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베 총리, 유엔서
    북일정상회담 의지 피력
    남북·북미 접근 속 일본 고립 우려
        2018년 09월 27일 11:1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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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올해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지난해 총회에서 북한에 대한 적의를 드러내는 데에 연설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점을 환기하면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국제 외교에서의 고립으로 인한 국내 정치의 주도권 붕괴를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3회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과 상호 불신의 껍데기를 깨고 새로운 시작을 하겠다”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마주할 용의가 있다”며 북일정상회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아베 총리는 지난해 9월 20일 열린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필요한 것은 대화가 아니라 압력뿐”이라고 강조하며 연설의 90%를 북한을 비난하는 데에 할애했었다. 그러나 이번 연설에서 아베 총리는 북한을 향해 ‘압력’, ‘제재’ 등 적의를 드러내는 표현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북한에 대한 언급 자체를 자제했다.

    아베 총리는 연설에서 “납치, 핵·미사일 문제의 해결을 위해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국교 정상화를 지향하는 일본의 방침은 변함이 없다”면서 “북한이 가진 잠재력이 발휘되도록 도움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연설에 앞서 가진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북한과는 상호 불신의 껍데기를 깨고 김 위원장과 직접 마주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했다.

    이 같은 아베 총리의 태도 변화는 최근 북미정상회담에 이어 평양에서 이뤄진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영채 일본 게이센여학원대 교수는 27일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생각보다 실질적인 접근을 너무 많이 해서 일본이 많이 충격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일본 입장에선 남북이 백두산 천지까지 간다는 것, 내셔널리즘이 강해지는 것이 제일 두려운 요소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총재 선거에서 국회의원 표는 70% 정도 얻었지만 지방선거(지방 당원협의회) 표는 55%밖에 얻지 못 했다. 이는 지역기반이 아주 약하다는 것이고 내년 지방자치선거나 총선거에서 아베 수상으로 선거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많다”며 “국내적으로도 지지가 약해진 건데 국제적으로도 고립된다는 것은 아베 정권이 새롭게 재선됐지만 국제외교 때문에 생각보다 빨리 붕괴될 수 있다는 이런 위기의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진전된 것은 ‘아베 외교’의 실체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의 연설은 일본 내에서도 상당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재순 일본 JP뉴스 대표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에서 “아베 수상은 작년UN 연설에서는 무려 90% 이상을 할애해서 북한에 대해서 적의를 드러내면서 강력한 압력과 경제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을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압력’, ‘경제제재’ 같은 (표현은) 단 한 개도 인용되지 않았다”며 “대신 ‘북한이 가진 잠재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조력을 아끼지 않겠다’, ‘협력을 적극적으로 하겠다’ 라고 했다. (이러한 연설에 대해) 깜짝 놀랄만한 파격적인 내용의 연설을 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보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유 대표는 문 대통령이 일본 측에 화해·치유재단 해산 발언을 한 것을 언급하며 “일본은 이에 대해 반응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며 “아베 수상의 북일정상회담에 대한 강력한 의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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