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주파 - 신당파 - 쇄신파 다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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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01월 26일 09:1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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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3일 저녁 “민주노동당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그 대안으로서의 사회주의정당 건설”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토론회 제목에서 압축적으로 드러나듯이 지난 7년간의 민주노동당 운동의 성과와 한계를 사회주의자의 관점에서 냉정하게 평가하고, 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하고 유일한 방도로서 독자적인 사회주의정당 건설을 제기하고, 토론하는 자리었습니다.

    노동자 중심성 잃은 것이 대선 패배 원인

    모두들 민주노동당의 2007년 대선 참패를 말합니다. 낮은 득표율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득표수가 2002년에 비해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겁니다. 이는 5년 전에 사표론의 압박 속에서도 민주노동당에 한 표를 던졌던 핵심지지층의 일부가 이탈했다는 증거입니다.

    당은 지속적으로 외연확대를 추구해왔지만 정작 자신들의 핵심 지지자들을 계속 붙잡는 것부터 실패했던 겁니다. 그렇다면 5년 전의 지지자들은 왜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게 됐을까요?

    바로 민주노동당이 노동자 중심의 진보정당이라는 자기정체성을 증명하지 못했으며 노동자, 민중과의 신뢰 구축에 철저하게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이미 조승수 전 의원의 의원직 박탈로 치러진 2005년 울산 재보선 패배에서부터 드러났던 겁니다.

    그리고 노동자의 도시라는 울산에서의 패배는 당이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투쟁을 의도적으로 회피함으로써 비정규 노동자에게 배신자, 믿을 수 없는 정당으로 찍혔기 때문이었습니다. 희망과 대안의 약속을 정치생명으로 삼는 진보정당이 저지르는 위선과 배신, 언행모순의 무게가 결코 보수정당과 같은 수 없습니다. 그 결과는 진보정당운동의 파산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번 대선참패는 울산에서의 민주노동당 자신의 오류로 인한 불신임이 전국적 규모에서 다시 반복된 것이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자신이 내세우는 노동자, 서민 최우선과 진보라는 가치의 진정성을 인정받고 노동자, 민중과 신뢰를 구축하는데 철저하게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민주노동당이 전국적 수준에서 저지른 오류란, 바로 부정의한 체제와 정면 대결하지 않고 반대로 체제에 안주한 것이었습니다. 어느 때보다 자본주의 모순이 극심해진 현재, 자본주의 체제를 극복해 나가지 않고서는 노동자, 민중의 삶도 나아질 수 없다는 진실을 민주노동당은 외면했습니다.

    자본주의 체제와의 대결을 회피하고, 체제에 안주함으로써 민주노동당은 체제 내 개혁을 외쳤던 개혁적 자유주의정치세력(구 열우당, 통합신당)과의 차별화에 실패했고, 개혁이라는 가치가 오늘날 실제 의미하는 위선과 거짓, 무능력의 해악에 의해, 결국 민주노동당은 자유주의 정치세력과 함께 한 묶음의 무능한 좌파세력으로 동반 몰락하고 말았습니다.

    체제에 안주한 민주노동당

    이 같은 대선평가에 근거할 때, 위기를 극복해낼 참다운 혁신방향은 반자본주의 정치투쟁 기조 아래 당을 재구조화하는 겁니다. 민생파탄의 원인이 자본주의 자체에 있음을 정직하게 폭로하고, 자본주의를 극복해나갈 한국사회의 총체적 발전방향에 대해 노동자, 민중과 소통하고 공유하면서 자본주의와 대결하는 겁니다.

    이러한 주장을 80년대 자기만족적인 비합주의로 폄하하는 것은 90년대, 2000년대 사회주의자들 사이에서 논의된 과도강령, 사회주의 대중정당 등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동해방실천연대(준)을 비롯한 민주노동당의 사회주의자들은 이 점을 울산 재보선 패배 직후부터 지금까지 줄기차게 주장해왔습니다. 그러나 민족주의 경향뿐만 아니라 사민주의 경향까지 당의 주류세력들은 이러한 사회주의자의 주장에 대해 의도적인 무시로 일관해왔습니다.

    이러한 ‘무시’의 절정은 사회주의후보를 표방했던 이갑용 전 구청장의 대선후보 경선 참여를 배제하는 결정을 내렸던 작년의 4차 중앙위원회였습니다.

    그리고 이는 동시에 민주노동당의 반자본주의 정치투쟁 전면화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차단돼 있음을, 따라서 민주노동당이 자본주의와의 대결을 극구 회피하는 체제안주적, 보수적인 ‘진보정당’으로 퇴보했음을 보여준 겁니다. 이런 의미에서 2007년 대선참패는 정치적 몰락의 확인이자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인 겁니다.

    또한 글쓴이는 대선참패뿐만 아니라 참패 이후의 당의 모습에서도 민주노동당의 희망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세 탁류에 휘말려 난파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대선참패 이후 결정적인 문제는 당의 모든 주요세력들이 참패에서 어떠한 합리적인 결론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 민주노동당은 세 탁류에 휘말려 정신없이 가라않고 있습니다.

