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식한' 한나라당 '역사적 승리'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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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5월 16일 12: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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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영 광역단체장의 경우 열린우리당 2곳, 민주당 2곳, 한나라당 12곳으로 지방선거 판세가 말해지는데, 전두환이 잠실에서 대통령이 된 80년 대선 이후 이처럼 압도적 선거가 없었던 것 같아요. 왜 이런 압도적 차이가 나타나는가. 또 민주당과 국민중심당의 일부 지역 선전으로 지역주의가 다시 재현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한나라당 당선 안 되면 이변 지역

    홍형식 현재 선거판세를 광역기준으로 이야기하느냐, 기초단체장 기준으로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다를 텐데요. 먼저 광역부터 말씀드리면 2대2대12 또는 2대2대1대11로 이야기하지만 집권당 대 야당을 기준으로 하면 2대14입니다. 역대 선거에서 집권 여당이 이렇게 참패한 적은 없었지요.

    기초단체장으로 넘어가게 되면 광주 전남 쪽에서는 민주당이 압승할 것으로 보여지고 전북 지역을 제외하고는 열린우리당의 기초단체장이 탄생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전국적으로 보자면 한나라당이 2등 하는 곳은 없다, 한나라당 기초단체장이 당선 안 되면 이변 지역으로 보일 정도지요. 광역은 물론 기초단체장도 열린우리당의 참패로 볼 수 있겠습니다.

    성한용 한나라당은 대전도 추격이 가능하다, 제주도 괜찮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런 추세면 열린우리당이 전북 하나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5.18 기념행사에 대거 참여하는 시나리오를 잡고 있습니다.

    광주와 수도권이 연결돼 있다고 보는 열린우리당은 수도권에서 강금실 후보가 선전해야 광주 열린우리당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요. 광주 유권자들이 전략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합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광주 시장을 두고 치열하게 싸울 것 같습니다.

    김윤철 지역주의와 관련해 국민중심당이나 민주당이 부활해서 의석을 차지하더라도 지역주의 부활이라고 보기 어렵고 소지역주의 다수정당체제로 보기도 어렵다. 과거 지역주의의 핵심적인 부분은 지역을 대표하는 유력 정치인이 존재한다는 거였죠.

    하지만 현재의 지역 기반 정당들은 반 노무현 반사적 이익에 의해 뜨는 것일 뿐 지역 대표 정치인이 없기 때문에 대선을 거치면서 정당이 계속 유지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광주에서 민주당 후보 지지율이 높아도 그만큼 정치적 위상을 지지받지 못하고 있는 점이 그런 것을 반영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나라당은 쌍기관차, 기관차가 아예 없는 열린우리당

    성한용 현장 취재 기자로서 한나라당이 왜 우세하냐고 물어보면 지방선거는 고정표 싸움인데,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두 번 진 것 덕분이라는 분석을 합니다. 지지층이 콘크리트보다 더 강하게 뭉쳐있다는 거죠. 부동층에는 이명박 시장의 청계천 효과가 있구요. 박근혜 대표가 고정표를 묶고 있고 이명박 시장이 부동층을 끌어오는 역할 분담이 잘 돼 있다는 겁니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리다는 말이 있는데 한나라당은 기관차가 두 대 달린 기차라는 이야기도 합니다.

    한나라당이 정책을 잘 할 수 있는 사람들인가 하는 물음에는 개인적으로 회의적입니다. 대화를 나누면 굉장히 무식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박정희, 노태우 대통령 등 권위주의 정권의 기술 관료들이지요. 요즘 정치는 말하자면 날카로운 메스로 환부를 잘라내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한나라당 정치전문가들이 이런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 하면 회의적이라는 겁니다. 소장파들 역시 그 안에서 힘을 못 쓰고 있구요. 오세훈 후보가 당선되자 이회창 후보가 해준 조언이 당심을 잡아라, 당심을 놓치면 망하는 수가 있다는 거였습니다. 국민은 안중에 없는 거죠.

    한편 열린우리당 침체는 경제가 어려운 영향이 가장 크다고 봅니다. 중산층 서민의 정당이라고 내세우는데 그런 모습 보여주지 못했다는 거구요. 또 여긴 아예 기관차가 없다고 볼 수 있지요. 김근태는 전당대회에서 죽어버리고 정동영은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대선에서 두 번 이기면서 당 분위기도 열정이 없어졌어요. 열린우리당 간부들은 일을 잘 하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열린우리당에 가보면 집권의 유지나 정권 재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당직자가 없습니다. 목숨 바쳐 김대중 대통령 되는 모습 보고 죽겠다던 당직자들도 세대교체가 됐구요. 열정에서 아이디어가 나오는데 열린우리당 당직자들은 일반 회사 월급쟁이보다도 불성실하다는 평입니다.

