 내용의 전언통신문을 홈페이지 등에 게시했다.

이 통신문에 따르면 당시 공사 측이 실시한 전수조사는 임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하며 조사의 내용 역시 직계가족은 물론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친인척까지 포함해 자료를 제출도록 하고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이 제시한 전수조사 결과는 정규직 전환 대상자 1285명을 대상으로 한다. 노조가 거부한 전수조사는 자유한국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채용특혜 관련한 전수조사가 아니라는 뜻이다.

당시 서울지하철노조에서 활동하던 한 관계자 역시 노조가 3월 19일자 전언통신문을 통해 거부한 전수조사는 공사 측이 자체적으로 했던 전수조사일 뿐, 서울시가 실시한 전수조사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3월 18일자 전언통신문에서 거부한 전수조사는 서울시가 하달한 게 아니라 공사 자체가 실시한 전수조사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인사처장의 자녀와 부인 등 채용특혜 의혹에 대해 노조 측이 경영진에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하자, 경영진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8촌 관계의 혈족까지 밝히라고 공사가 자체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노조가 인사처장 채용특혜를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하자) 경영진이 불쾌해하며 전 직원 전수조사에 나섰다. 가끔 4촌까지는 조사하는데 8촌까지 조사를 하겠다는 것은 상당히 감정적이고 보복적 조치라 이런 내용의 공문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언통신문에서도 노조는 “납득할만한 근거도 없이 시달된 이번 조치는 뒤가 구린 구석이 있는 경영진이나 시도할 법한 과잉조치”라며 우회적으로 전수조사를 거부한 배경을 언급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민주노총이 개입한 권력형 게이트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해당 사안은 노조 개입 여부가 사실인지와는 별개로 민주노총 산하 단위노조의 문제일 뿐, 민주노총이라는 전체 조직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은 “민주노총에서는 그런 공문 보낸 적 없다. 보낸다면 단위노조(현 서울교통공사)에서 보냈겠죠. (자유한국당이야) 뭐 다 민주노총이라고 하니까”라고 말했다.

경영진 목 졸라 정규직 전환? 노조 “조선일보의 악의적 왜곡보도”

자유한국당이 서울교통공사노조가 정규직 전환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로 다음 날인 17일자 <조선일보>는 “‘고용 세습’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경영진 목까지 졸랐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 협상 과정에서 노조 간부가 공사 경영진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이다.

<조선>은 이날 보도에서 “서울교통공사 노조 간부가 경영진에게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폭력까지 가했던 사실이 확인됐다”며 “본지가 입수한 영상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서울교통공사 본사에서 열린 노사 협상에서 민노총 산하 공사노조 간부가 갑자기 공사 측 교섭위원에게 뛰어들었다. 이 노조 간부는 공사 측 위원의 멱살을 잡고 바닥에 눕힌 뒤 목을 졸랐다. 주변에서 말렸지만 그는 폭력을 계속했다”고 밝혔다. 이 매체는 이 영상의 일부 장면을 공개하기도 했다.

<조선>은 “이후 정규직 전환 노사 합의가 체결됐고, 지난 3월 당초 서울시 발표와는 달리 안전 업무직뿐 아니라 일반 업무직(식당, 매점, 이발사 직원 등)을 포함한 1285명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됐다”며 “야당은 노조가 압력을 가한 이후 안전관리 직원이 아닌 일반 업무직까지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노조는 <조선>이 공개한 영상 등은 “사실관계와 무관한 왜곡보도”라고 반박했다. 노조 간부인 한 남성이 앉아있는 또 다른 남성의 멱살을 잡으며 회의장이 한 순간에 아수라장이 되는 영상이다. 어떤 내용으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는지는 영상만 보곤 판단하기 어렵지만, 자유한국당이 이날 언론에 배포한 영상엔 노조 간부가 정규직 전환 문제로 경영진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자막이 삽입돼있다.

영상이 찍힌 시점인 12월 31일은 임단협 체결을 위한 막바지 노사협상이 이뤄진 때였고,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노사 합의를 이미 끝낸 상황이었다. 노조 등의 말을 종합하면, 당시는 서울교통공사로 통합하기 전이라 3개 노조가 있었는데 공사 측이 제시한 임단협 안에 1개 노조가 반대하며 이견이 발생했으나, 공사 측은 1개 노조가 반대하는 임단협 체결을 그대로 추진, 강행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배석했던 노조 간부가 임단협 체결을 강행하려 했던 공사 측 실무자에게 물리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서울교통공사노조 관계자는 “사측 실무자가 공사가 제시한 단협 최종안을 배포하고 교섭위원들이 서명하려고 하니까 (단협체결에 반대했던) 노조의 간부가 이를 막으려다가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몸다툼, 말다툼 정도는 단체교섭 막바지에 노노 간에, 또 노사 간에 자주 벌어지는 일”이라며 “폭력 행사가 잘됐다는 건 아니지만 정규직화를 얻어내려고 폭력을 행사했다는 조선일보의 보도는 완전히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 사안과 관련해 <조선>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한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언론에 해당 동영상과 공사 정문에서 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을 위한 농성장을 설치하는 중에 공사 직원과 물리적 충돌을 일으키는 동영상도 함께 배포했다. 이 영상에는 공사 직원과 마찰을 빚고 있는 남성이 통합진보당 출신이라는 내용의 자막도 포함돼있다. 앞서 서울교통공사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정규직들의 연대체에서도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치적 성향을 언급하는 등의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자유한국당의 1타 2피? 민주노조-정규직 전환 정책 때리기

자유한국당은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채용특혜 문제 제기를 통해 결론적으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는 얼마나 현실적인가에 대해서 충분한 검토도 없이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정책을 덜컥 발표했다”며 “이번 채용비리 사건은 충분한 사전준비도 없이 강행된 정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정책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정규직 전환정책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비대위원장은 노조가 우리 사회의 거대한 권력집단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권력이라고 하면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 가지고, 국가공무원이 가지고 있는 것을 권력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미 대한민국의 권력은 그렇지 않다. 가장 큰 권력집단에 노조도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천 대 일의 경쟁을 뚫기 위해 밤을 새가면서 취업준비를 하는 우리 청년들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불공정 수준을 넘어서 일종의 일자리 약탈행위이고, 이것이야말로 가장 먼저 청산되어야 할 적폐 중에 적폐”라고도 했다.

김용태 사무총장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정책을 즉각 중단해야 하고, 전국 모든 공공기관, 공기업에서 친인척 채용문제에 대한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며 “이러한 요구가 수용되지 않는다면 국정조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채용비리 용납될 수 없는 일, 관계당국 철저한 조사 필요”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정규직 전환과정에서 채용특혜 의혹에 관계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노조는 “신규채용이든 정규직 전환이든 채용과정에서 비리는 용납될 수 없고 있다면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특히 공공기관에서는 더욱 더 엄격해야 한다”며 “노조는 지난 시기 정규직 전환과정에서 채용비리나 특정인에 대한 특혜가 있었다면 관계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거듭 “노조는 그 어떤 채용비리나 특혜를 용납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를 감시하고 책임을 묻는 것은 노동조합의 역할”이라며 “비리가 있었다면 조사와 수사를 통해 밝히면 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대통령, 박원순 서울시장, 민주노총이 관여한 권력형 채용비리 게이트’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전형적인 정치공세”이자 “민주노조 죽이기”라며 노조는 자유한국당에 대해 명예훼손 등 법적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