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원전이 대안이라고?
- IPCC 보고서와 두 개의 도전
[에정칼럼] 손쉽게 나오는 간단한 기후 해법은 없다
    2018년 10월 10일 08:4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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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8일, IPCC 특별보고서가 발표되었다. 풀어서 말하자면 이렇다. WMO(세계기상기구)와 UNEP(유엔환경프로그램)가 1988년 설립한 전문가 조직체인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과학적 모델링에 기반하여 기후변화를 예측하는 연례보고서(AR)를 발표하는 것이 주요한 역할이다. 이 연례보고서가 UNFCCC(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틀거리 협약)의 당사국총회(COP) 등 국제적 기후 논의의 논리적 기반이 되어 왔다.

그런데 지난 2015년 파리의 21차 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1)에서 파리협정이 도출된 바, “지구 평균온도를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2도 상승보다 낮은 수준으로 억제 그리고 1.5도 이하를 위해 노력할 것”을 합의문에 담았다. 이제까지 IPCC가 제시한 2도 상승을 기준으로 국제적 논의가 진행되어 왔는데, 기후변화에 취약한 섬나라 등이 그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절절히 호소했고 이를 반영하여 추후 조치를 약속한 것이다. 그래서 IPCC는 2도가 아닌 1.5도 상승 시나리오를 중점적으로 검토하는 특별보고서(SR15)를 준비하기로 했다.

인천 송도에서 지난 10월 1일부터 6일까지 열린 IPCC 48차 총회가 바로 이 특별보고서를 채택하기 위한 것이었다. 특별보고서 전체는 매우 광범한 데이터와 근거 자료를 담고 있어서 1천 페이지가 넘으며 최종 정리를 마치는 이번 달 말에 공개된다. 8일 발표된 특별보고서는 수십 쪽에 이르는 그 요약본으로, “정책가들을 위한 요약본”이다. 6일간의 총회 기간 동안 특별보고서 요약본은 한 줄 한 줄 참가국들의 동의 여부를 점검했고, 따라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게 당연하다.

인천 송도에서 10월 1일부터 6일까지 열린 IPCC 48차 총회

특별보고서는 지구 평균온도의 1.5도 상승이 자연과 인간 생활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금세기 중에 1.5도로 온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경로와 이를 위한 지구적 대응 과제, 그리고 지속가능한 발전과 빈곤 및 불평등 해결을 위한 과제를 적시하고 있다.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온도 상승을 2도를 1.5도로 낮추면 해수면은 10cm 더 낮아지고 태평양 섬 지역과 연안에 사는 1,000만 명의 생명도 구할 수 있다. 북극 해빙이 사라질 확률도 1/10로 줄어든다. 그러나 반대로, 1.5도를 지키지 못하면 2도가 아니라 그 이상의 급격한 온도 상승을 보이면서, 생태계와 인간의 생활조건은 회복불능의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또한 특별보고서는 1.5도 수준을 지키려면 세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최소 45% 감축해야 하며 2050년까지 순제로(net-zero) 배출 달성이 요구되고, 이를 위해 2050년까지 1차 에너지 공급의 50~65%, 전력 생산의 70~85%를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한다고 전망한다.

이는 사실 어마어마한 도전이다. 1.5도 목표를 이루려면 순제로 배출 시점을 2075년으로 잡은 2도 상승 목표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이 2배 이상 강화돼야 한다. 파리협정 시기에 한국을 포함하여 각국이 자발적으로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량(NDC)를 모두 합하면 1.5도 억제에 필요한 감축량의 겨우 26% 정도에 불과하다.

산업 생산과 자원 소비 방식을 크게 변화시킬 생각이 전혀 없는 온실가스 다배출국 정부와 화석연료 기업들의 태도를 생각하면 한마디로 암울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핫하우스(hothouse)’ 지구라는 더 냉엄한 고지서를 받게 되었다는 것은 앞으로 논쟁과 실천을 위해서든, 핑계와 기만을 위해서든 중요한 기반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한국은 IPCC 특별보고서로 인해 두 가지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우선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정책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한국은 화석연료 연소 기준으로 세계에서 7번째 온실가스 다배출국이지만, 국제적으로 ‘기후악당’으로 비난받을 정도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미진했다. 지난 7월 확정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기본로드맵 수정·보완안”은 지난 정부에서 엉망이다시피 만들어 놓은 감축 목표를 현실화하고자 했지만, 그 과정과 내용 모두에 대해서 시민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수정 작업은 2030년 BAU 대비 37% 감축 목표와 배출량 5억3600만톤은 그대로 유지하고, 정체가 불분명했던 국외 감축분을 11.3%에서 4.5%까지 줄이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BAU 기준의 불확실성도 해결되지 않았고, 아직 증명되지 않은 기술적 수단과 국외 감축분도 그대로 남았으며, 무엇보다 한국의 책임과 위상에 걸맞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1.5도 특별보고서에 비추어 본다면 지난 수정안마저 의미를 완전히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다. 2020년 파리협정 발효를 앞두고 특별보고서를 근거로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 요구가 불가피할 것이다.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전면 재작성과 함께, 정치적 사회적 대비와 행동이 시급하다.

