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가족' 집안 싸움 골병드는 현대 그룹
By
    2006년 05월 13일 10:00 오전

Print Friendly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구속이 국가경제에 큰 충격을 줬다. 이 와중에 현대그룹의 현정은 회장과 현대중공업그룹의 정몽준 회장마저 경영권을 두고 끝없는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잇따른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현대 정씨 일가는 막무가내 ‘불량가족’이란 비아냥거림을 받을 만하다. 현대 일가의 불량함은 단순한 가족 내부의 불화로 치부할 것이 아니며, 재벌기업의 불량한 소유지배구조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한 문제로 봐야 한다.

정몽구 회장의 불법 행위를 보자. 정 회장 일가는 지분율이 5%도 안 되는 현대차그룹에 대해 비자금 조성, 계열사 간 지급보증 지시, 횡령, 공적자금 빼먹기, 공매재산 헐값매입 로비, 불법 용도변경 같은 각종 전횡과 불법을 일삼았다. 지분은 ‘쥐꼬리만 한’ 총수 일가가 기업 발전과 국민혈세를 희생삼아 개인들의 치부를 채우기에 급급한 것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시숙부(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난 당시 마음의 큰 상처를 입었다”며 “그 아픔이 잊히기도 전에 고 정몽헌 회장의 형제이며 아이들의 삼촌인 정(몽준) 의원이 현대그룹 경영권을 빼앗기 위해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다”고 한탄한다.

‘쥐꼬리 오너’ 위해 대리전 치르는 불쌍한 계열사들

   
 
▲2005년 6월 1일  현대 건설 사옥서 열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흉상 제막식에 참석한 (왼쪽부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김영주 한국프랜지 명예회장, 정몽준 의원,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이 정 명예회장 동상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하지만 현대그룹을 둘러싼 분쟁 역시, 불량한 소유지배 구조 아래서 적은 지분으로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현씨와 정씨간의 이전투구에 불과하다. 결국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 양측이 오너를 대리해 기업 발전과 무관한 ‘총수 일가 경영권 몰아주기 대리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기업 활동과 무관한 ‘가문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현대 가문의 전횡은 한두 가지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정의선 사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계열사인 글로비스에 물량 몰아주기, 상장 후 대주주의 시세차익 챙기기처럼 다양한 치부수법을 동원했다. 정몽구 회장 부자가 글로비스에 출연한 금액은 50억원에 불과하지만, 시세차익은 1,000억원대에 달했다.

현대그룹도 IMF 사태를 기화로 고금리 회사채를 무더기로 발행해 사업 확장을 하다가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 은행들은 대마불사라는 ‘불변의 진리’를 실천하기 위해 각종 지원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 결과 현대그룹은 위기를 넘기고 훨씬 튼튼해진 재무구조를 가질 수 있었다. 현대 일가 역시 안정된 오너경영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이처럼 불량한 기업 소유지배 구조를 통해 짭짤한 이득을 얻는 것이 가능한데 누가 경영권을 포기하겠는가. 정몽구 회장이 ‘옥중경영’이란 파렴치를 보이면서까지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는 이유다. 사정이 이런데 형수(현정은 회장)와 시동생(정몽준 의원)의 관계가 경영권 확보 문제보다 중요할 리 없다.

불량가족의 불량경영 막아내지 못하면 국민이 피곤하다

현대차그룹만 해도 자산77조원, 연 매출액 85조원에 달하는 굴지의 기업이다. 미국, 중국, 인도 같은 나라에 생산법인을 가진 글로벌기업이기도 하다. 이런 대기업에서 현대 주식회사의 근간이라는 주주 중심 경영과 이사회 운영구조는 껍데기에 불과했다. 현대그룹, 현대중공업도 기업 발전보다 총수 개인의 이해에 따라 경영이 좌우되기는 마찬가지다.

드라마상의 ‘불량가족’은 어려운 아이를 도와주지만, 재벌체제에서의 불량가족은 기업과 국민경제를 갉아먹는 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불량가족이 저지르는 불량경영을 막아내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는 더 큰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엄격한 감독과 규제, 민형사상 처벌로 왜곡된 기업 소유지배 구조를 바꿔야 한다. 아울러 노동자 소유경영참여 활성화를 통해 해당기업의 종업원들이 선출한 전문경영인 체제로 기업 체질을 바꾸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