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저지로 '대추리 대회' 못 열려
    By tathata
        2006년 05월 15일 02: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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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추리는 고립된 섬이었다.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겹겹이 에워싼 경찰들은 14일 대추리로 가는 입구를 전면 봉쇄했다. 경찰은 이날 184개 중대 1만8천여명을 동원해 대추리와 도두리로 가는 길을 막고 저지했다.

    한명숙 장관이 지난 12일 “시위대와 경찰, 정부당국, 이 모든 당사자들이 한걸음 물러나서 냉정을 되찾자”며 대화를 통해 평택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지만, 정부는 정작 평화시위마저 무력으로 제압했다.

    14일 오전 6시. 전날 노동자대회를 마치고 서울 홍익대에서의 노숙을 접고 민주노총 조합원과 한총련 학생 1천여명은 전세버스 20여대를 타고 평택으로 향했다.

    오전 8시경. 이들은 충남 아산시 둔포면 사무소로 이동, 도보로 농로를 따라 3km 가량 떨어진 본정농협 인근에 집결했다. 뒤이어 전국에서 3천여명의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민중연대 소속의 회원들이 합류했다.

    이들은 대추리로 진입하려 했으나 미리부터 대기해있던 경찰들이 차를 동원해 진입로를 원천봉쇄하고, 농로와 도로 곳곳에 주둔하여 통행을 가로막았다. 민주노총의 일부 조합들은 경찰의 저지선 가까이로 갔으나 일부는 연행됐다.  

       
     
    ▲ 대추리로 가는 모든 길은 경찰의 의해 봉쇄되었다.
     

       
     

    산발적인 진입시도가 몇 차례 실패로 끝났다. 참가자들 대부분은 오후 2시까지 본정리 농협 부근에서 소속 단체 회원들끼리 휴식을 취하거나 약식 집회를 개최했다. 애초 11시에 대추초등학교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범국민대회는 진행되지 못했다.

    김종철 후보, “평택문제 내부인 외부인이 따로 없다”

    김종철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는 한 약식집회에서 “언론들이 ‘외부인’이 많이 들어와서 대추리 주민의 문제에 참견한다고 떠들고 있지만,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전 문제는 외부인과 내부인의 구별이 없다”고 말했다.

       
    김종철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는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전 문제는 외부인과 내부인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미국의 동북아 패권을 강화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향한 전진기지화를 만들기 위한 평택 미군기지의 문제가 평택인만의 문제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또 “중국을 ‘잠재적 적국’으로 규정하며 중국전쟁을 대비하기 위해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는 미군기지 확장이전으로 인해 한국땅은 초토화되고 있다”며 “용산 미군 기지는 용산도, 평택도 아닌 미국으로 가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시각인 11시. 대추리 안 평화공원에서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 1백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평택미군기지 확장이전 반대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천영세, 권영길, 단병호, 심상정, 이영순, 현애자 민주노동당 의원과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이 참가했다. 주민들 또한 풍물패를 앞세우며 본 집회가 열리는 본정농협 부근으로 나아가려 했으나 경찰의 저지로 무산되고 말았다. 경찰에 의해 사람들이 두 동강으로 나눠짐에 따라 ‘온전한’ 대추리 범대위 대회는 열리지 못했다. 

       
    경찰 저지선을 뚫기 위해 진입을 시도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오후 2시경. 참가자들은 대열을 정비하며 경찰의 의해 봉쇄된 길을 뚫기 위해 진입을 시도했다. 참가자 수백여명이 밀며 경찰에 맞섰지만, 힘은 역부족이었다. 방패로 무장한 경찰들은 연신 기합소리를 내며 위협했고, 맨몸으로 맞서는 참가자 중 일부는 경상을 입었다.

    헬리콥터의 삐라도 등장 ‥ 평화시위도 보장 안 해

       
    "여러분은 불법집회를 하고 있습니다.해산하지 않으면 엄정조치하겠습니다"는 방송과 함께 뿌려지는 수백장의 삐라.
     

    저공비행을 계속하던 헬리콥터에서는 이때 ‘삐라’(전단지)가 뿌려지며, “여러분은 불법집회를 하고 있습니다. 해산하지 않으면 엄정조치 하겠습니다”는 방송이 들려왔다. 전단지에는 ‘군사보호시설에 대한 접근은 금지되며 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경고문이 담겨있었다.

    한 시간여의 대치 끝에 참가자들은 더 이상의 진입시도를 중단하고, 범대위는 ‘본정리 집회’를 결정했다. 집회는 3시 30분경에 시작됐다.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외국군대를 막지 않고 제 나라 백성을 몰아내는 정부가 어디 있느냐”며 소리를 높였다. 조 위원장은 또 “이제 우리는 미국에의 경제적 종속을 가져오는 한미FTA를 막고,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을 막기 위한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제남 녹색연합 사무총장은 연대사에서 “용산미군기지의 오염에 대한 복구비용도 정부가 묻지 않으면서 또다시 우리 주민을 내몰고 전쟁 놀음을 벌이려고 하느냐”며 “생명과 평화의 이 땅을 미군의 오염으로 더럽히려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윤광웅 국방장관 파면촉구 결의안 제출 할 것”

       
    한 외국인이 "제국은 언제나 망한다"는 피켓을 들고 있다.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은 연대사를 통해 “대추리로 진입하는데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 7번, 8번을 검문을 받아야 했다”며 “한 총리가 대화를 하겠다는 진정성이 있다면 황새울의 군병력을 즉각 철수하고, 군사작전을 중단하며, 밭에는 볍씨가 뿌려질 수 있도록 영농활동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 의원은 “민주노동당은 15일 윤광웅 국방부장관 파면촉구 결의안과 군사보호시설법 개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1시간여의 집회를 끝으로 계획된 범국민대회는 끝내 온전하게 열리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집회 참가자들은 ‘허탈한 마음’으로 해산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 중 36명이 경찰에 연행되었으며, 3명이 경상을 입었다.

    한편, 국방부는 이날 15일부터 평택 미군기지 이전 지역의 측량작업을 실시하고, 이후에 지반조사를 병행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평화시위에 대해 내놓은 첫 응답이었고, ‘대화’는 이미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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