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행복이 뭐에요?
[행복 코너] 사람 수만큼 많고 달라
    2018년 10월 01일 09:2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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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연남동 근처라 맛집들이 많다.. 왠지 내게 선물을 주고 싶은 날에는 횡성 한우로 만든 고급진 햄버거를 사들고 들어와 직접 원두를 갈아 내린 신선한 커피와 함께 먹고 있노라면, 음~행복감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감싸온다.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가고 눈꼬리는 내려가서 얼굴 한가득 미소가 번진다. 이럴 때가 바로 행복한 순간이다. 이때의 행복은 느낌에 관한 표현으로, 기쁘고 즐겁고 만족스러운 감정을 일컫는다.

다들 행복하길 원하지만 막상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으면 뭐라고 대답하기를 어려워한다. 보통 행복이라 하면 행복한 느낌을 연상하게 되고 느낌이란 사람마다 다른 즉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어서 행복은 이런 거라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행복을 행복한 기분과 동일시하게 되면(행복한 기분이라고만 생각하는데) 이는 부분적으로는 맞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2% 부족한 느낌이 든다.

행복에 대한 정의는 크게 쾌락주의적 관점과 자기실현적 관점이란 두 개의 흐름에서 논한다. 자기실현적 관점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원조로, 진정한 자기(self)가 실현되는 과정인 유다이모니아(Eudimonia) 상태를 행복이라 보았다.

쾌락주의적 관점은 삶의 목적이 쾌락을 극대화시키고 불쾌나 고통은 극소화시키는 데 있다고 주장한 그리스의 철학자이며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아리스티포스(Aristippos)에 그 기원을 둔다. 따라서 쾌락주의에서 지향하는 행복은 한마디로 삶에서 긍정적인 정서를 지속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풍요로운 삶을 사는 것이다. 쾌락주의적 관점이라 해서 행복을 말초적 쾌감에만 두는 것은 아니다. 최근 우리에게 많이 친숙해진 ‘주관적 안녕감(subjective well-being)’이라는 단어가 바로 쾌락주의적 관점에서 정의하는 행복의 또 다른 이름이다.

행복과 같은 뜻으로 사용되는 주관적 안녕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걱정’, ‘실망’, ‘화’, ‘불행’, ‘우울’ 등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는 되도록 적게 느끼는 것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면 만나면 기분이 나빠지는 사람은 괜히 만나서 기분 망치지 말고 가능하다면 만나지 않는 게 상책이다.

반면에 ‘행복함’, ‘기쁨’, ‘즐거움’, ‘재미’ 등과 같은 긍정적인 정서를 많이 경험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러려면 일상에서 작지만 기분 좋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기회를 많이 가지면 행복감이 높아질 것이다. 행복이 주관적인 만족감인 만큼 개인마다 좋은 기분을 느끼게 되는 일은 다르고, 문화에 따라 차이가 많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연구결과에 의하면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어 강한 행복을 느낄 때는 걸을 때(산책), 운동할 때, 먹을 때, 놀 때, 말할 때였다. 우리나라 방송매체에서 ‘먹방(음식 먹는 방송)’이 큰 인기를 얻는 이유도 먹는 것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이유가 아닐까?

더구나 만나면 기분 좋은 사람과 함께 맛있는 음식 먹는다면 따따블로 행복감이 높아지게 되므로 가족이나 친구들과 단란하게 모여 따뜻한 차와 간단한 간식을 먹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상태를 뜻하는 덴마크의 휘게(hygge)라는 단어가 높은 행복지수를 자랑하는 덴마크 국민들의 행복 비결로 꼽히는 건 당연하다.

행복감이 가장 높게 나온 활동은 무엇일까? 단연 ‘여행’이다. 여행에서는 아름다운 길을 걷고 그림에서만 보던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다. 무엇보다 여행을 계획할 때부터 설레고, 여행 다녀온 후에도 내내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게 된다.

2008년 직장의 절친 동료 셋과 다녀온 그리스와 크로아티아 여행이 그랬다. 가기 전에 지인이 운영하는 여행사에 가서 행선지에 대해 설명을 듣고 의견을 조율하고, 숙소를 정하고, 가게 될 이국의 풍경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며 내내 기대감으로 들떴다. 여행 중에도 즐거웠지만 다녀온 후에도 벽에 붙여놓은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의 아름다운 풍광사진, 동행했던 남편이 그린 두브로브니크성 그림을 볼 때마다 행복감에 젖곤 한다.

두브로브니크성(그림=이근복)

안타깝게도 많은 얘깃거리와 추억을 선사하는 여행의 기회를 갖는다는 게 만만치 않다.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고,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고~~~ㅎ

정년퇴직을 코앞에 둔 지금 여행에 필요한 재정적 부담보다는 시간 내는 게 어렵다. 반면에 퇴직하고 나면 시간이 팡팡 남아돌 테지만 아마도 여행자금에 대한 부담은 클 것이다. 이래저래 산 좋고 물 좋고 정자까지 좋은 데가 어디 있겠는가, 바쁠 땐 시간 쪼개서 떠나고, 재정적으로 여유가 없을 땐 세컨핸드샵(secondhand)에서 옷 사 입어 가며 아껴서 여행가야지!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여행에 필요한 옷과 물건들을 집에 쟁여놓고 산다. 남편은 여행 가면 다 있다며 지청구를 주지만 여행을 연상시키는 물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즐거워진다

주관적 안녕감의 세 요소 중 나머지 하나는 자기 삶에 대한 만족도이다. 삶에 대한 만족도를 풀어서 얘기하자면 자기 삶의 조건에 대해 좋다고 느끼고, 삶에서 중요한 것을 얻었으며, 다시 살아도 지금처럼 살고 싶다고 느끼는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행복이란 ‘만족과 즐거움을 느끼는 상태’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래서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장인 최인철 교수는 최신작 ‘굿라이프’에서 우리가 표현하고 싶은 뜻을 지닌 진정한 의미의 행복은 우연성을 포함하는 행복이라는 단어보다는 쾌족快足에 가깝다고 했다.

행복은 주관적인 감정의 경험이므로 정답이 없다. 애써 타인의 행복을 흉내 내려 해서도 안 되고 흉내 낼 수도 없다. 시인으로 등단하여 지금은 여행하며 글을 쓰는 여행작가 최갑수씨는 그의 여행 에세이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에서 사람마다 행복이 다름을 얘기하고 있다. 여행작가의 표현대로 행복은 사람 수만큼이나 많을지도 모르겠다. 비록 늘 수많은 유행이 급물살을 타며 넘실대는 ‘유행 공화국’에 몸담고 있지만 문득문득 나만의 행복에 대해 생각해보야겠다.

얘야, 행복이라는 건 인간의 수만큼 많단다.
다른 이의 행복을 부러워하지 말거라
너에게는 네게 꼭 맞는 행복이 있을 테니까

– 최갑수의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필자소개
주혜주
20년 가까이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병동 간호사 및 수간호사로 재직했고 현재는 경인여자대학교 간호학과 교수(정신간호학)로 재직. 저서 및 논문으로 심리 에세이 ‘마음 극장’ “여성은 어떻게 이혼을 결정하는가”“ 체험과 성찰을 통한 의사소통 워크북”(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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