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에도 극우 바람
    보우소나루 1위로 결선
    노동자당 아다지, 역전할 수 있나?
        2018년 10월 08일 05:3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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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우 바람이 브라질까지 상륙했다. 브라질 대선 1차 투표에서 극우정당인 사회자유당(PSL)의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46.0%를 득표하며 1위를 차지했다. 좌파 노동자당(PT)의 페르난두 아다지 후보는 29.3%로 2위에 머물렀다. 중도 민주노동당의 시루 고미스 후보 13%를 얻어 3위를 기록했다. 1차 투표에서 보우소나루가 예상보다 높은 득표를 올린 탓에 아다지 후보의 역전은 어렵지 않느냐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남미에서 최초로 극우 대통령이 탄생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졌다.

    위는 노동자당의 아다지 후보(왼쪽) 아래는 사회자유당의 보우소나루 후보

    비관적인 결선

    노동자당의 아다지 후보의 1차 득표가 룰라와 같은 과거 후보들보다 낮은 것이 비관론의 첫 번째 이유다. 결선에서 반(反)극우 효과가 작용하겠지만 중도우파 정당들의 지지를 그대로 흡수하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낮은 득표율은 아다지 후보가 역전을 하는데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시루 고미스 후보가 반(反)극우 결선에 공개적으로 동참할 것인가 하는 것이 또 하나의 변수다.

    아다지 후보의 득표가 낮은 것보다 더 비관적인 것이 보우소나루의 예상을 넘은 득표율이다.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보우소나루가 1위에 오를 것이라는 결과는 많았지만 아다지 후보와 큰 차이까지는 아니었다. 산술적으로 보면 25%에 이르던 무응답층의 대부분을 보우소나루가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당-공산당(PCdoB) 연합이 무응답층을 공략하지 못한 것이 보우소나루의 높은 득표율로 나타났다.

    아다지가 상파울로 시장을 역임한 중량급 정치인이지만 대선 후보의 이미지는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 언론의 공통된 평가였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나면서 갑자기 대선이 실시되자 급박한 노동자당은 룰라의 재출마를 검토했지만 법원이 피선거권을 박탈하면서 부통령 후보인 아다지가 준비 없이 대선에 나선 것이 악재였다. 차세대라는 꼬리표를 떼기도 전에 후보로 선출된 것이다.

    결과적이지만 ‘집토끼’를 단속하기 위해 공산당 후보를 런닝메이트로 잡은 것도 전술적으로 오류였다는 것이 드러났다. 난제는 따로 있다. 노동자당의 호세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던 중도우파정당들이 보우소나루의 당선을 막기 위해 노동자당의 아다지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것도 딜레마이다. 노동계급과 인민들이 반(反)극우 전선을 호소하면서 광장으로 나오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다.

    향수의 대결

    보우소나루의 결선 진출은 지금까지 극우정당들의 급부상과는 확연히 다르다. 최근 유럽의 극우정당들의 부상은 단시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끊임없이 거리를 떠돌며 자신들을 세련된 극우정당으로 탈바꿈시키며 조직을 구축해왔다. 유럽에 불어 온 반난민 기류에 힘입어 급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전에 지방의회의 의석을 꾸준히 늘리고 원내의석도 조금씩 늘린 것이 크게 작용했다.

    보우소나루는 전혀 다른 경로를 통해 등장했다. 몇몇 중도우파 정당들을 거치긴 했지만 중요한 경력을 쌓은 것은 사회기독당(PSC)에서였다. 기존의 중도우파 정당들이 보우소나루의 입맛에 맞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스스로 종교적 색채가 강해지면서 사회기독당에 몸을 담았던 것이다. 특이한 것은 사회기독당에서 활동하면서 점점 극우화된 것이다. 보오소나루의 돌발 발언이 계속되자 사회기독당도 골머리를 앓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돌발 발언들이 거꾸로 보오소나루의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2014년 총선에서 보우소나루는 리오데 자이네루 선거구에서 46만표를 얻어 전국 최다득표를 기록하면서 전국적인 인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당을 이끌고 있는 에벨라도 페레이라(Everaldo Pereira)와 주류들은 보우소나루를 당의 간판으로 내세우는 것을 외면했다. 탄핵으로 대선이 실시되었지만 보우소나루의 지지율과 무관하게 사회기독당은 그를 대선 후보로 이번에도 지명할 의사를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

    보우소나루의 영입을 추진한 것은 이제 막 극우 향기가 조금씩 나고 있는 하원의석 9석의 미니정당 사회자유당이었다. 사회자유당은 보우소나루가 입당하자 당의 강령을 전면적으로 극우내용으로 바꾸는 결단을 내렸다. 보우소나루가 사회자유당의 대선후보로 지명되자 노동재건당(PLR)도 동참을 선언했다. 보우소나루와 극우연합이 내건 슬로건은 종교적 색채와 극우 내용으로 가득한 ‘무엇보다 하나님(Deus acima de todos)“이었다.

    아다지와 보우소나루의 대결의 특징은 향수 그 자체다. 아다지는 옥중에 있는 룰라를 전면에 내세우는 캠페인에 주력하면서 노동계급과 인민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보우소나루는 독재시절로 돌아가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아다지는 룰라를 제외하면 유권자들에게 내세울 것이 없다는 것이 약점인 반면, 보우소나루의 향수를 자극하는 캠페인은 혼란한 브라질 정국에서 역으로 표를 결집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브라질의 트럼프

    보우소나루의 할아버지는 나치 활동을 한 전력이 있지만 그는 이런 사실을 오히려 자랑스러워하면서 성장했다. 이런 성장배경 탓에 보우소나루는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군사학교인 아굴라 스 네그라스(Agulhas Negras)에 들어갔다. 10년쯤 장교로 복무하던 보우소나루는 잡지 Veja와 인터뷰를 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인터뷰에서 보우소나루는 정부가 국방예산을 삭감하면서 장교들의 숫자가 부족해졌고 낮은 임금으로 군대의 사기 저하를 가져오고 있다며 현역장교가 정부를 정면으로 질타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보우소나루는 징계를 받았지만 단번에 강경파와 군부의 주목을 받는 인물로 등장했다. 얼마 후 퇴역한 보우소나루는 곧바로 연방의원에 당선되면서 독자행보를 거듭했다.

    보우소나루의 전면에 내세우는 정책들은 반원주민, 반이주민, 심지어 반여성주의와 같은 극우적인 정책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당만이 아니라 기존 중도우파 정당들에 질린 유권자들은 보우소나루의 발언을 브라질의 트럼프 등장이라며 환호하고 있다. 유럽의 극우 바람과 미국의 트럼프 현상이 동시에 브라질에 상륙했다. 노동당의 아다지를 중심으로 하는 광범위한 반(反)극우 전선을 만들기 위해서는 20일이라는 시간은 너무도 짧아 보인다.

    필자소개
    인문사회과학 서점 공동대표이며 레디앙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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