    홍형식 열린우리당의 무능함에 실망한 결정적 주체는 40대입니다. 이 40대가 변화의 정치판을 결정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현 시점의 40대는 10년 전 40대와는 많이 다릅니다. 10년 전 30대와 20대 두 세대를 합하면 유권자 50%를 넘었어요. 당시 30대가 주도권을 장악하고 흔들면 20대는 물론 40대도 딸려왔어요. 이제 40대가 움직이면 아랫세대가 같이 움직입니다. 40대가 왜 이런 성격을 하게 됐나 좁혀가는 것이 한나라당 지지율 답을 찾는 빠른 방법이라고 봅니다.

    열린우리당 무능에 실망한 결정적 주체는 40대

    386과 그 윗세대가 40대 중추를 형성했습니다. 숫자도 많아졌고 학력도 높고 사회에서 실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어요. 20대가 20개 이슈에 반응한다면 40대는 100개 이슈에 반응하는 사람들입니다. 정치적 문제를 정치적 이슈로만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생활과 정책을 연계해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이에요. 정치적 구호로 끌고 갈 수 없는 사람들이죠. 열린우리당의 무능을 이 사람들이 파악했다고 봅니다.

    성한용 정치는 미래를 파는 상품인데 열린우리당이 국민들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해 포지티브한 자기들만의 상품을 내놔야 합니다. 그런데 물건도 안 내놓고 저쪽 물건은 개판이니까 저쪽으로 가지 말라는 식이니 국민들이 화내기 시작한 거고, 그걸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40대죠. 정치적 이면을 잘 알고 위, 아래, 좌, 우 다 살피는 40대가 미래 비전을 내놓지 못하는 열린우리당에 환멸을 느끼는 거죠. 40대 모두가 한나라당 지지로 간 것은 아니지만 조사결과를 보면 열린우리당 40대 지지층의 20%가 한나라당으로 실제 옮겨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윤철 386세대 중 40대 진입한 층이 한나라당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층이 주도하다 보니까 유능함의 문제가 나오는 것으로 보이구요. 80년 봄, 넥타이 부대를 겪으면서 이념이 밥 먹여주는 것이 아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죠. 또 직장생활을 통해 능력을 중요하게 보는 것입니다.

    한나라당은 이명박, 박근혜이기 때문에 인기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진보정치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지지 이유가 열린우리당보다 마음에 드는 대선후보를 갖고 있어서였다고 합니다. 이명박, 박근혜라는 인물이 갖고 있는 효과가 큰데 정동영, 김근태는 아닌 거죠.

    민주노동당 선거 전략은 과거지향적…비판, 공격은 미래 아니다

    이재영 열린우리당의 지지율 하락과 무능, 한나라당이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이 전혀 대안으로 이야기되고 있지 못합니다. 정당 지지율은 13% 정도라는데 후보들은 7~8% 수준입니다.

    홍형식 최근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에서 민주노동당 지지율이 10.6%로 나왔는데 작년 10월 10% 이하로 내려간 후 조금씩 올라와 10%대는 회복한 것 같습니다. 지지율에서 열린우리당과 같이 오르내리는 동조 경향이 있었는데 근래에는 열린우리당에서 빠진 것이 민주노동당으로 오는 현상이 조금 보이고 있습니다.

    선거라는 게 정당 고정표를 결집시키고 후보 개인 능력을 더하는 것인데 왜 민주노동당 후보들은 고정표도 결집 못하고 플러스 알파도 못하느냐. 두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나는 민주노동당 선거캠페인이 미래를 지향하면서도 과거지향적인 부분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비전과 대안보다는 비판, 공격해서 차별화시키고 그걸 미래라고 이야기하는 모습 많이 남아있습니다. 좋은 선거 전략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지방정치 판갈이’라는 슬로건은 실패한 선거 전략입니다. 지방선거는 중간평가의 성격을 띠고 있어 야당은 중간평가, 여당은 정책선거로 가려고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은 ‘지방정치 판갈이’를 들고 나왔고, 국민들이 보기에 지방권력의 대척점에는 중앙권력이 있습니다. 이런 것 때문에 민주노동당의 정체성이 혼란스러운 것이고, 민주노동당이 고전하는 원인입니다.

