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투고]사용가치와 교환가치 그리고 한미 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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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5월 14일 10:3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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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어떠한 물건을 만들 때 이는 우리 자신의 삶을 윤택하고 편리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 자신이 필요한 양 이상으로 물건을 만드는 경우, 이는 시장에서 물건의 사용가치를 인정하는 사용자에게 일정한 대가를 받으며 소유권을 넘기려는 교환을 전제로 한다. 이때 이 물건은 하나의 상품이 되는 것이며 한 물건의 사용가치가 상품이라는 교환가치로 전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어느 한 지역에서 인정받는 사용가치가 타 지역에서도 똑같은 사용가치가 인정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상당한 대가를 지불하여야 하는 상품이 다른 지역에서는 교환가치가 제로가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예를 들어 전 세계가 인정하는 쇠고기의 사용가치가 소를 숭배하는 힌두교 지역에서는 제로가 되며 교환가치 역시 제로가 된다. 또한 미 월가에서 인정되는 우수 기업들의 주식이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오지에서는 사용가치와 교환가치 모두 제로가 된다.

    그래서 미 월가의 증권에 대한 교환가치를 아프리카 오지에서 인정받기 위해선 월가나 이를 대변하는 조직이 미개발 지역을 개발하여 증권의 교환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힌두교 지역에서 쇠고기의 교환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선 이 지역에서 쇠고기의 사용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교환가치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그 지역의 고유한 전통이나 문명 등은 파괴되며 결국 지역의 정체성마저 소멸되는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 신자유주의가 이야기하는 세계화란 거대 초국적기업들이 내놓는 상품들에 대한 교환가치를 전 세계에서 동시에 인정받으려는 행위가 포함된다. 다른 말로, 세계 각 지역의 ‘다양한’ 문명과 제도를 초국적기업 상품 판매를 위하여 ‘단일화’하겠다는 이야기이다. 부시가 세계에 확산시키겠다는 기독교적 민주주의 가치에도 결국 이러한 의도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이제 노무현 정권은 신자유주의를 한반도에 확산시키려는 정책의 일환으로 한미 FTA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FTA 도입과정에서 한반도 민중들 삶의 근본인 농업을 희생시키며 대기업 위주의 몇 종류의 산업만을 육성 발전시키겠다고 한다.

    한편 미국은 한미 FTA에서 금융과 서비스 산업을 한반도에 적극 도입하겠다고 한다. 이것은 전에 한국에는 없었던 금융 상품이나 서비스의 교환가치를 한반도 지역에서 새로이 개발하고 판매하겠다는 의도가 포함된 것이다.

    그러나 금융 등 서비스 산업 대부분은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는 유형의 사용가치 산업이 아니라 소수 자본가들이 그들의 이윤 창출을 위해 고안된 무형의 교환가치 산업일 뿐이다. 사용가치가 없는 교환가치란 결국 일종의 환상이며 실물경제로 뒷받침되지 않는 교환가치는 어느 한 순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는 사상누각의 산업이다.

    그래서 노무현 정권이 추진하려는 한미 FTA는 한민족의 운명과 문명을 담보로 하여 무형의 교환가치 창출을 위하여 유형의 사용가치를 희생시키려는 위험한 행위이며 소수 자본가들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반-민중적, 반-인륜적 행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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