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명숙-강금실 여성정치 주류화 절반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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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5월 15일 03: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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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메르켈이 독일 최초의 여성총리가 된 데 이어, 올해 초에는 칠레와 라이베리아에서 최초로 여성 대통령이 선출되었고, 핀란드의 여성 대통령인 타야르 할로넨도 재선에 성공했다. 지난 3월 30일에는 자메이카에서 포르티아 심슨 밀러가 최초의 여성총리가 되었고, 이외에도 아일랜드의 매컬리스 대통령 등이 현직 여성 국가 지도자들로 재임 중이다.

    지난 4월 19일 한국에서도 최초의 여성총리가 탄생했다. 그리고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 역시 최초의 여성 서울시장 후보이다.

    한명숙 총리, 이보다 더 나은 여성총리는 없다, 2006년엔

    그렇다면, 한명숙 여성총리와 강금실 여성서울시장 후보는 여성정치 주류화에 기여했나? 나는 사실 여성정치 주류화를 고민하면서, 얼마 전 쓴 책인 『‘여성, 정치와 사랑에 빠지다’(또하나의문화, 2006.3)』를 통해 이들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물론 당시 원고를 쓰고 책이 나올 때에만 해도, 이들이 최초의 여성 총리와 최초의 여성 서울시장 후보가 되기 전이었다.

       
      ▲한명숙 국무총리 ⓒ연합뉴스

    한명숙 총리의 경우, 민주화운동과 함께 대표적인 여성단체인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를 거쳐, 비례대표 국회의원, 지역구 국회의원, 여성부장관, 환경부장관을 지낸 이력이 있다.

    즉, 여성이 시민사회 영역, 정치영역, 행정영역을 두루 넘나들면서, 엄격한 잣대로는 아니지만, 느슨한 잣대로 ‘여성적 정체성’을 유지했으며, 이보다 더 좋은 여성적 정체성을 지닌 총리는 현시점, 즉 2006년에서 나올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강금실 여성서울시장 후보의 경우, 법무부 장관 시절 친여성적 법안인 호주제 폐지와 성매매방지법 제정에 적극적이었으며, 여성단체와 거리도 가까웠다. 강 후보 역시, 열린우리당에서 나올 수 있는 최적의 친여성적 후보라는 예상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최근 여성정치의 주류화를 고민하면서 그녀들에게 지지를 보냈던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고 있다.

    강금실, 생태보다 개발 선택

    최초의 여성총리가 취임한 후 첫 위기였던, 평택 대추리 사태에 대한 대응은 너무도 반여성적이었다. 군 병력을 투입하고, 연행, 구속자수가 넘쳐나서, 1980년 5월 광주를 연상시킨다는 시민과 언론의 비판이 등장했다. 심지어는 영국의 마가렛 대처에게 붙여진 ‘철의 여인’을 한 총리에게 들이대, “한 총리, ‘철의 여인’으로 변하나”라는 제목의 기사도 등장했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평화적 해결을 기대했던 많은 사람들은 한 총리에 대해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5월 12일 대 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다양한 의견을 ‘대화와 타협’을 통해 표출할 수 있으며, 그것은 합법적인 방식으로 하자고 강조한 정도이다. 다행히 유혈충돌이 예상됐던 5월 14일 평택 대추리 시위는 평화적(?) 아니, 큰 부상자 없이 진행되었다.

    강금실 후보의 경우, 보육정책 등 적극적인 여성 공약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지난 SBS TV토론에서 ‘치안의 남북격차 해소‘를 대표적인 공약으로 선보이며, 인권적 감성으로는 민감할 수밖에 없는 CCTV 설치 공약을 거침없이 강조했다.

    두 번째는 용산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용산 터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발상, 그리고 한강의 하구 습지대를 없애고 운하로 개발하겠다는 발상 등은 ’개발‘과 ’생태‘라는 중요한 과제 중 개발에 더 우선성을 두겠다는 가치를 보여준 것이다.

    농성 중 여성 조합원 강제 연행, 한마디로 실망

    특히 KTX 여승무원들이 강금실 후보 캠프 사무실 앞에서 시위, 농성을 벌였는데, 5월 14일 경찰에 의해 새벽전원 강제 연행되었다. 첫 여성 서울시장 후보로서, 여성적 감수성을 어떻게 발휘할 수 있느냐에 관한 시금석이 될 수 있었던 행동이었다. 한마디로 실망이었다.

