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사상 가장 무식하고 불행한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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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5월 16일 11:4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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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5.31 지방선거 후보등록으로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된다. 이와 함께 <레디앙>에서는 5.31 지방선거 기획 기사를 여는 첫 장으로 5.31 지방선거를 개괄하는 전문가 좌담을 마련했다. 이날 열린 좌담회에서는 5.31 지방선거의 정치사회적 의미, 특징과 판세, 선거 이후 정치권 변화 등에 대해 전문가들의 분석과 예상이 쏟아졌다. <편집자 주>

    참석자
    김윤철 진보정치연구소 기획실장
    성한용 한겨레 정치부 선임기자
    홍형식 한길리서치연구소 소장

    사회 이재영 레디앙 기획위원

    이재영 5.31 지방선거의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세 분의 전문가들을 모시고 이번 지방선거를 개괄하는 좌담회를 마련했습니다. 우선 이번 지방선거는 내년의 대선, 내후년의 총선으로 이어지는 연속 선거의 첫 번째입니다. 이번 선거에 대한 의미를 간략히 짚어주시죠.

    시군구 통폐합 개헌보다 어려워

    성한용 이번 선거가 전국 동시 지방선거로서는 네 번째인데요. 정치적으로는 지방자치제도 도입 이후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봐야할 것 같아요. 지방자치가 아직은 멀었지만 살아나고 있구요. 각 지역 행정조직이 대대적인 행정서비스 체제를 갖춘다고 할까요. 군림하는 관청에서 봉사하는 관청과 지방의회로 굉장히 발전했다고 생각해요. 중앙 정치인들이 풀뿌리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경험을 쌓는 무대로도 잘 활용하고 있는 것 같구요.

       
     
       ▲성한용 <한겨레신문> 정치부 선임기자
     

    반면 부정적으로는 투표율이 갈수록 뚝뚝 떨어지고 있는 것은 우려스러울 정도인 것 같아요. 1회가 68.4%, 2회가 52.7% 3회가 48.8%로 50% 이하인데 이번에는 더 떨어질 것 같다고들 그래요. 대통령 탄핵 때 일시적 올라갔던 것을 제외하면 국회의원 투표율도 계속 떨어지고 있는 점을 지켜봐야 할 것 같구요.

    지방선거와 관련해 좀 생각해봐야 할 포인트는 기초단체장을 다 직선으로 하고 있는데 과연 옳은 것인지 생각해봐야 해요. 그러니까 16개 시도를 폐지하고 시군구를 40~70개 통폐합해서 3단계를 2단계로 바꾸는 행정구역개편 말입니다. 해야 한다는 당위론에 동의하는 사람이 참 많은데 그게 개헌보다도 어렵다고 합니다. 행정시스템이 기득권화돼 있어서요.

    98년 외환위기 직후 지방선거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고 반면 2002년에는 역으로 실망감, 민주화 운동을 했지만 아들들이 부패사건에 연루돼 정권 심판론이 작용했던 것 같은데 이번 선거는 어떤지 또 이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강남 개발과 도시기반은 자치단체가 아니라 중앙정부가 만들어준 것

    홍형식 투표율이 떨어지는 추세는 사실입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요. 정치적 이슈가 해소되는 과정에서 예상되었던 일이죠. 정치 이슈가 해소됐다면 주민 참여의식 높아진다든가 교육이나 학습 통해 정치의식이 고양돼야 하는데 아직 그 단계는 아닌 것 같고 그래서 투표율이 낮아지는 것 같습니다.

    지방자치 관련해서 눈에 띄는 게 애당초 지방자치가 진행되면서 긍정적인 면만 보았지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인 면은 사전에 체크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점이예요. 지자체가 시행되는 시점에서 사회적 자원이나 재화가 이미 분배돼 있는 것에 대해 당연히 받아들이고 그 자체에서 기득권을 인정해줬죠.

    이에 따라 특정 지자체들은 상당히 좋은 여건에서 재정적 안정성을 갖고 지자체가 발전할 수 있었는데 반해 다른 지역에서는 저성장, 최악의 성장 악순환의 연속 틀을 만들어준 꼴이 돼 버렸거든요.

    예를 들어 특정지역의 도시기반과 개발여건을 아주 잘 만들어준 것은 중앙정부가 정책적 차원에서 해준 것이거든요.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게 아니지요. 강남 같은 경우가 그렇죠. 서울 내에서도 그렇고 전국 시도간의 문제도 그렇고. 그런 부분이 보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지자제가 시행되다보니까 지방자치가 정치적인 민주화를 가져오는 측면도 있지만 지자체간 구조화된 불균형을 일상화시켜버리는 기능도 하고 있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대선 전에 선거를 치르면 일반적으로 차기 대선의 전초전이다, 중간평가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요. 이번 선거도 굳이 규정한다면 냉소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현 정부에 대한 심판적 측면이 강해 보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걸 현 정부에 대한 심판으로 보지 않고 소위 말하는 개혁진보세력에 대한 총괄적 심판이 아니냐 하는 관점으로 보고 있어요.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개혁세력이라는 것은 YS까지 포함을 시킵니다. YS는 한나라당으로 갔으니까 한나라당 사람 아니냐, 이렇게 보는 게 아니라 국민들은 YS, DJ, 노를 거의 같은 범주의 정권으로 본다는 거죠. YS, DJ, 노로 이어지는 전체적인 진보개혁세력의 국정운영에 대해 이번 선거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직선이라는 신화에서 벗어나야

