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안전사고 피해자들,
대다수 외주업체 노동자···‘위험의 외주화’
안전 관련 한전 제도, 산재사고 은폐 부추겨
    2018년 10월 16일 02:5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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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에서 벌어지는 안전사고 피해가 외주업체 소속 노동자에 몰려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상대적으로 위험한 업무를 외주화해 온 탓이다. 그러나 한전은 위험업무에 대한 직접고용이나 안전매뉴얼을 강화하기보단 안전사고 관련 제재 규정을 통해 사고 은폐를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 한전에서 제출받아 16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 8월말까지 발생한 총 187명의 사상자 중 한전 정규직 노동자(14명)에 비해 외주업체 노동자(173명)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12배나 더 많았다. 특히 사망자는 18명은 모두 외주업체 노동자들이었다.

한전과 외주업체 노동자 간에 사상자 수가 차이가 나는 데엔 업무의 위험도 차이 때문이다. 전주를 신설하거나 대규모 정비공사 등 위험성이 높은 업무는 외주업체 노동자들이 담당하는 반면, 한전 정규직 노동자들은 인입선 공사 등 단순 고장수리나 점검 등 위험이 덜한 업무를 주로 맡고 있다.

사고원인별로 구분하면 전체 187건 중 감전사고가 63건(34%), 추락이나 깔림 사고가 52건(28%), 넘어짐 사고가 37건(20%) 순이었다. 사망사고의 경우 총 18명 중 추락사고가 9명, 감전사고가 6명 순이었다.

산재사고 은폐 부추기는 한전의 안전사고 관련 제도

이처럼 외주업체 노동자를 중심으로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한전이 운영하는 안전사고 관련 제도가 오히려 사고 은폐를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정 민주당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은 한전에서 받아 이날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한전 내부에서 산업재해를 은폐하려 했던 시도가 적발된 건이 2017년에만 4건에 이른다.

이 밖에 박 의원이 조사한 6건의 사례 중 3건은 내부경영평가 감점을 우려해 은폐를 시도했고, 1건은 자신의 실수를 감추기 위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산재 피해자 병원치료비 1000만원을 외주업체가 부담하도록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처럼 한전 내부에서 산재를 은폐하려는 시도가 제도적 문제라는 지적이다. ‘안전사고 내부평가 감점 및 협력업체 위약벌과금 제도’가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산재를 은폐하려는 시도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한전은 산재가 발생하면 해당 팀과 지사는 내부경영평가에서 감점을 받고, 외주업체는 위약벌과금과 시공작업 정지를 받게 된다.

산재가 벌어질 경우 외주업체에 가해지는 제재는 더욱 심각하다. 1명의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외주업체는 위약벌과금 300만원, 30일간 시공작업 정지와 함께, 산재가 발생한 외주업체는 다른 업체에 비해 약 4억원 정도의 작업 물량을 덜 받게 된다. 협력업체 입장에서 은폐를 하는 것이 그대로 보고하는 것보다 손해를 덜 보는 셈이다. 업체에서 고의로 산재를 은폐하면 한전에서도 안전사고 발생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발생한 6건의 안전사고 은폐 사례 중 한전이 자체적으로 인지해 적발한 건은 불과 1건에 불과하다.

박 의원은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제재수단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제도가 은폐를 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며 “안전사고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안전사고 이후 조치와 대책을 어떻게 했는지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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