또 하나의 도전은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이 직면할 종류의 것이다. 특별보고서가 발표되자 자 마자 찬핵 그룹과 언론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원전 없이 기후변화 대응은 불가능하다며 정부의 탈핵 에너지전환 정책을 공박하기 시작했다. IPCC가 특별보고서에서 지구 평균온도를 1.5도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1차 에너지 중 원전 비중을 높이는 것을 시나리오에 포함했다는 것이 근거다. 이 부분은 사실이다. 그러나 IPCC가 기술적 모델링에 투입한 요소들이 정책적으로 바람직하거나 사회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은 아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특별보고서의 두드러진 주문은 원전의 활용 증가 필요성이 아니라 재생에너지를 2050년까지 1차 에너지 공급의 절반 이상, 전력 생산에서는 70~85%까지 늘려야 한다는 부분이다. 찬핵 언론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해석을 하고 있는 셈이다. 오히려 한국의 경우 특별보고서의 주문을 따르려면 정부의 탈핵 로드맵보다 더욱 급격히 핵발전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2030 정책(2030년까지 전력생산의 20%) 보다 더욱 빨리 늘려야 할 형편이다.

다음으로, 특별보고서의 시나리오 중 CO2 배출을 2030년부터 급격히 줄여 2060년부터 원만하게 줄여나갈 경우 2030년 원전의 비율이 2010년 대비 59% 증가, 2050년에는 2010년 대비 150% 증가를 상정한 것의 현실성도 따져 보자. 지난 십 수 년간 1년에 1% 증가는커녕 기존 핵발전 비중 유지도 어려웠던 게 세계 핵산업의 현주소다. 안전성 우려가 사라지지 않는 가운데 폐기물 처리는 여전히 난망하며, 건설과 유지 비용 그리고 사회적 갈등 비용이 더 늘어남에 따라 경제성조차 떨어졌기 때문이다. 핵발전으로 먹고 살았던 국제적 거대 에너지기업들 스스로가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산업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자국에 핵발전소 신설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덤핑 수출경쟁에 매달리고 있는 상황이 바뀔 기미는 없다.

한국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신규 원전과 방폐장, 고압송전선로 건설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생생히 겪은 한국에서, 2050년까지 현재 24기의 원전을 2050년까지 150%는 고사하고 15%라도 더 늘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재생에너지의 경쟁력과 효율 향상 추세를 감안하면 비용과 효과 면에서도 아둔한 짓이다.

그럼에도 논박은 쉬이 끝나지 않을 것이다. 사실 기후변화 대응을 빌미로 하는 핵발전 마케팅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세계 핵산업이 즐겨 의지한 탈출구이며 죽지도 않고 또 돌아온 귀찮은 손님일 뿐이다. 한국의 경우 지난 정부들의 핵산업 엄호가 너무 든든했기 때문에 찬핵 진영에서 기후변화 대응 논리를 그다지 심각하게 활용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제 탈핵 에너지전환 정책은 핵산업계에게도 스스로 살 길을 모색하게 만들었고, IPCC 특별보고서는 일단 활용하기 좋은 소재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달리 생각하면, 청와대의 의지에 의해 너무 쉽사리, 그리고 너무 표피적으로 추진된 에너지전환 정책이 이제 기후변화와 구체적인 에너지믹스 운용을 놓고 피할 수 없는 질문들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1.5도는 지키기 어렵고 원전은 대안이 못 된다. 재생에너지 보급은 많은 난관이 있고 산업생산 축소와 화석연료 제한은 당면의 의제조차 되지 못 한다. 그럼 대체 답이 어디 있느냐고? IPCC 특별보고서의 기후 전망과 가능한 온실가스 감축 수단의 간극에 대해 철저한 ‘지성의 비관’을 하는 게 먼저일 것 같다. 손쉽게 나오는, 누구나 쉽게 동의할 수 있는 간단한 기후 해법은 없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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