    두 번째는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 후보들은 지역에서 오랫동안 정치적 활동을 해왔던 사람들입니다. 민주노동당 후보들은 몇 개월 또는 몇 년 안 되잖아요. 민주노동당 후보가 지역적 인물로서 개인 능력으로 표를 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게 엄연한 현실이지요. 그 지역에서 10~20년 악수하고 한 달에 몇 백만원씩 연간 몇 천만원씩 5~6억원을 들인 사람을 이기는 게 쉽지 않구요.

    민주노동당 지도부와 지방선거 출마자 중에는 대권 주자 없다

    성한용 2002년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노동당의 울산시장 후보가 선전했지요. 2004년 총선에서는 지역구 의원 2명을 냈구요. 그에 비해 요즘은 민주노동당이 퇴보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 물론 포괄적으로 말씀드리면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면 현실가능성 낮은 세력은 힘들다는 거지요.

    정당 지도부에 대선주자가 있느냐도 중요한데 민주노동당은 지도부의 얼굴이 부각이 잘 안 됐어요. 인기 있는 사람이나 인기 스타를 일부러 만들 필요가 있었는데 안 하다 보니 인식이 안 됐고 공천에서 화제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고 봅니다. 유권자 입장에서 노회찬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가 됐다든지, 권영길 의원이 경남지사로 나왔다든지, 심상정 의원이 나왔다든지 화제를 만들고 했으면 낫지 않았을까, 후보 선출을 실패한 것이 아닌가 생각 듭니다.

    김윤철 레이코프라는 미국 언어학자가 민주당이 왜 부시 정권의 공화당에 매번 지느냐는 질문에 “말을 할 줄 몰라서 졌다”고 했습니다. 민주노동당도 코드를 창출하지 못했어요. 코드로 만들어서 바람을 일으킨 게 지난 총선의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인데 그 이후에는 이런 코드가 없었어요. 코드가 창출이 안 되면 인물로 해야 하는데 인물도 없죠.

    민주노동당은 전략 구사가 가능한 정당구조가 아닙니다. 정당민주주의는 자신들을 지지하는 집단 안에서의 정당체제 민주주의로 발전해야 하는데, 민주노동당은 자신들이 대변코자 하는 집단의 의사를 반영하거나 그들의 이익을 실현할 사람을 내세우지 못하는 자신들만의 민주주의 잔치를 하고 있습니다. 생활의 언어로 민중적인 코드를 창출 해야겠다 생각도 안 하고, 자신들의 이념적 언어를 대중에게 강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김종철 서울시장 후보는 서울시장 후보가 아니라, 이전 당직이었던 당연수원장으로 선거에 나선 것 같습니다. 유권자들은 김종철이 사회주의자인지 아닌지 관심도 없는데, 혼자 사회주의를 외치는 것은 인민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반민중적 운동방식입니다. 미래지향적인 이념 사회주의를 가장 과거지향적인 상품으로 쓰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구요.

    김종철 ‘사회주의 주장’ 지지하지 않는 층 인지도만 높여

    한 예로 김종철 후보의 인지층과 지지층이 다르다는 것은 재밌는 현상입니다. 지지하지 않는 층에서 인지도가 높은데요. 김 후보가 사회주의를 말하면서 찍지 않을 사람들에게만 인지도를 높여버린 것이지요. 30대 후보의 장점으로 30대와 소통하면서 가야 하는데, 자신의 직장 경험이라든지 생활의 애환이라든지 하는 장점으로 포커스를 맞추지 못하고 있어요.

    부산, 울산, 인천, 경기 후보들은 지난 십수 년 동안 지역 운동을 해온 경험으로 그나마 2등 경합하면서 10% 지지율을 내고 있습니다. 코드를 창출해야 하고 인물의 장점을 살려줘야 하는데, 나머지 지역에서는 그렇지 못한 거죠.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워낙 양강 구도가 강한데다가 두 후보가 특히나 네거티브 전략을 쓰면서 선거관심을 떨어뜨렸다고 봅니다. 미래투자 차원에서 김종철 후보에 투표할 유권자도 양당의 네거티브 전략 때문에 선거에서 빠지고 있는 거지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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