    성한용 저도 비슷하게 한마디 얹으면요, 개혁진보세력 집권이 김영삼 대통령부터 했다고 보는 게 일반인들의 정서에 훨씬 맞는 것 같구요. 대충 민주화 세력, 과거에 데모하고 하던 사람들이 YS부터 벌써 15년 가까이 집권하고 있는데 ‘무능하다’ 그렇게 정리가 되면서, 최근 판세가 움직이지 않는 뿌리 깊은 배경이 되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신화가 되살아나는 것도 사람들의 정서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 같아요. 이것은 한나라당의 유능함과는 별 상관없는 거구요. 한나라당은 오히려 지난 총선 때 져서 의회 소수당으로 전락하면서 책임에서 벗어나 오히려 편해졌어요. 의회가 잘 안 돌아가도 ‘역시 민주화 세력이 무능하다’는 평이 나오고요. 최근 2년 동안 그런 변화가 있었던 거죠.

    김윤철 실제로 주관적 이념성향을 조사하면 여전히 진보와 보수는 비슷하게 나옵니다. 현재 지방선거에서 나타나는 판세가 보수화에 따른 진보개혁 세력에 대한 심판으로 보기 어렵고 무능한 성과와 업적에 대한 평가라는 거구요. 거꾸로 말하면 잘하면 진보개혁세력이 여전히 가능성은 남아 있다 보여주는 것입니다.

       
     
       ▲김윤철 <진보정치연구소> 기획실장
     

    한나라당의 유능함과는 상관없다는 지적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한나라당은 전략이나 전술의 구사 부분에서에서는 유능함을 갖고 장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고는 있다. 예를 들어 YS의 무능함을 한나라당의 무능함이라기보다는 김영삼 정권의 무능함으로 이야기하고 DJ 정부에 대해서도 그랬구요.

    노무현 정부 들어 정권에 대한 불신이 왜 폭발적으로 나타나느냐 하는 것은 3김 이후의 한국 정치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봅니다. 과거 YS, DJ 정부가 지역기반이라도 갖고 있었다면 현 정부 여당은 지역 기반도 없는 정부라는 거죠.

    이럴 때 업적평가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보여줄 게 없으니까 무능함밖에 보여주지 못하고 실제로 무능하기도 했고 그런 차원이죠. 열린우리당이 자기 지지층조차 확고히 만들지 못한 까닭에 한나라당의 무능함이란 공세가 먹혀들어갈 수 있는 자체 과오를 저지른 것으로 보입니다.

    투표율 저하는 국민이 투표의 효용을 못 느끼기 때문이죠. 생활기반하고 정치가 일치화가 안된 거예요. 국민 생활과는 이반된 중앙정치로 맞춰지는 정치 환경에서 비롯되는 문제죠. 성한용 기자가 말씀해주신 것처럼 단순하게 모든 공직을 직선으로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죠. 풀뿌리 민주주의가 바로 직선이라는 신화가 존재하고 있는데, 그렇지는 않다고 봅니다. 전체적인 지방선거 투표의 효능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겁니다.

    홍형식 물론 보수화 정도가 다소 나타납니다. 하지만 그 정도를 갖고 현재 투표성향이나 정당지지 성향을 설명할 수가 없어요. 보수화 정도보다 개혁세력이라 칭해지는 정당에 대한 실제 지지 성향은 훨씬 더 이반이 돼 있거든요. 그래서 이건 보수화로는 설명할 수 없다. 이건 ‘무능’이다는 거죠.

    성한용 2년마다 조사하는 데이터를 보면 보수도 줄고 진보도 줄었어요. 중도는 늘어나구요. 보수도 진보도 싫다는 거죠. 거창하게 말하면 탈 이념화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자기 스스로 중도다 말하는 사람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 이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나타날 것 같아요. 투표율이 이번에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떨어진다면 이것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이명박식 업적주의, 이미지 정치 판쳐

    이재영 강금실 후보와 오세훈 후보는 당을 맞바꾸어도 별 문제가 없을 듯 보이는데요. 한국 정치가, 미국의

       
     
      ▲이재영 <레디앙> 기획위원
     

    양대 정당처럼 정책차이 없는 미세정치로 들어선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미지정치라든지 이번 선거에서 보이는 특징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김윤철 이번 선거에서 초반에 서울시장 예비후보를 둘러싸고 이미지 선거 이야기가 많이 됐는데요. 정치 환경 자체가 미디어 선거 중심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이미지 정치가 중요한 역할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구요.

    하지만 앞에서 말한 중도화가 워낙 크다보니까 인물 의존이 되고 결국 이슈가 없는 선거를 만들어버렸다는 거예요. 이미지 정치가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되면 그 후보의 유능함을 입증하는 방향으로 가는 건데 그게 잘 안되니까 요즘 서울시장 선거에서 보이는 네거티브로 선거로 가는 거죠.

