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복지의 사유화 폐해
    책임은 정부, 바로 잡아야
    [기고④] 정부는 사회서비스 이용하는 국민과 노동자 목소리 들어라
        2018년 10월 01일 05: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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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③] “어린이집을 ‘사회서비스공단’으로”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28일 2019년도 예산안에 사회서비스공단(원) 설립 관련 예산 68억 원을 배정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사회서비스원을 둘러싼 다양한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것을 보니 소문만 무성했던 사회서비스원이 드디어 설립되려나 보다.

    사회서비스원을 반대한다는 건지, 찬성한다는 건지 판단하기 어려운 모호한 의견들이 들려온다. 여러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혼란스럽다. 사회서비스원 설립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사회서비스원 설립과 사업 목적에 반대한다는 것일 터인데, 그것은 또 아니란다. 그렇다면 목적에 맞게 제대로 설립할 것을 요구하고, 추진과정이나 설립 과정을 모니터링 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이와 관련한 행동이 보이지 않고,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서비스원 설립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도 않는 상황에서 돌봄 서비스의 공공성이 악화될 수 있다며 설립 목적 자체를 부정하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혼란 가운데 가장 중요한 사회서비스원의 설립 배경이나 목적은 논의 중심에서 사라져버렸다.

    사진=공공운수노조

    사회서비스원의 설립 배경과 목적은 과연 무엇일까? 사회복지노조는 왜 사회서비스원의 설립을 주장하는가? 두 질문의 답은 간단하고 명료하다. 바로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이다. 사회보장기본법 제3조에 사회서비스는 국가·지방자치단체 및 민간부문의 도움이 필요한 모든 국민에게 복지, 보건의료, 교육, 고용, 주거, 문화, 환경 등의 분야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고 상담, 재활, 돌봄, 정보의 제공, 관련 시설의 이용, 역량 개발, 사회참여 지원 등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도록 지원하는 제도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사회서비스는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을 지는 공공서비스이다.

    현실은 어떠한가? 먼저 사회서비스원에서 거론되는 보육과 장기요양 두 영역을 살펴보자. 2017년 보육통계에 따르면 국・공립어린이집의 비율은 전체 어린이집의 7.8%에 불과하다. 그나마 2016년에 비해 1% 가량 증가한 수치이다.

    그럼에도 사회서비스원에 보육 영역이 포함되는 것에 대해 보육 관련 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이유 중의 하나로 학부모와 보육교사가 정부의 책임과 관리를 강화하는 사회서비스원을 원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무엇에 근거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단, 서울시여성가족재단(2017)의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성과 분석 및 미래 전략 방안 마련’ 연구는 이와 상반되는 결과를 보여준다. 학부모들은 국공립 확충 이후 서울시 어린이집의 전반적인 서비스 질 향상에 대해 90%, 보육교사의 자질 및 전문성 향상에 대해 89.6%, 보육교사 근무환경 개선에 대해 83.5%가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가장 눈여겨볼 내용은 99.4%가 “이용 중인 국공립 어린이집을 주변에 권유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고, 98.2%가 국공립 어린이집을 지속적으로 추가하고 확충해야 한다고 했다.

    같은 연구에서 보육교사를 대상으로도 조사를 실시했는데, 국공립으로 전환 전 후 대비 근무시간 및 업무량에 대한 만족도가 77.4%가 향상됐다고 답했다. 또, 임금만족도가 93.3%, 복리후생제도 만족도가 90.5%, 근무환경 개선 및 교사 역량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하는 비율은 88.4%로 높게 나타났다. 이것이 국가에서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고 관리하는 돌봄 서비스에 대한 국민과 노동자의 답이다.

    노인장기요양기관에서는 국‧공립 비율이 더 줄어든다. 국민건강보험에서 발간한 2017년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방정부에서 설립한 장기요양기관은 전체의 1%에 불과하다. 그나마 서울시의 비율이 2.7%로 조금 더 높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지역을 불문하고 설립주체가 개인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한 노인장기요양 제도의 서비스 질과 요양보호사의 낮은 처우 문제는 거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앞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 이용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2017년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14.2%에 해당하는 고령사회에 초고속으로 진입했다. 통계청 조사에서는 불과 8년 뒤인 2026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초과하는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을 예상하고 있다. 부모가 되었든, 내 자신이 되었든 대부분의 국민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래서 정부는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해 시장화 되어 있는 돌봄 서비스에 국‧공립 사회복지시설 운영 등 직접 서비스 제공, 종사자 직접 고용, 민간 제공기관 운영 지원 등을 위해 좋은 일자리 창출 및 서비스 품질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회복지 영역을 보자. 사회서비스‘원’이 사회서비스‘공단’이라는 명칭으로 논의될 당시에서는 사회복지가 들어가 있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회복지는 엄연히 사회서비스 영역이라고 법안에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어느 사이에 사회복지가 빠져버렸다. 물론 대부분의 사회복지기관은 정기적으로 관할 지자체의 지도‧점검을 받고 있다. 3년마다 실시하는 보건복지부의 평가도 받고 있다. 그런데 지도‧점검과 평가로 사회복지기관의 공공성과 노동자의 노동권이 보장되었다면 굳이 사회복지노동자들이 공공성 강화를 외쳐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례를 살펴보자. 대구의 한 장애인거주시설은 2002년부터 2016년까지 6차례에 걸쳐 우수시설로 선정됐다. 이 시설은 2016년 장애인을 상대로 한 강제노동, 폭행, 갈취, 비리 등 각종 의혹이 TV 프로그램을 통해 드러났다. 이로 인해 국가인권위원회의의 조사와 대구시의 특별감사를 받았고, 올해야 시설 폐쇄를 발표했다. 서울의 한 아동시설은 시설의 아동과 직원에 의해 원장의 보조금, 후원물품 유용과 노동권 침해가 제보되었다. 이후 조사에서 제보 내용이 사실로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일으킨 원장은 2년이 지난 현재까지 아무런 문제없이 재직 중이다.

    사회복지노조가 2018년 3대 척결 과제로 제시한 종교행위금지, 후원강요금지, 무료노동금지는 그냥 내건 슬로건이 아니다.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에서 2016년 사회복지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근무하는 기관이나 법인의 종교적 압력으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응답한 경우는 전체 응답자의 19.5%, 운영법인의 비윤리적 행동 강요로 인한 어려움을 경험한 비율은 18.0%나 차지했다. 2018년 3월 사회복지노조가 서울시 사회복지노동자 1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업무시간에 종교행위가 있다는 응답이 66%로 나타났다. 법인이나 시설에 후원하는 비율은 79%나 차지했는데, 이중 62%가 비자발적이라고 응답했다. 법정 휴가를 사용하지 못할 경우 수당으로 보상받은 비율은 15%에 불과했다. 이것이 종교의 자유,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고, 근로기준법이 존재하는 한국의, 사회복지의 현실이다.

    물론 정부의 책임을 대신해 민간에서 대신해 온 공로를 부정할 수 없다. 사회서비스의 민간 중심 공급구조와 시장화 정책을 펼쳐온 정부의 책임이다. 그렇기에 지금부터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서비스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강화하고 민간 중심의 구조를 공적 구조로 재편해야 한다.

    따라서 사회복지노조는 정부에게 요구한다. 사회서비스원의 사업 범위와 역할 축소를 중단하라! 학계와 사용자 단체가 아닌 사회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과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라! 그리고 복지시설의 공공성과 투명성 강화, 사회서비스의 질 높은 일자리 확충 등을 목표로 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과제를 제대로 추진하라!

    필자소개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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