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바이에른 50년 집권
기사당, 극우 돌풍에 참패
사상 처음으로 과반 의석 실패 ··· 유럽 전역을 물들이는 극우 정당들
    2018년 10월 17일 11:59 오전

Print Friendly

무솔리니의 로마 진군에서 단서를 얻은 히틀러는 1923년 11월 뮌헨에서 봉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군부가 이 위험한 청년을 외면하면서 봉기는 실패로 돌아갔다. 10개월의 감옥생활은 히틀러에게 새로운 기회였다. 사민당의 눈치만 보는 군부가 아니라 <나의 투쟁>을 쓰면서 노동자와 도시빈민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감옥에서 나온 히틀러는 인민을 무장시켜 독일 전역을 행진했다. 1929년 총선에서 독일노동자당(나치)는 사민당에 이어 제2당으로 뛰어올랐다. 때마침 대공황이 독일에 상륙했고 히틀러는 다시 무장된 인민들로 좌파와 참여하지 않은 인민들을 위협했다. 1932년 총선에서 히틀러는 제1당의 당수가 되었다.

2018년 10월 13일 베를린에서는 25만 명이 참가한 대규모 시위가 개최됐다. 사민당과 좌파당, 녹색당이 주도했고 노동조합과 많은 급진단체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인종차별과 극우주의에 반대하는 모든 이들의 단결할 것을 호소했다. 베를린 시위는 사전에 ‘기획’된 것이었다. 다음날 실시될 바이에른 주의회 선거에서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게 투표하지 말 것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어느 정도 먹힌 것일까. 90년이 지나 ‘히틀러의 아이’들이 부상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좌파와 녹색이 거리로 나서야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기사당 참패, 사민당 몰락

10월 14일 실시된 바이에른 주의회 선거에서 바이에른에서 50년간 집권해 온 기독교사회당(CSU)이 전체의석 203석 중에 85석(37%)만 차지하는 참패를 당하며 처음으로 과반 확보(1962년 제외)에 실패했다. 녹색당이 38석(17.5)을 차지해 2당으로 뛰어 오르며 약진했고, 지역정당인 자유유권자들(FW)가 27석(11.6%)을 차지해 3당을 유지했다. 선거전에 기사당에 이어 2당까지 예측되었던 극우파 AfD는 22석(10.2%)을 얻어 4당에 그치며 새롭게 주의회에 진입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 사민당의 추락은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한자리수 지지율(9.7%/22석)을 기록하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기록했다.

기사당의 참패는 올해 내내 예견됐다. 언론의 관심사는 기사당의 참패가 아니라 AfD가 어느 정도 득표율을 기록할 것인지 하는 것이었다. 바이에른 주는 동유럽에서 들어오는 길목이고 이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 반(反)난민 정서가 강한 곳이다. AfD는 이런 정서를 자극하는 집회를 주기적으로 개최하며 지지율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렸다. 위기를 느낀 제호퍼 기사당 당수겸 내무장관은 기민당의 메르켈 총리에게 난민의 이동 제한을 포함하는 더 강력한 난민법안을 요구했지만 메르켈은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유럽연합의 슁겐조약에 위배될 수 있다며 거부 입장을 고수했다.

제호퍼 당수는 내무장관을 사퇴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연정 탈퇴를 불사하며 메르켈을 압박했다. 2주일간의 긴 논의 끝에 한발씩 양보하는 타협안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국경인 바이에른 지역에 난민센터를 설치할 것과 다른 EU 국가에 망명신청을 한 난민은 독일로 들어오는 것을 금지하는 것에 합의하며 파국을 막았다. 그동안 독일은 유럽연합의 다른 국가에서 망명신청에서 탈락한 난민들이 자국으로 진입하는 것을 허용해왔고 이것이 난민 숫자가 급증하는 또 다른 이유로 작용했다.

새로운 법안을 도입한 이후에도 반난민 정서와 AfD의 지지율은 식을 줄 몰랐다. 중도우파정당들의 지지자들은 법안에 의문점을 가지기 시작했고 AfD는 선동과 가짜뉴스를 남발하며 그들을 끊임없이 자극했다. 기사당은 공공건물 입구에 십자가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법안을 도입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지지자들에게 호소했지만 지지율 하락은 멈추지 않았다.

그때, AfD의 고공행진 불길에 기름을 부은 사건이 일어났다. 구동독 지역으로 AfD가 지난 총선에서 27%를 기록한 텃밭인 작센 캠니츠의 여름 축제에서 독일 남성이 이라크인과 시리아인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독일 전역이 경악한 것을 이용해 AfD와 행동조직인 페기다는 대규모 침묵시위를 잇달아 조직하며 모든 원인을 난민문제로 돌렸다. 캠니츠 사건 이후 여론조사에서 AfD는 사민당을 제치고 2당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베를린 행진은 이런 배경에서 기획된 것이었다.