    이미지 정치에 의존하는 선거 특징은 이명박 시장이 무엇을 상징했느냐를 보면 되는데요. 보수고 진보고 필요 없다. 일 잘하면 ‘장땡’이라는 거죠.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구사한 업적주의 정치에 대한 좋은 평가가 있다보니까 이런 식의 이미지 정치가 점점 심해지는 거구요. 누가 더 지역개발을 해서 물질적 수혜를 줄 수 있느냐가 보다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게 이번 지방선거의 한 특징이 아닌가 합니다.

    홍형식 국민들이 진짜 기대할 게 없으면 한나라당 지지로 그렇게 돌아서지 않습니다. 미미하나마 국민들에게 비치는 모습은 한나라당에서 일정부분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는 겁니다. 구 권위주의 체제, 이회창 세대가 물러나고 이회창 다음 세대가 나서고 있다는 거죠.

    국민들 한나라당 세대교체 긍정 평가…부패, 비리 덮어져

       
     
      ▲홍형식 <한길리서치연구소> 소장
     

    다음 대권주자도 성장 실적주의 패러다임을 갖고 국민들께 다가가고 있구요. 이명박 시장은 실적을 내고 있고 박근혜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후광을 얻고 ‘선진조국 건설’로 다가가고 있어요.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도 그렇구요. 당내에서는 세대 교체 이야기가 없지만 국민들이 보기에는 한나라당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걸로 보이는 겁니다. 한나라당의 부패나 비리가 덮여지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좀 아쉬운 부분은 후보자 선정에서 여론조사를 많이 활용했는데 절차적 민주주의에 너무 집착하지 않았느냐 하는 겁니다. 지방자치의 긍정적인 부분만 보려고 하는데 부정적인 부분도 봐야 합니다. 각당 후보로 당선되는 사람들은 지역 기반을 갖고 있는 토호들이 장악합니다. 또는 지역 현역의원의 영향에 의해서 되는 것이지요. 당원 경선이든, 여론조사 방식이든 현재 공천 시스템으로는 정치권에 유능한 자원을 끌어들이기에 한계가 있어요.

    그나마 이미지 선거가 이야기되는 곳, 유일하게 인물이 부각된 데가 서울이라는 겁니다. 나머지 지역에서는 정당 선거예요. 그야말로 인물은 쓰나미에 쓸려가듯 떠내려가고 없습니다. 정당 중심의 정치 선거지. 풀뿌리민주주의 지방자치 선거도 아니고 인물을 보는 선거도 아닙니다.

    역대 선거 중에 가장 불행한 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게 아닌가. 감정적으로 당만 보고 하는 그런 선거지요. 결국 정책이나 후보 검증은 거의 안 이뤄지고 있어요. 절차적 민주주의는 이뤄졌지만 가장 무식한 선거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대선 전초전 성격…철저하게 정당 지지표로 나타나

       
     

    성한용 조금 다른 각도에서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97년 대선 이후 총선이든, 지방선거든 기본적으로 정권을 놓고 싸우는, 첨예하게 진행되는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고 보구요. 호남 대 영남, 개혁·진보 대 보수, 햇볕 대 반북으로 양 진영이 30만표 차이로 엇갈렸는데요. 이번 선거 역시 무능한 정권 심판 대 그래도 열린우리당을 지켜줘야 한다는 세력의 대결로 가는 대선 전초전 성격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철저하게 정당지지표로 나타나는 것 같구요.

    이런 판에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정당 지지율이 40% 대 20%라는데, 열린우리당 사람들의 말로는 더 나쁘다는 겁니다. 사전선거운동을 하며 돌아다녀 보면 10명 중 한 명이라도 열린우리당 지지가가 있으면 다행이라고요. 내놓고 열린우리당 지지하면 또라이 취급받는다고요. 특히 자영엽자  민심 이반이 심하답니다.

    서울시장 선거는 분리해서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이미지 선거라기보다 승리 지상주의에 의한 공천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는 강금실 후보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오세훈 후보 역시 강금실 후보에 안심하고 이길 사람이라는 이유로 몰아준 거죠. 후보가 당 정체성과 안 맞는데도 무조건 이기는 사람을 내는 게 우려스러운 부분입니다. 다음 대선 때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구요.

    김윤철 정치학적 사색이 필요한 부분인데요. 승리 지상주의라면 열린우리당이 왜 이계안 후보가 아니라 강금실 후보를 선택했을까. 현대 CEO 출신이 더 어필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부분이 있어요. 승리 지상주의를 넘어선 정치 환경적 부분이 존재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유능한 후보가 이기게끔 해주는 정당의 일상적 환경이 존재해야 하는데 의회나 대통령 중심의 정치를 했거든요. 시민운동이든, 민주노동당 같은 진보세력이든 단순히 절차를 밟았다는 것이 아니라 절차 자체가 능력을 검증하는 방향으로 바꿔져야 하지 않나. 우리 선거법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비정상적인데, 이런 비정상적인 법을 바꾸어 능력 검증이 가능하도록 하는 개입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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