    첫 번째 탁류는 2004년 총선 이후 당의 퇴보에 가장 책임이 있는 민족주의 세력입니다. 지난 4년 동안 민주노동당은 이들이 당에 씌운 질곡 즉, 자본주의 모순 심화로 인한 민생파탄의 책임을 분단과 식민지성에 돌리는 허구적인 현실인식 아래에서 시대착오적인 민족민주 과제에 당의 역량을 소진해왔고, 반자본주의 투쟁에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멀어져 왔습니다.

    그러나 세칭 자주파는 대선참패에도 불구하고 진정성 있게 책임지는 모습(가장 중요한 건 자기 노선에 대한 반성일 겁니다)을 보이지 않습니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던 최고위원들의 사퇴가 전부입니다. 그리고는 참패에 가장 책임있는 세력으로서 뻔뻔하게도 비례대표 선출을 둘러싸고 극심한 당내투쟁을 벌였습니다.

    두 번째 탁류는 분당파입니다. 분당파가 민주노동당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문제의식을 폭발적으로 고취시킨 점은 인정합니다만, 그러나 이들의 당 퇴보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을 결여하고 있는 잘못된 종북주의 청산 기조로 인해, 당분화에 대한 문제의식의 폭발은 불발로 그치고 말았습니다.

    당 분화는 단지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는 세력들 간의 상처와 증오뿐인 갈라서기가 아닌, 지난날의 오류와 한계 그리고 그 극복방향을 대중적으로 천명하고 이에 동의하는 세력이 퇴보하는 세력들로부터 자신을 분리해내는 즉 진보정당운동 발전의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종북주의 청산 기조는 진보정당운동 발전의 계기가 결코 될 수 없습니다. 대중이 보기에는 종북주의라고 비판받는 세력이나 비판하는 세력이나 한 묶음의 무능한 좌파세력일 뿐입니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없이 참패의 책임을 떠넘기기 쉬운 상대에게 보란 듯이 떠넘기는 식의 평가로는 미래를 개척할 신당을 건설해낼 수 없습니다. “국가사회주의자와 주사파를 빼고는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진보신당”은 도로민주노동당일 뿐입니다.

    세 번째 탁류는 심상정 비대위로 대표되는 혁신파입니다. 격렬하게 소용돌이치고 있는 두 탁류(자주파와 분당파)에 끼어 난파해가고 있는 민주노동당 정파연합구조를 예인하는 임무를 자신의 사명으로 받아 안고 등장한 혁신파는, 그러나 태생적인 한계로 말미암아 또 하나의 탁류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세력입니다.

    혁신파의 등장 자체가 대선참패로 일시적으로 후퇴하고 있는 자주파와 이미 하나의 힘과 실체로서 존재하고 있는 분당흐름 사이의 깨지기 쉬운 균형에 근거하고 있는 바, 어느 한 축이라도 자극해 균형이 무너지면 자신의 존재 의의도 사라지는 혁신파가 민주노동당을 제대로 혁신해내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러한 혁신파 아래에서 민주노동당은 봉합이라는 미명 아래 더욱 곪아갈 뿐일 겁니다. 심상정 비대위가 내놓은 대표야당론이라는 당 골간을 건드리지 않는 그러나, 이미 그 실패가 증명된 진보개혁세력 대표주자론의 2008년 총선판으로 민주노동당이 얻을 정치적 성과는 근근한 연명일 겁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요? 바로 반자본주의 정치투쟁을 제대로 해낼 사회주의정당 건설입니다.

    대안은 독자적인 사회주의정당 건설

    이날 토론회의 공통된 결론은 ‘독자적 사회주의 정당 건설’이었습니다. 이 슬로건에 대해서 대부분의 동지들은 먼저 고개를 가로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상 사회주의, 변혁이라는 말들이 대중적인 영향력 또는 동원력을 거의 발휘해본 적이 없는 한국 정치, 이념 지형에서 사회주의 기치를 정면에 내걸고 당건설 작업에 들어가겠다는 것이 출구 없는 컴컴한 터널로의 맹목적인 돌입이 아닌가라는 의문과 회의를 낳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모든 벗과의 첫 만남이 낯설듯이,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든 권리들은 애초 우리에게서 소외돼 있던 것들이었습니다. 노동조합이 산업적 시민권을, 민주노동당이 정치적 시민권을 획득하기 이전에 노동자에게서 단결의 권리, 민중에게서 독자적인 정치적 목소리를 낼 권리란 그것의 획득을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고생과 시간을 감내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요원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노조와 진보정당이라는 것이 노동자, 민중에게서 자기 발전의 유효한 수단으로 인정받고, 그래서 노동자, 민중의 열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게 됨에 따라 노동자조직과 정치세력화는 ‘현실’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사회주의가 더 이상 이념만이 아니라 노동자, 민중의 자기 발전의 새로운 수단과 권리로서 전화되어야만 하는 때, 그리고 예전에 노동조합과 진보정당이 그랬던 것처럼 노동자, 민중의 열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때가 찾아왔습니다.

