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진, 사립유치원 비리
    “국감 때 명단 추가 공개”
    1800건 넘는 비리 혐의에 국민 비판 쏟아지는데 정부 지원금 확대 요구
        2018년 10월 15일 05: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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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2조원에 달하는 정부의 누리과정 지원금을 받아온 사립유치원 가운데 비리를 저지른 이른바 ‘비리 유치원’의 실명이 공개됐다. 비리 혐의가 드러난 유치원의 원장들 중엔 교비로 명품백과 성인용품까지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감사에서 비리 혐의가 적발된 유치원 1878곳, 적발 금액만 269억 원에 달한다. 비리 유치원 실명을 공개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교육위원회)은 국정감사 기간 중 추가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15일 “그동안 시도교육청에서 눈치 보고 그냥 넘어가줬는지 모르겠지만 저도 이번에 시작한 만큼 끝을 보겠다”고 말했다. (cpbc 가톨릭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 인터뷰)

    전국 시도교육청별로 유치원 감사 기준과 대상이 달라 지난 11일 1차로 공개된 유치원 비리 문제는 전국 유치원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 결과가 아니다. 박 의원이 국감 기간 내에 추가로 비리 유치원 명단을 공개하게 되면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공개된 비리 내용도 참담한 수준이다. 박 의원에 따르면, 적발 건수는 5천 건 이상으로 이 중엔 운영비리와 회계부정도 있지만 행정처리 미숙으로 인한 적발도 포함돼있다.

    비리 문제와 관련한 적발 사례는 명품가방 구입, 외제 자동차 3대에 대한 보험료 지급, 방과후 과정비로 랍스타, 킹크랩, 홍어회, 주류 구입 등이다. 일부 유치원의 원장은 설상여금으로 790만 원, 원장의 배우자를 직원으로 채용해 650만원 총 1400만원의 설 상여금으로 챙긴 사례도 있었다. 반면 해당 유치원은 실제로 일하는 교사에겐 설 상여금으로 고작 5만원을 지급했다. 회계를 허위로 작성해 설립자의 부친, 장인, 장모 등에게 입금하는 방식으로 2억 700만 원 정도가 부당 집행된 사례, 원장의 배우자가 해외여행을 하면서 교재교구비 명목으로 건강식품을 156만원 어치를 구입한 사례도 적발됐다.

    박 의원은 “영유아보육법 49조에 따르면 어린이집의 경우 비리와 처벌의 유형, 처분 결과, 어린이집의 명칭, 대표자의 이름과 원장 이름까지 공개를 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유치원만 유독 그것을 안 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해당 법에 유치원이 포함돼있지 않더라도) 정부가 국고를 지원하는 곳에는 감사를 할 수 있게 되어 있고, 감사 결과는 공개해야 된다고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5일 국회에서 예정된 유치원 비리 관련 토론회를 막고 방해하는 유치원 관계자들의 모습 방송화면

    사립유치원 측 “감사 결과 발표한 박용진에 유감…실제 유치원 현실과 달라”
    1800건이 넘는 비리 혐의 적발에도 정부 지원금 확대 요구까지

    사립유치원 측은 감사 결과를 전면으로 부정하고 있다. 특히 박 의원의 교육위원회 경력까지 언급하며 그가 공개한 비리 유치원 실태가 ‘부풀리기’라는 입장이다.

    이덕선 한국유아정책포럼 회장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박용진 의원의 감사 결과 발표하면서 명품백, 성인용품 등 자극적인 표현으로 마치 비리 리스트를 고발하듯이 했는데 사립유치원 전체 원장을 범죄자로 오인하게 할 우려가 상당히 높아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용진 의원이나 MBC가 보도하고 있는 내용은 실제 유치원 현실하고 다른 것이 상당히 많다”고 비리 혐의를 부인했다.

    이 회장은 “국가에서 지원한 비용(누리과정 지원금)은 모든 유치원이 100% 그 목적대로 유아들한테 사용되고 있다”며 “감사 결과를 밝힌 박용진 의원이 실제로 교육위원이 된 지 3개월 밖에 안 됐고, 유치원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사립유치원 원장을 제대로 만난 것 같지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치원 수입원은 국가 지원금과 학부모 원비가 있는데, 지원금 대부분은 교사 인건비, 공과금을 내고 나면 없다. 국가 지원금을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고 부풀리는 것은 명백하게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운영비 전액을 지원받는 게 아니라는 이유 등을 들어 학부모 원비는 경영인의 사적 재산에 포함된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이 회장은 “학부모가 낸 원비에 대해선 학부모가 선택해서 그 유치원을 보냈으니까 유치원 경영자가 합리적으로 분배할 권한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립유치원을) 100% 세금에 의해 운영하는 것과 동일한 국가시스템으로 관리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사립유치원의 땅과 건물은 개인 재산이고, 개인이 재산을 막대하게 투자해 운영해서 남은 금액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문제 삼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말했다.

