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무덤 판 황교수의 끝자락
By
    2006년 05월 12일 05:53 오후

Print Friendly

줄기세포 조작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 동안 서울대조사위원회나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밝혀 왔던 내용들이 재확인되었다. 소위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과 논문이 조작되었다는 사실은 더 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는 듯 했다.

과학자 사회로부터 추방되는 걸로 마무리 될 일이었는데

사실 과학자 사회의 규범에 따르면 이런 사실이 드러난 것만으로 ‘사건 종결’될 일이다. 황우석 박사의 논문이 취소되고 과학자 사회로부터 추방되는 것으로 마무리될 일이었다는 것이다. 황우석 사건이 단순한 ‘과학기만(Scientific Fraud)’의 문제였다면 말이다. 그리고 이런 문제에 검찰이 수사에 나설 일도 아니었다. 검찰의 발표처럼 세계 어디에서도 과학 기만 행위에 대해서 형법적으로 처벌한 사례가 없다는 것도 이를 반증하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의 이인규 3차장 검사가 12일 오전 서초동 검찰청사에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논문 조작과 연구비 사용 내역 등에 관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김준호/사회/2006.5.12   (서울=연합뉴스)  
 

그러나 우리 검찰은 수사에 착수할 수밖에 없었다. 황우석 박사가 가장 먼저 검찰수사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만든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누군가에 의해서 바꿔치기 당했지만 자신에게 원천기술은 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그 결백을 검찰이 수사해서 밝혀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이때부터 ‘바꿔치기’와 ‘원천기술’ 주장을 둘러싼 논란은 국민적 혼란과 갈등을 낳으면서 확대되기 시작했다. 검찰은 자신을 끌어들인 황 박사가 얄밉기도 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에게 쏟아지고 있는 여론과 국민의 눈길을 외면할 수는 없었고, 게다가 연구비 횡령이나 생명윤리법 위반 혐의 때문에라도 수사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맹목적 지지자 뒤에 숨어있는 황박사의 비겁함

결국 황 박사는 자신의 무덤을 스스로 판 것이었다. 수사결과 횡령, 사기, 생명윤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었기 때문이다. 법원 판결을 지켜볼 일이지만 그 결과가 상식을 넘어서지는 않을 것 같다. 물론 검찰 수사 결과, 황 박사가 ‘바꿔치기’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고 김선종 연구원이 단독으로 일을 저질렀다는 언급은 황 교수 지지자들의 맹목이라는 기름에 불을 당기는 것이 될는지 모르겠다.

그들에게는 황 교수가 줄기세포 바꿔치기를 몰랐다는 사실만 눈에 들어올 뿐, 논문조작 사실, 연구비 횡령, 생명윤리법 위반은 한낱 사소한 ‘실수’ 쯤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일부 언론은 검찰 수사 결과 발표에도 황우석 지지자들이 ‘자살 폭탄’ 등을 운운하며 검찰의 ‘부당한’ 수사 결과에 항의하고 황 박사에게 ‘해’를 입힌 사람들을 응징할 것이라는 주장을 전하고 있다. 이도 우려스러운 일이지만, 이런 맹목적 지지자들의 뒤에 숨어 있는 황 박사의 비겁함은 또 어찌해야 할까.

그런데 황우석 ‘과학 기만’ 사건에 검찰이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 만큼 이 사건이 ‘정치적 사건’이라는 점도 보여준다. 필자를 비롯하여 민주노동당은 누차에 걸쳐, 이 사건을 황우석 박사 개인의 ‘과학 기만’ 사건이 아니라, 청와대, 정부, 언론, 기업, 과학계가 서로의 이해관계에 의해서 얽혀져 있는 ‘황우석 게이트’라는 점을 지적해왔다.

단순 기만 사건이 아니라 ‘황우석 게이트’인 이유

청와대, 정부, 언론, 기업들이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연구에 대한 열광적 분위기를 조장하여 단물을 빨면서, 희귀난치병 환자 치료와 막대한 경제적 효과와 국익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를 한껏 부풀려 놓았다. 그런데 한순간에 “아니면 말고”를 외칠 수는 없는 일이고, 어디선가 꼬리를 잘라 희생양 삼아야 할 일이었다. 그 더러운 일을 또 검찰이 맡고 나선 것뿐이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가 이 사건의 핵심에 접근하기에는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다는 점도 충분히 예견되었다. 검찰이 이 사건의 이름을 ‘줄기세포논문 조작사건’으로 명명한 것에서부터, 애시당초 검찰은 ‘황우석 게이트’를 수사할 생각도 없었고 엄두도 나지 않을 일이었다.