    자본주의 경제질서 즉, 집단적인 노동자들의 협업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부를 자본가가 자기 이익을 위해서만 소유하고, 관리하는 체제는 지금 사회전체의 발전에 어떤 긍정적인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으며, 도리어 그동안 노동자, 민중이 일궈온 삶을 유린해 들어오는 야만적인 수탈기계로 변모해 있습니다.

    깊어져가는 사회양극화, 늘어만가는 비정규직, 더 불안해지는 생활 이라는 심각한 경제문제들에 대해 자본주의는 어떤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반대로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본주의 그 자체에 반대하는 즉, 사회적 부를 자본가의 자기 이익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필요와 요구에 근거해서 배분할 것을 강제하는 투쟁만이 대안입니다. 반자본주의, 그리고 사회에 의한 사회를 위한 부의 사용을 목표하는 사회주의만이 노동자, 민중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줄 수 있습니다.

    이윤보다 공공선이 우선되는 체제

    이제는 기업의 이윤극대화를 위해 저질러졌던 질 좋은 일자리의 파괴와 비정규직 남용을 멈추기 위해 이윤극대화가 아닌 공공선의 실현이 우선돼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기업에 대한 자본가의 독재를 걷어내고, 노동자를 비롯한 사회 여러 부문의 참여와 공동경영이 제도화돼야 합니다.

    사회주의는 바로 이러한 것들 즉, 이윤이 아니라 공공선이 우선될 것, 자본가의 산업독재가 아니라 산업에 대한 사회 전체의 통제가 대신 들어설 것을 요구하는, 현실의 조건에서 응당 제기될 수밖에 없는 권리입니다.

    그리고 과거에 단결의 권리, 독자적인 정치적 목소리를 낼 권리가 노동자, 민중에게서 처음에는 낯설었으나 자기 발전의 가능하고 유효한 수단으로서 인정받고 폭발적인 열망을 불러 일으켰듯이, 사회에 의한 사회를 위한 부의 사용을 요구하는 권리 역시 노동자, 민중의 열망을 대변할 것임을 의심치 않습니다.

    이제 한국의 노동자, 민중을 진정 대변하고자 하는 진보세력은 역사의 도약을 위해 다시 큰 걸음을 떼어야 할 때입니다. 기본적인 단결의 권리, 민주주의 권리의 획득을 위해서 투쟁했던 시기를 건너왔던, 그리고 진보정당의 정치적 시민권 획득을 위해 헌신했던 동지들은 우리 앞에 제기된 새로운 과제의 해결과 사회주의 권리의 획득을 위한 투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발전해야 할 때 발전하지 못하면 그 결과는 퇴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대선에서의 민주노동당의 참혹한 패배는 이를 증명하는 것일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노동당은 자본주의 모순이 심화되는 정세 속에서도 자본주의 그 자체에 반대하는 투쟁을 회피함으로써 노동자, 민중에게 자기 발전의 가능하고 유효한 수단으로 쓰임받기를 스스로 거부했습니다.

    무엇이 오늘날의 진정한 진보(즉 반자본주의, 사회주의)인가에 대한 고민과 실천없이 진보정당이라는 간판만 믿고 자신을 선택해달라고 하는 것은 오만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오만함은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 사회주의자들이 결단해야 합니다

    민주노동당은 노동자정치세력화의 열망을 안고서, 저 노동해방, 인간해방의 신대륙을 향해 진보정당이라는 돛을 펼쳤습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호의 항해는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자본주의 모순 악화의 정세에 진보적 방식으로 적응하지 못하고 난파하고 있습니다.

    당의 항해를 책임졌던 세력들의 모습은 나침반을 잃어버린 선원과 같습니다. 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 모르고, 심지어는 거꾸로 가고, 암초에 들이박습니다. 이제 민주노동당은 가라앉고 있는 배에 불과합니다.

    이제 당의 사회주의자들은 민주노동당이 아닌 새로운 틀에 근거해 우리의 항해를 계속해나갈 방도를 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틀은 독자적인 사회주의정당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쉽지 않은 과제이며, 자족적인 선언으로 그치고 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민주노동당과 함께 전진했던 경험과 역사가 있습니다. 지난 과정 속에는 오류도 있고, 제대로 사회주의 정치활동을 펼치지 못한 한계도 있지만, 오류와 한계 가운데서도 사회주의자들은 대중정치와 호흡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는 사회주의 대중정당 건설의 큰 자산이 될 겁니다. 

    이제 사회주의정당을 공공연하게 주장합시다. 그리고 대중과 함께 실천합시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이 상실한 사회주의의 이상을 향해 이제는 당당하게 사회주의의 돛을 펼치고 다시 나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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