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시 뉴스가 스포츠 뉴스로 바뀌었나
        2006년 05월 13일 11:3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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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개막이 한달이나 남았는데도 방송은 이미 월드컵 체제로 전환했다.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월드컵 관련 보도 비중을 늘리면서 중요한 사회 이슈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는 12일 이러한 자체분석 결과를 토대로 방송사들이 ‘월드컵 과잉보도’를 자제해 줄 것을 요구했다.

    민언련의 조사에 따르면 2006 독일월드컵의 공식개막 30일전 이었던 지난 5월 10일 방송 3사의 메인 뉴스에서 MBC는 20건, SBS는 17건, KBS는 10건 등 모두 47건의 월드컵 관련 보도를 내보냈다. 이를 비율로 환산하면 MBC의 경우 전체 뉴스의 57%, SBS의 경우 50%를 월드컵 보도로 채운 셈이다.

    다음날인 11일에도 ‘월드컵 대표팀 최종명단’에 관해 SBS는 16건(55.12%), MBC는 11건(42.31%)의 보도를 내보냈다.

    또한 민언련은 양을 채우기 위해 내용이 부실한 보도를 억지로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10일과 11일 양일간 보도된 뉴스 중 중복되는 경우가 빈번했고, 뉴스 가치가 낮은 단순 흥미 위주의 보도가 대부분이었다.

    9시 뉴스가 스포츠 뉴스인가

    민언련은 MBC의 보도 행태를 예로 들었다. MBC는 지난 10일 “조수미 월드컵송 ‘오-대한민국!’”이라는 보도에서 “월드컵 승리를 기원하면서 자사가 특별 제작한 노래를 조수미씨가 불렀다”며 영상과 노래가사로만 이뤄진 ‘뮤직비디오’로 보도 한 건을 채웠다.

    또 이어진 “마음은 벌써 월드컵”, “12번째 선수 출격”, “독일로 가는 사람들” 3건에 걸쳐 각계각층의 다양한 응원 준비 모습을 길게 보도하고 “월드컵이 열리는 독일행 비행기 티켓을 예약해 놓은 사람들은 행복하다”는 멘트를 내보내기도 했다.

    국내 방송사들은 이미 새해 첫 날 뉴스부터 MBC 10건, SBS 8건, KBS 6건을 월드컵 관련 소식으로 채우면서 ‘월드컵 과잉 보도’를 예고했다. 또 월드컵 개막 100일 전이었던 지난 3월 1일에는 방송3사 모두 메인뉴스를 축구특집으로 편성해 모두 57건의 월드컵 보도를 쏟아냈다. 이를 두고 민언련은 “방송이 국민보다 더 흥분했다”고 꼬집었다.

    이런 과잉 보도로 인해 정작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사회 현안인 ‘5.31 지방선거’, ‘평택 투쟁’, ‘한미 FTA’ 등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민언련은 한정된 방송시간 안에 이처럼 축구와 관련된 보도를 대량 집어넣는 것이 “진정 월드컵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시청자에게 전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월드컵’을 가지고 시청률 경쟁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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