기사당 지지자들은 교묘한 답안지를 선택했다. AfD를 지지하지 않고 녹색당과 자유유권당으로 표를 나누었다. 이 때문에 AfD는 기대보다 낮은 득표를 올리는데 그쳤다. 반토막난 사민당의 표심은 기사당을 제외하고 여러 정당으로 흩어지면서 2당에서 5당으로 추락했다. 사민당이 바이에른에서 한 자리 숫자를 득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다 독일 전역에서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추락하고 있어 녹색당과 마찬가지로 연동형 제도의 수혜를 입는 정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기사당은 선거전부터 AfD뿐만 아니라 녹색당과도 연정을 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공언한 탓에 사민당과의 연정이 예상되고 있다.

유럽 전역 극우정당의 지지율

유럽 전역을 물들이고 있는 극우정당

예상에 미치지 못했지만 AfD는 바이에른 주의회를 포함해 16개 주의회 중에 15개 주의회에 진출하며 전국정당의 입지를 완전히 굳혔다. AfD는 이달 말에 있을 헤센 주의회 선거를 앞두고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어 기민-녹색 연정이 와해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연방정부에 이어 사민당이 다시 굴욕을 참으며 기민당의 하위파트너로 연정에 참여해야하는 상황에 빠져있다.

AfD는 지난 총선에서 27%라는 높은 득표율을 올린 작센주에 당력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작센의 주도인 드레스덴은 AfD의 성지나 마찬가지인데다 체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바이에른과 마찬가지로 난민문제에 주민들이 민감한 지역이다. 내년 1월에 실시되는 작센주의회 선거를 앞두고 AfD가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스웨덴 총선이 한 달이 되어가지만 연정 구성은 여전히 안개속이다. 극우정당인 스웨덴 민주당이 약진하면서 좌파연합과 우파연합 모두 과반수를 획득하지 못한 탓이다. 보수당을 중심으로 하는 우파연합은 민주당에게 조건 없는 연정, 즉 소수파 연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임미 오케손은 연정은 내각에 자리를 보장하는 것이라며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최악의 경우 총선을 다시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론조사는 재선거를 하더라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는 것도 풀리지 않는 매듭이다.

2015년 인근 국가인 덴마크에서 실시된 총선의 결과가 스웨덴의 우파연합이 민주당과 연정을 더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스웨덴과 마찬가지로 좌파연합과 우파연합이 모두 과반에 미달해 교착상태에 빠지자 우파연합을 이끌고 있는 자유당이 극우정당인 덴마크 국민당(DPP)과 손을 잡는 독배를 마신 것이다. 연정은 구성되었지만 국민당의 독주는 담장을 계속해서 넘어 다녔다. 공공장소에서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서막으로 사립학교에서 아랍어 수업을 금지하는 법안까지 내놓았다. 최근에는 시민권을 받으려면 수여자인 시장과 반드시 악수를 해야 한다는 ‘악수법’을 꺼내들어 유럽을 경악하게 하고 있다. 악수를 하지 않는 무슬림을 겨냥한 것이다.

독일의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 살비니가 이끄는 이탈리아 동맹당의 돌풍이 외신을 통해 국내 언론에 소개되면서 극우정당의 바람은 유럽의 몇몇 국가들에 한정된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현실은 실현되지 않은 마르크스의 예언처럼 극우정당의 바람은 유럽전역을 뒤덮고 있다. 유럽여행을 할 때 상대적으로 가장 안전하다는 스위스의 제1당은 극우정당인 국민당(SVP)이다. 그것도 벌써 11년 전의 이야기다. 2015년 국민당이 득표한 29%의 지지율은 유럽 극우정당 중에 가장 높은 수치이기도 하다.

유럽 전역을 물들이고 있는 극우정당의 돌풍이 난민문제에 따른 일회성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 심각한 문제다. 밀레니엄을 기점으로 공공부문과 제조업의 고용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실업률도 뒤따라 높아졌다. 최근 독일 라이프치히에 6만평 규모로 설립된 BMW 전기차 공장의 노동자가 50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피자를 토핑하는 것도 점점 로봇으로 대체되고 있다. 고용불안과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면서 유권자들이 기성정당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유럽 전역에서 중도좌파정당이든 중도우파정당이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극우정당의 지지율은 계속 오르고 있다.

중도좌파의 맏형인 독일 사민당은 총체적으로 난국이다. 지난 4월 창당 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대표에 오른 안드레아 날레스는 첫 선거에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당내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함께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기사당의 제호퍼 당수를 통제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기민당의 메르켈 총리도 당내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13년간 총리를 맡고 있는 것 때문에 유권자들이 피로를 보이고 있어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기민당의 지지율은 20% 후반까지 추락했고, 사민당은 15%까지 폭락해 AfD에게 2위 자리마저 내어주고 있다. 지금 총선이 실시된다면 기민-사민 대연정으로도 과반수를 확보할 수 없다는 비관적인 수치이다. 극우정당의 고공행진은 계속되고 있지만 좌우 정당 모두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끝없이 무너지고 있다.

필자소개
인문사회과학 서점 공동대표이며 레디앙 기획위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