그 게이트의 정점에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있고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의혹이 눈길이 미치는 마당에, 어느 검찰이 나설 깜냥이 날 것인가. 그러니 바꿔치기 논란과 같은 과학계 내부에서나 검증해야 할법한 사안에 막대한 수사력과 전문가 인력을 투여하면서도, 황우석 박사에 대한 연구비 투자의 결정 과정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수사 흉내만 내고 있다.

검찰 수사 문제점 정확히 지적해놓고 결론은 황당

   
 
▲지난 1월 12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황우석 박사의  대국민사과성명발표에서 황우석 박사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있다. (서울=연합뉴스)
 

여기서 검찰의 수사결과 보고서의 한 부분을 보자. 검찰은 과학기술부가 황우석 박사를 최고과학자로 선정하기도 전에 연구비의 일부를 지급하였으며 다른 후보자들과 다르게 미비한 서류를 제시했음에도 최고과학자로 선정하였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황우석이 최고 과학자로 사전에 내정된 상태였던 것으로 보임”이라고 판단하였다. 민주노동당이 지난 2004년 11월에 이미 지적했던 문제점을 뒤늦게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결론은 황당하다.

“다만, 과학기술부에서는 급격하게 부상하는 생명공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통한 국가적 자산가치의 극대화와 기술결정의 우위 선점을 위하여 당시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진실성을 믿고 동 연구가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한 것으로 판단됨”

여기서 검찰의 인식은 갑자기 황우석 사건이 터지기 전인 2005년 11월 이전으로 ‘백 투더 퓨처’하고 말았다. ‘국가적 자산가치의 극대화와 기술결정의 우위 선점’을 위해서는 법에 정해진 절차를 무시해도 된다는 말인지 궁금하다. 게다가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진실성을 믿고’ 지원한 것이라는 평가는, 정부도 속았기 때문에 잘못이 없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하지만 검찰이 판단하고 있는 과학기술부의 바로 그런 인식 때문에 황우석 사태가 터진 것이라는 점은 이미 너무도 많이 지적된 것들이 아닌가? 게다가 그 다음에 이어지는 굵은 고딕체의 문장은 “깨끗한 놈 나와 보라고 해!”라는 식의 ‘자기파괴적 협박’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방선거 앞둔 보수정당들의 위선과 무책임한 말잔치

“위와 같은 예산이 기획예산처와 국회 예결산위원회를 통과한 것을 보면, 당시 정부 각 기관 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도 이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한 것으로 보임”

과기부는 물론이거니와 기획예산처, 국회(예결산위원회)를 비롯한 정부와 국회의 관련 기관의 책임자들 모두 입 다물고 있으라는 말이 아닌가? 그랬던 것이다. 올해 초에 이미 야 4당이 황우석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합의해놓고도 현재까지 아무런 진척이 없는 상황인데, 어쩌면 여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겠다. ‘황우석 게이트’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기성정당이 아무도 없으니, 국정조사가 적극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희박했던 것이다.

오늘 한나라당은 이계진 대변인의 입을 통해서 “황우석 사태에 개입된 청와대와 국가권력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특검 등을 통해 반드시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 있으면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 대책도 반드시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왜 국정조사에 소극적이었던 것인지 답부터 해야 할 일이다.

게다가 이번 사태의 책임자들에게 무릎 꿇고 사과할 것을 요구한 이계진 대변인부터 사과해야 할 일이 있다. 작년 말, 난자매매 논란 때에 난자를 제공한 여성들에 대해 “납치된 것도 아닌데…”라며 비아냥되었던 것을 기억한다면 말이다.

열린우리당도 한 마디 했다. 이상호 대변인은 “우리당은 검찰 수사 결과가 줄기세포의 논문조작이 사실로 드러난 것에 대해서 국민 여러분과 함께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민과 함께 유감할 일’이 아니라,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할 일’이 아닌가? 지방선거를 앞둔 보수정당은 또다시 위선과 무책임의 말잔치를 벌이고 있다. 


페이스북 댓글