    빠른 해결, 즉 걸림돌이 되는 것을 빠르게 치워버리는 방식은 당선에 급급한 남성적 방식이라는 생각을 감히 해본다. 느리더라도, 사람을 생각하며, 낙선하더라도, 자신의 인권, 여성, 환경, 소수자 감성을 잃지 않는 게 그녀의 매력이자, 장점이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 총리와 강 후보는 여성정치 주류화에 기여했다. 여성정치 주류화의 두 방식인 ‘끼어들기 전략’과 ‘새판짜기 전략’ 중 전자를 택하여, 여성정치 시계를 10년은 앞당긴 사람들로 평가받아야 하는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이들이 현재 보여주는 구체적인 정치 방식들은, 점점 여성정치 메커니즘과 멀어지는 방식인 것 같다.

    그러나 그들은 여성정치 시계를 10년은 앞당겼다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이지폴뉴스

    통치를 잘 하는 것, 서울시장이 되는 것이 그녀들이 당면한 급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녀들이 여성적 통치 방식과 멀어지는 것, 여성적 감수성을 배반하는 것, 이런 과정 속에서 통치를 잘하고, 서울시장이 되는 것은 그녀들에게 아무런 득이 안 될뿐더러, 최초가 아닌, 두 번째 여성총리, 두 번째 여성 서울시장 후보가 나오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즉 여성정치 주류화를 도모했던 여성운동 그룹들은 그녀들로 인하여, ‘여성은 남성과 다른 정치를 한다’, ‘여성은 생명과 평화, 인권과 소수자 감성에 예민하다‘는 논리를 이제는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휴우, 걱정이다.

    따라서 두 번째 여성총리와 두 번째 여성서울시장 후보, 더 나가서 첫 번째 여성대통령을 만드는 일은 이제 첫 번째가 나오기 전보다 더 어려운 여성정치 주류화의 토대와 조건으로 후퇴할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한명숙 총리와 강금실 후보가 ‘최초’라는 타이틀을 갖고 등장한 것만으로도 여성정치 주류화에 엄청나게 기여한 것이지만, 이들이 앞으로 보여줄 여성적 정체성만큼 여성정치 주류화에 진도가 나갈 것이며, 그와 반대로 보고 싶지 않은 반여성적 정체성만큼 여성정치 주류화를 후퇴시킬 것이다.

    후퇴하는 속도가 빠를수록, 후퇴하는 내용이 많을수록, 그녀들의 ‘최초’라는 것이 더 이상 여성정치 주류화에 기여하지 않는 시점이 올 수도 있다. 그런 날이 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즉 여성정치 주류화의 ‘명’과 ‘암’ 중 어떤 것이 더 힘을 발휘하느냐에 달린 문제인 것이다.

    “여성정치 주류화 전략 아직 유효한가? 당근이다”

    여성운동의 ‘여성정치 주류화’ 전략이 아직도 유효한가?
    당근이다. 아직도 여성정치 주류화 전략은 유효하다. 한명숙 총리와 강금실 후보로 인해서, 이제는 여성정치 주류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것 아니냐는 평가를 내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성정치 주류화는 두 가지, 펠스키(R.Felski)가 페미니스트의 대항적 공공영역(counter-public sphere) 구축을 제안한 방식, 즉 안으로는 젠더 공간과 집합적 정체성을 형성하면서, 동시에 밖으로는 정치활동을 통해 기존 정치구조에 도전하는 정치문화적 전략을 펼쳐야하기 때문에, 여성성에서든 정치성에서든 모두 부족한 여성계에서는 계속해서 목마를 수밖에 없다.

    여성정치 주류화는 여성 외에 또다른 ‘소수자’, 또다른 ‘비주류’가 ‘주변’에서 ‘중심’으로 ‘넘나듦’이 가능할 때까지 계속 유효한 전략일 수밖에 없다. 즉 여성정치 주류화는 좁은 의미에서는 ‘여성의 정치세력화’이지만, 넓은 의미의 ‘소수자와 비주류의 정치세력화‘라는 개념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먼 훗날, 내 증손자, 증손녀가 내게 이렇게 묻는 것을 상상해본다. “할머니, 할머니, 이제는 남성대통령이 한번 나와야하는 것 아니에요? 할머니, 잃어버린 남성의 권력을 어떻게 되찾을 수 있어요? 남성정치의 주류화가 언제, 어떻게 가능할까요? 예전에 여성정치 주류화의 노하우 좀 알려주세요." 

    #. 이글은 한국여성민우회가 5월 말 발간 예정인 [함께하는여성 5.6월호]에 실릴 원고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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