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스코 노동자들 정규직 노동자에 연대의 '큰절'
        2006년 05월 15일 01:0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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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13일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노동자 108명이 내년 6월말까지 모두 공장으로 돌아가기로 합의했다. 또 손해배상과 고소고발을 철회하고 노동조합 활동도 보장하기로 했다.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든 지 딱 11개월 만이었고 2명의 노동자가 120m 크레인 위에 올라 농성을 벌인 지 13일째 되는 날이었다. 13일 전국의 노동자들이 모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은 잔칫집 분위기였고,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에 감사하며 큰절을 올렸다.

       
     
    ▲ 금속산업연맹은 5월 13일 오후 2시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현대하이스코 투쟁 승리 보고대회’를 열었다.(사진 금속노조)
     

    회사 "투쟁하는 비정규직은 공장으로 안돌려 보낸다"

    현대하이스코 회사는 2명의 노동자들이 크레인에 오르기 전까지는 "하청노동자는 원청회사와 무관하다"며 교섭에 나오지도 않았었다. 하청회사 사장들을 교섭에 내보냈고, 회사가 낸 안은 ▲20여명 복직 ▲취업알선 ▲위로금해결 등이 전부였다.

    현대하이스코 뿐이 아니었다. KM&I도 별도의 법인은 만들어 일부를 취업시키겠다고 했고, 하이닉스와 매그나칩은 위로금으로 해결하자고 나왔다. 기륭전자는 아예 교섭에도 나오지 않았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까지 사용자들은 한결같이 "투쟁하는 비정규직은 공장으로 돌려보내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그러나 사용자들의 철통같은 ‘연대전선’은 노동자들의 목숨을 건 농성 앞에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 4월 19일 순천공장 크레인 농성이 순식간에 진압당했을 때만 해도 사용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또 다시 농성에 나설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5월 1일 노동절날 120m 타워크레인에 올랐다. 그러자 사용자들의 태도는 180도 달라졌고, 현대하이스코 부회장이 직접 교섭에 나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처음으로 대화의 상대로 인정했다.

    120m 크레인에 오르자 대화의 상대로 인정

    현대·기아차그룹이 현대하이스코 사태에 전향적인 입장으로 나온 이유는 대략 세 가지 정도일 것이다. 무엇보다 정몽구 회장이 구속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농성이 조기 석방의 장애물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두 번 째 또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언제 어디서 ‘사고’를 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사용자들을 교섭에 나오도록 만들었다. 비정규직지회 김종안 직무대행은 "타워크레인에 목숨을 걸고 2명이 올라갔는데도 해결이 안되면 또 다시 선도투쟁을 할 것이고 이미 준비되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합의사항을 지키라"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는 누가 봐도 정당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비정규직의 극한 투쟁

    어쩌면 사용자들에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예’와 같은 존재일지 모른다. 정규직 임금의 50%만 주고 비인간적인 대우를 해도 언제 짤릴 지 모르기 때문에 말 한마디 못하고 일만 하는 노예들. 이들이 반란을 일으키면 하청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해 ‘집단해고’해 버리면 아무런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노예들이 바로 비정규직인 것이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도 인간이었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욕망은 보편적인 것이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목숨을 잃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이다. 비정규직지회 정광근 조합원은 "여기서 적당히 타협하면 해고되기 전의 비참한 생활로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이닉스, KM&I, 기륭전자는 대화에 나서야

    현재 현대·기아차그룹에는 현대자동차 울산·전주·아산공장,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등 5개 공장에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만들어져 활동하고 있고,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이 이번 현대하이스코 사태에서 교훈을 얻었다면 앞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노사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고 성실하게 교섭에 나서야 할 것이다.

    지금 하이닉스와 매그나칩, KM&I, 기륭전자 등의 사용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집단해고해 현재 300여명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길게는 1년 5개월, 짧게는 8개월째 길거리를 헤매고 있다. 이제 이들 사업장에서 사용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대화에 나서느냐, 또 다시 극한적인 대결로 나서느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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