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금실-오세훈에게 버림받은 KTX 조합원들
    By tathata
        2006년 05월 15일 06: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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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 일요일 오전 6시.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 선거캠프에 경찰 1백여명이 기습적으로 진입해 농성을 벌이고 있던 KTX승무원 조합원 30여명을 강제로 연행했다. 동원된 경찰차는 21대, 군용트럭 4대, 소방차 1대, 구급차 2대로 알려져 ‘기습작전’을 방불케 했다.

    휴일인 일요일 오전에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이를 취재한 언론은 거의 없었다. 더욱이 이날은 대추리에서의 범국민대회가 예정돼 있어 언론의 관심은 대부분 평택에 집중돼 있었다.

    KTX승무원의 강제연행은 이처럼 숨죽인 일요일 새벽, 아주 조용히 그리고 재빠르게 ‘처리’되었다. 전날인 13일까지만 하더라도 강금실 후보는 보도자료를 통해 ‘경찰의 강제해산 중지를 요청했다’며 “본부장급 간부진이 남아 철야로 경찰과 여승무원 측에 대한 중재 노력을 펼쳤다”고 말해온 터였다.

    그런데 불과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공권력이 투입되었고, 승무원 조합원들은 이른 새벽에 폭력진압을 당했다. 경찰은 조합원들을 끌어내는 과정에서 물리력을 사용하여 일부 조합원은 위층에서 떨어져 골절상을 입었다. 심한 몸싸움이 벌어져 농성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경찰의 강제연행 통보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8일 ‘엄정대처’ 발언을 한 이후로 계속적으로 흘러나왔고, 지난 11일 철도공사 서울본부 무력진압에 이어 이날 두 번째로 이뤄진 것이었다.  KTX승무원지부 안주애 조합원은 “강금실 후보가 강제연행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발표해 이를 믿었다”며 “일요일 새벽 30분 만에 기습적으로 연행을 완결한 경찰의 공권력 집행을 보면서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 KTX승무원들이 15일 서울역에서 철도노조 조합원들과 함께 농성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13일 오세훈 후보 사무실을 자진해산 한 일을 두고 강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로부터 “오 후보 캠프처럼 우리 사무실에서도 나가 달라”는 말이 오가기는 했지만, 강제진압으로 이어지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안 조합원은 “강제연행이 진행되던 당시 선대본 사무실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그나마 남아 있던 관계자들은 빤히 경찰에 의해 밟히는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렇다면 조합원의 주장대로 강 후보 선대본 관계자들은 경찰의 무력진압을 ‘방조’하고 있었던 것일까. 이에 대해 강금실 선대본의 오영식 대변인은 “강제연행을 반대한다는 선거사무실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당일 날 아침 경찰에서 불가피하게 집행하겠다고 통보를 해왔다”며 “실무자들을 중심으로 저지하려고 애를 썼지만 불가항력이었다”고 말했다. 오 대변인은 또 “경찰을 동원해서라도 집행하겠다는 것은 정부의 방침인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강 후보측이 ‘불가항력’이라고 말할 만큼 경찰의 진압을 저지할 수 없었다 하더라도, 여전히 석연찮은 의혹은 남는다. 이전까지 여러 차례 경찰의 강제진압 통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강 후보측은 ‘강제집행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공권력 집행을 막아왔지만 왜 이날만큼은 그러하지 못했는지, 그리고 그 시각이 일요일 오전 6시이어야 하는지는 해소되지 않는 의문이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강 후보측에 사전 동의를 구했냐는 질문에 “확인해 줄 수 없는 사항”이라고만 짧게 답하고, 그 이상의 답변을 회피했다. 강 후보 측에서는 이날 경찰의 강제연행을 규탄하는 발표는 없었다.

    정지선 KTX승무원지부 대변인은 “강 후보가 농성장을 방문하고, 공권력 투입을 반대한다고 말한 것은 모두 언론플레이였다”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찾아갔지만 그것은 썩은 지푸라기였다”고 말했다.

    한편, 철도공사는 최종시한으로 못 박은 해고날짜를 15일에서 오는 19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KTX관광레저측는 “승무원들이 경찰에 연행되는 관계로 최종복귀시한을 연장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KTX승무원들은 철도노조 조합원과 함께 서울역 로비에서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오 후보는 KTX문제를 선거운동에 이용했다”

    지난 13일 오세훈 후보 선거캠프 사무실을 점거한 KTX승무원들은 자진해산을 결정했다. 애초 “여야 후보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찾아갔지만, 이들은 농성 이틀 만에 스스로 걸어나왔다.

    이들이 나온 이유는 오 후보 사무실에 머무르는 것이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기도 했지만, 오 후보가 선거운동에 KTX승무원들을 ‘이용하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오 후보는 KTX승무원들이 선거대책 사무실을 찾아갔을 때 반갑게 맞이했다. 오 후보는 보도자료를 내고 “정리해고와 수배에 쫓긴 불안한 여승무원 손님들을 따뜻하게 맞았다”며 “한계는 있지만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13일 철도공사 서울본부에 경찰의 강제연행이 시작됐을 당시 조합원들은 오 후보에게 찾아가 경찰의 집행을 저지해줄 것을 눈물로 호소했다. 격양된 그들은 울부짖었고, 선대본측은 이를 동영상으로 찍어 홈페이지에 올렸다. 5분여 분량의 이 동영상은 조합원들의 분노와 울음 그리고 이를 달래는 오 후보의 모습이 계속되어 이어진다.  물론 ‘고민하는’ 오 후보의 모습도 함께 담겼다. 그리고 오 후보의 홈페이지에는 ‘KTX여승무원들과 오세훈 후보의 약속’이라는 동영상이 게시됐다.

    조합원들은 자신들의 호소가 ‘자상한 오 후보’라는 이미지에 동원되는 것에 또 한번 실망감을 느끼고 해산을 결정했다. 정지선 KTX승무원지부 대변인은 “겉으로는 김밥도 제공하고 잘해주는 것 같지만 오 후보 선대본 사람들은 한번도 우리에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처구니없는 없는 일은 자진해산을 결정하며 선대본 관계자들에게 “다음에도 문제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농성을 하러 올지도 모르겠다”고 말하자 “대환영한다. 언제든지 오라”고 맞장구쳤다는 것이다.

    한 조합원은 “절박한 우리의 문제가 선거운동에 이용됐다는 사실에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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