    사립유치원 측은 비리 문제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지원금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이 회장은 “유아교육법에 의하면 모든 원아에 대해서 무상교육을 하게 돼있지만 사립유치원은 29만 원, 공립유치원은 98만 원 세금이 지원되고 있다. 사립유치원에 대해서 문제 삼기 전에 사립유치원 원아한테도 추가로 20만 원 더 지원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학부모가 낸 원비도 교비회계, 사적이용 안 된다”
    사립유치원 측 정치권 로비 정황도

    사립학교 측은 정부 지원금과 학부모 원비를 분리해 원비에 한해서만 사적 용도로 사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감사에서 비리가 적발된 것 역시 무리한 감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사립유치원은 전체 운영비 중 절반 가까이를 정부에서 지원받고 있고, 학부모가 낸 지원금과 정부 지원금 모두 교비회계에 포함된다.

    최근 4년 동안 경기도교육청에서 사립유치원 감사를 직접 담당했던 김거성 전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은 이날 오전 같은 매체와 인터뷰에서 “모든 회계는 교비회계로 들어가 있다. 학부모 자부담이든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보조금을 받았든 또는 교육청을 통해서 지원금을 받았든 이 모든 회계는 교비회계로 들어가도록 돼 있다. 교비회계는 기본적으로 교육을 위해서 쓰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 감사관은 “교비회계라는 것은 교육을 위해서만 쓰여야 한다. 아무리 학부모 부담 경비라 하더라도 개인적으로 아무 거나 써도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립유치원도 학교이고 기본적으로 교육기관은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교육감의 인가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사립유치원 측이 감사를 거부하는 것에 대해선 “교육자치법에 따라 시도교육청은 자율적으로 판단해서 지도감독 대상이 되는 모든 기관들을 감사할 수 있고 기본적으로 국민세금이 들어가 있는데 당연히 감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립유치원 측은 그간 회계 감사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올 때마다 집단 반발하며 도의회 등을 상대로 로비를 펴왔다고 한다.

    김 전 감사관은 “사립유치원들이 지속적으로 정치적 배경을 동원해 감사를 무력화하고자 했다. (로비를 받은) 일부 정치인들이 의회에서, 사립유치원 행사에서 어떤 발언을 했는지 찾아보면 다 나온다”며 “경기도 도의회 같은 경우 (일부 도의원들이) 사립유치원행사에 가서 그 원장들 구미에 맞는 말만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그는 “(사립유치원 측에서) 저에게도 2년 전에 골드바를 보내온 적이 있다. 바로 돌려보냈고 신고를 했는데 검찰에서 그것도 혐의 없음, 증거불충분 처분을 했다”고 밝혔다.

    회계시스템 도입으로 투명성 확보 필요

    사립유치원에도 국가가 관리하는 학교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립유치원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재산을 출연해 만든 사립 초·중·고등학교, 국공립유치원 모두 이 회계시스템을 이용해 회계처리를 하고 있다.

    김 전 감사관은 “사립유치원들이 ‘감사 받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을 해서 소송을 했고 1심에서 교육청 쪽이 이겼다”며 “교육자치법에 따라서 시도교육청이 자율적으로 판단해서 지도감독 대상이 되는 모든 기관들을 감사해야 되는 것이고 기본적으로 국민세금이 들어가 있는데 당연히 감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용진 의원도 “이런 식으로 유치원을 운영하고 싶으면 그냥 학원을 운영하면 된다. 학원을 운영하면 국가가 지원할 일도 없고 국가가 감사할 일도 없다”면서 “세금이 투입되는 곳에는 감사가 당연히 있어야 한다. 감사를 받기 싫으면 지원도 받지 말아야 한다”고 맞섰다.

    그는 “사립학교법상 유치원은 교육기관이고 유치원 설립해서 인가받을 때 관련 법령 다 따르겠다고 서약한 분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 걸맞은 사회적 역할과 법적 의무를 져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유치원연합회에서 나서서 자정하겠다고 노력하겠다고 하는 게 맞지 어떻게 이렇게 뒤에서 여론전을 펴면서 ‘집단으로 매도당했다’, ‘마녀사냥을 당했다’고 하면서 마치 자기들이 피해자인 것처럼 얘기를 하나. 피해자는 아이들이다”라고 질타했다.

    ‘사립유치원은 사유 재산’이라며 정부가 통제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선 “사립유치원도 (에듀파인에) 들어와서 투명성을 확보하자고 얘기하면 경기를 일으키고 싫어한다고 한다. ‘유치원은 내 재산’이라고 얘기하면서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국고 지원을 받아가려고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정부에 대해서도 “집단 휴원에 대해 교육당국은 단호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더 이상 집단 이기주의에 끌려 다니거나 유야무야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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