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던 방문한 차베스 '붉은 켄'에 석유 싼값 공급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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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5월 16일 11:1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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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켄 리빙스턴 런던 시장의 초청으로 영국의 수도 런던을 방문했다. 차베스는 비엔나에서 개최된 남미와 유럽연합 정상들의 회의에 참석한 후, 런던의 북부 지역의 캠덴 센터에서 리빙스턴이 사회를 보는 가운데 강연을 하는 것으로 런던 일정을 시작했다.

    영국 노동당 소속의 리빙스턴 시장은 사회주의적 도시 행정과 성공적인 공공성 확대 정책으로 런던 시민들의 삶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정치인이다. 대표적인 노동당 좌파 정치인으로 ‘붉은 켄(Red Ken)’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김종철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정책 참고 자료로 리빙스턴의 시정 계획인 <런던 플랜>을 진보정치연구소와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이 공동으로 번역, 출간하기도 했다.

    차베스는 이날 1천여 명의 지지자들이 모인 강연회에서 미국의 패권주의와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를 비판하면서 3시간이 넘도록 연설했다. 연단에는 리빙스턴 시장뿐만이 아니라 좌파 활동가인 타릭 알리와 영국 노동당 의원 제레미 콜빈도 함께 했다.

    리빙스턴은 차베스의 방문에 맞춰 <가디언>지에 ‘왜 차베스는 우리의 지지를 받을 자격이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 글에서 리빙스턴은 베네수엘라에서 “수년 동안 민중들은 사회적 진보와 민주주의가 함께 갈 것을 요구해왔으며, 지금 베네수엘라에서 진행되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며 베네수엘라의 변화가 “사회적 진보의 지지자뿐만이 아니라 진정으로 민주주의를 신뢰하는 이들의 흔들림 없는 지지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베네수엘라와 함께 하는 것이 진보와 정의,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모든 사람들의 의무”라는 문장으로 글을 맺었다.

    사실 리빙스턴이 차베스에 대해서 우호적으로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 베네수엘라의 우파들이 주도한 차베스 소환 국민투표 때 리빙스턴은 ‘내가 만약 베네수엘라인이라면 나는 차베스를 위해 투표하겠다’라는 제목의 국제서명 운동에 동참하였으며, 올해 초에는 영국 공산당의 구 기관지인 <모닝 스타>의 기고문을 통해 미국의 대 베네수엘라 적대 정책을 비판하며 “런던은 카라카스에 우정의 손길을 내밀 것”이며 “그들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에 대한 지지를 명확히 할 것”이라고 쓰기도 했었다.

    하지만 리빙스턴은 차베스의 이념이나 사회정책에 대한 지지만을 근거로 해서 그를 초청한 것은 아니다. 런던시가 차베스의 방문에 맞춰 공지한 보도자료를 보면, “남미는 점차 세계에서 중요한 경제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런던의 미래는 이 지역의 거대 국가들과 가까운 관계를 맺는 것에 달려 있다. …베네수엘라는 경제적으로 이 지역의 중요한 국가일 뿐만이 아니라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 중 하나”라고 적혀있다.

    좌파 정치인으로서 영국 내에도 상당한 차베스에 대한 지지를 이번 방문을 통해서 ‘활용’한 것뿐만이 아니라, 이번 방문이 런던시를 위한 전략적, 실용적 이해관계에도 부합한다는 의미 부여까지 한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의미 부여에 부합하듯, 차베스는 런던의 시민들에게도 싼 값에 석유를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번 만남은 두 노련한 정치인들의 ‘준비된 판’이기도 한 것이다.

    한편 차베스는 15일 영국 노동조합 지도자들 및 의회 의원들과 만나고, 리빙스턴 시장과 공동 기자회견도 가졌다. 외국 정상의 방문으로서는 파격적으로 토니 블레어 수상이나 영국 정부 인사들과의 일정은 없었다. 이에 대해 베네수엘라 대사관 측은 차베스가 개인 자격으로 방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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